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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헌집 줄게, 새집 다오-공간, 거듭나다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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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헌집 줄게, 새집 다오-공간, 거듭나다 ④
  • 김홍영 기자
  • 승인 2019.08.19 16:30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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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해리, 폐교가 책을 읽고 쓰고 펴내는 학교로

인구 감소에 따라 폐교와 창고 등 빈 건물이 늘고 있다. 빈 건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청양신문은 빈 공간의 발전적인 활용을 모색하기 위해‘헌집 줄게, 새집 다오- 공간, 거듭나다’를 주제로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취재 대상은 이전에 학교, 공공기관, 산업시설이었던 건물을 재단장해 지역 문화 시설로 탈바꿈한 곳이다. 네 번째로 소개할 곳은 폐교가 책을 읽고 쓰고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고창의 책마을해리다.   <편집자 말>

▲ 폐교를 재단장해 문을 연 ‘책마을해리’ 입구와 전경.

누구나 책을 만드는 생산적인 공간
고창 ‘책마을해리’는 언뜻 중고 책방이나 서점이 많은 마을을 연상하기 쉽다. 책마을해리를 만든 이대건 촌장은 “소비적인 측면이 강한 유럽의 책마을과는 달리 누구나 책을 만드는 생산적인 의미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지역의 공간에서 책을 계기로 지역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만들었다. 책을 읽는 것은 물론, 글을 쓰고, 직접 책을 펴낸다. 종이와 활자로 이루어지는 ‘책’에 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약 17만 권의 책을 보유한 책마을해리는 책을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을 열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책과 출판문화 복합공간으로 자리하게 됐다.

고창군 해리면의 월봉마을에 자리한 책마을해리는 그 입구부터 책마을이라는 콘셉트를 보여준다. 입구 한쪽에는 여러 권의 도서를 전시해놓은 공간을 따로 마련해놓았고, 그 옆으로 마을책방이 자리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푸른 나무들이 서 있고, 운동장 위쪽으로는 빨간 벽돌 건물과 흰색의 페인트칠을 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농촌에 자리한 전형적인 학교 모습이다.
이 건물은 해리초등학교 나성분교로 1939년 개교이래 2001년 폐교할 때까지 한 때는 9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였다. 책마을해리라는 이름을 달고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공간으로 바뀐 것은 지난 2012년이다. 약 1만여 제곱미터 크기에 교실, 컴퓨터실, 급식실이었던 본관 건물 2동이 운동장을 마주하고 서있고, 그 뒤쪽으로도 건물 2동이 더 있다.

학교 외관은 그대로 둔 채, 그 쓰임새에 따라 내부를 재단장했다. 현재 책마을해리로 용도가 바뀐 여러 공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우선 책마을해리의 중요 공간으로는 본관 건물 교실 2개를 합쳐 만든 ‘책숲시간의숲’이다. 책마을해리의 규모 있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 공간에서 열린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12만 권의 책을 빼곡히 꽂아 넣어 누구든 와서 읽을 수 있게 했다.
 
 

▲ 교실 2개를 합쳐 만든 책숲시간의숲에서 열린 시인학교 모습.

책마을해리에는 ‘학교’가 많다
책마을해리에서는 출판학교, 미디어학교, 통통셰프, 인문건축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달 보름달 뜨는 주말저녁에는 늦도록 책 읽고 노는 ‘부엉이와보름달작은축제’가 열린다.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함께 보고 책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름방학이면 시인·그림책·만화·생태·서평학교 등 다양한 빛깔의 출판캠프를 열어 어린이, 청소년들이 스스럼없이 책과 친해지고, 책을 쓰고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새똥운’ 등 네 권의 어린이청소년시집과 ‘내가 작아졌다’ 등 두 권의 만화책, ‘고양이별’ 등 네 권의 그림책, 그리고 ‘손그림생태도감’과 청소년 서평집 ‘내가 믿는 사람은 나’ 등이 모두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함께 만든 책이다. 청소년동학캠프에서는 고창의 동학 유적을 돌아보고 취재하여 ‘청소년동학신문’을 발간하기도 한다. 

책마을을 둘러싼 월봉, 성산, 매남, 유암 마을의  마을학교인 ‘밭매다딴짓거리’도 매주 한 차례 문을 연다. 평생 일만하다 살아온 동네 할머니들이 목요일밤 책마을에 모여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 올해로 벌써 5학년이 된 마을학교 주민들은 ‘마을책, 오늘은 학교 가는 날’, ‘개념 없이 잘 사는 법’, ‘밭매다 딴짓거리’ 등 벌써 5권의 저자가 되었다. 특히 마을학교 김선순 주민은 지난해 ‘여든, 꽃’ 이라는 단독 그림책을 내기도 했다.
2016년 봄 고창군내 면단위에서는 처음으로 해리면 소식지를 창간했다. 이름하여 ‘마을신문 해리’. ‘마을신문 해리’는 책마을해리에서 기획, 취재, 편집, 제작까지 도맡아 만들었으며 해리면 마을·사람 이야기, 면·지역·향우회 소식 등을 실어 재경향우와 해리면민에게 배포했다.

책영화제는 많은 영화의 원천인 책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수많은 영화제 가운데 영화의 바탕이 되는 책이야기를 깊게 하는 영화제가 없다는 것에서 출발, 책과 영화 이야기도 ‘별 무리한 일은 아니려니’ 하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첫 책영화제의 테마는 ‘모험’. 여행과 모험을 담고 있는 책과, 그 책을 원천으로 하는 영화 여덟 나라, 스물여섯 편 책과 영화를 선보였다. 영화 상영 후 영화에 관련된 이와 책에 관련된 이가 이야기꾼으로 나와 영화보기에 참여한 사람들과 책과 영화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영화제로 책과 영화의 모험을 떠나본 책마을해리의 실험과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 버들눈도서관 내부.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책’
80년대 지어진 교사의 기숙사는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30여 명이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각종 출판 캠프 참여자들을 위한 숙박시설이다. 새로 지은 건물은 마을입구에 자리한 책마을의 작은책방 뿐이다. 여기서는 여느 서점처럼 책을 살 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별밤 책읽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책마을해리는 행정안전부 주관 공모사업인 ‘2018년 마을공방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돼기도 했다. ‘마을공방’은 개인주의 심화와 노인 소외문제, 세대 간 갈등문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조성되는 지역 단위 거점 공간이다. 누구나 예술가, 어디나 예술 공방 프로젝트로 다양한 인문·예술 공작 활동에 필요한 공간 조성, 지역 학교와 만나는 움직이는 예술 공방, 책 학교 인문창업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보함으로써 지역의 인구유출을 억제하고 나아가 인구유입을 통한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책공방·갤러리·나무공방·인쇄공방·예술스테이·작은책방·도서관 등을 갖춘 책 중심의 복합테마공간으로 자리한 책마을해리는 ‘책’을 매개로 지역활성화라는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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