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기획 : 공존의 힘, 함께 위기를 극복하다 ④ …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
상태바
기획 : 공존의 힘, 함께 위기를 극복하다 ④ …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1.09.06 14:27
  • 호수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대 간 연대·자원 재활용…공존·공생의 가치 실현

현재 농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인구 감소다. 청양군의 현재 인구는 3만 1000여 명으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 인구 감소의 요인 중 하나는 젊은 인구의 탈농 현상이다. 일자리 부족과 육아 등 지역 정주 여건과 환경이 열악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간, 주민 간, 세대 간 연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을 넘어서 함께 모여 조직화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자는 공존·공생의 요구가 상승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협동조합 결성, 작은 학교 공동교육과정 운영, 마을기업 설립, 공동육아터 마련 , 청년플랫폼 조성 등 각 분야에서 공존·공생하는 사례를 기획 시리즈로 마련했다. 타 지역의 ‘공존의 힘’ 사례를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네 번째로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를 찾아간다.     <편집자 주>

고령자들이 수집한 폐 박스를 구매하는 러블리페이퍼.
고령자들이 수집한 폐 박스를 구매하는 러블리페이퍼.

폐 수집 노동의 가치 재 평가 
러블리페이퍼(대표 기우진)는 고령층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노년의 가치를 확산시킴으로써 세대 간 연대의 힘을 실현하고, 자원 재활용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공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회적기업이다. 
기 대표는 “폐지를 줍는 행위는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생계 수단으로 생각하기 쉽다. 무동력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 특성으로 탄소 배출이 안돼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자원 재활용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같이 고령자들이 수집한 폐박스를 정당한 대가로 매입해 자원재생활동가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구입한 폐지를 업사이클링해 캔버스로 제작한다. 캔버스는 화가들의 재능 기부로 작품으로 탄생하며 이 작품은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은 다시 고령자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근원이 된다. 이러한 선순환적인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러블리페이퍼가 추구하는 공존·공생의 가치에서 출발한다.

폐박스가 작품으로 탄생
2017년 문을 연 ‘러블리페이퍼’는 사랑으로 종이를 새롭게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름에 담긴 의미와 같이 폐지를 줍는 저소득층 고령자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에서 시작됐다. 기우진 대표는 “혼자보다는 함께 잘 살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어른 한 분 한 분이 자원의 선순환을 돕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노동의 가치도 다시 평가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러블리페이퍼를 창업했다. 
­

캔버스를 제작하는 단계에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캔버스를 제작하는 단계에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1명당 하루 매입 규모는 30kg으로 6명의 고령자가 함께하고 있다. 수집한 폐박스는 45개, 이것이 1호 크기의 캔버스 135개로 재탄생한다. 
매입한 폐박스를 페이퍼 캔버스로 제작하는 과정에도 고령자들이 참여한다. 폐박스를 크기에 따라 붙이고, 캔버스 천을 씌우는 생산직으로 70대 이상의 고령자 3인이 정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폐지를 덧붙이고, 캔버스를 씌워서 페이퍼 캔버스를 만든다.
폐지를 덧붙이고, 캔버스를 씌워서 페이퍼 캔버스를 만든다.

제작된 캔버스는 화가들의 재능 기부로 회화나 캘리그래피 작품 등으로 재탄생, 이것을  온라인 판매한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고령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 
재능 기부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홍보, 150명을 모집했고, 재능 기부로 탄생한 작품은 일반인에게 판매된다. 가격보다 2~5배 높게 판매되는 작품을 구매하는 이가 있을까 의문을 갖지만 흔쾌히 재능 기부를 하는 작가, 또 이들이 만든 작품을 판매한다는 스토리에 공감하는 이들이 구매를 하고 있다. 

고령자들의 경제 활동 도와 
기 대표는 회사 창업 이전부터 폐지 수집 어르신들에게 대한 개인적 관심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구체화하는 계획을 세웠고, 봉사 프로젝트 단체를 구성, 일회성으로 진행한 경험을 살려 회사 창업까지 오게 됐다.

한 기업에서 캔버스를 직접 제작하는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한 기업에서 캔버스를 직접 제작하는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한 만화 작가가 캔버스를 직접 제작하는데 나무 대신 폐박스를 받침대로 이용해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고, 거기에서 규격화 개량화를 통해 폐박스 캔버스를 만들게 됐다. 
폐박스는 깨끗하고 높낮이가 없이 고른 것으로만 모아서 일반 캔버스 크기와 동일하게 치수에 맞춰 재단해 3장 정도를 압축해 붙인 후 헝겊으로 덧씌우는 과정을 거친다. 이른바 캔버스 생산 단계에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건이 잘 팔려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러블리페이퍼의 모토. 이러한 측면에서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로써 러블리페이퍼가 추구하는 가치의 지속 가능성과 가치를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판매와 더불어 캔버스를 직접 만들 수 있는 DIY 키트를 제작, 이를 매개로 친환경적 가치를 확산하고 있는 것.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재능 기부 화가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재능 기부 화가들.

러블리페이퍼가 위치한 인천의 70여 곳 학교의 환경 교육으로, 특히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과 연계해 체험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체험활동 결과물로 탄생한 페이퍼 캔버스도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기부하는 체제다. 자신 또한 러블리페이퍼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참 참여자가 됨으로써 만족도가 높다. 

20대에서 80대까지 연령층 다양
현재 러블리페이퍼에는 20대 청년 직원, 50~60대 신중년, 70~80대의 고령자 등 다양한 연령층이 근무 중이다. 독특한 연령 구성이다. 20대와 80대 직원 간 60살이 넘는 나이 차다.  그 사이에서 기 대표는 38세. 

폐지가 여러 사람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탄생했다.
폐지가 여러 사람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탄생했다.

기 대표는 “전 세대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어르신들의 경험으로 채워주시고, 어르신들이 힘들어 하시는 부분은 젊은 세대가 받쳐준다. 여러 세대들이 함께 호흡하면서 느리지만 성장해 나아가길 바란다. 중간 세대로서 청년들의 관심과 어르신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러블리페이퍼는 근무하는 어른들에게 경제적인 활동을 하며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폐지 수집의 특성상 혼자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사업장에 함께 근무하며 또 다른 삶의 보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업사이클링을 통한 제품 생산과 판매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의 사례를 통해 공존·공생의 힘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