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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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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
  • 김홍영 기자
  • 승인 2019.08.19 16:32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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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농사짓는 것처럼 책을 공동 생산하는 곳”
▲ 책마을해리를 만든 이대건 촌장(오른쪽)과 이영남 관장 부부.

문 닫은 학교를 책과 출판문화의 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가꾼 이는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다 귀향한 이대건(50) 촌장이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20년이 넘게 출판 편집자로 일하면서 오래전부터 책마을을 꿈꿔왔다.
“서울에 살면서도 언젠간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귀향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증조부가 세운 나성초가 폐교된 것이었죠. 선조가 어렵게 만든 공간을 다시 아이들이 뛰노는 곳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촌장은 1939년에 개교한 나성초등학교가 저출산 탈농촌으로 2001년도에 폐교하자 고향에서의 꿈을 이루려고 10여 년간 준비를 했다. 학교 설립자의 후손이라는 점이 학교를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6년부터 고향인 해리에 주말마다 내려와 책마을 꾸미기에 나섰으며 2012년도에 역시 책 편집자였던 그의 아내 이영남(버들눈도서관) 관장과 아이들도 고향으로 내려왔다. 교실 한 칸 한 칸 고치고 리모델링해서 도서관을 만들고, 책·한지·활자공방, 책숲, 마을책방, 갤러리 트리하우수 등을 만들며 어느새 개관한 지 7년이 흘렀다.
“단지 책을 읽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책을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책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품앗이하며 함께 농사짓던 과거의 마을처럼 책을 공동 생산하는 곳이 되길 바랐습니다.”

처음에는 이 촌장과 친분 있는 일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책마을해리를 찾았다. 차차 특별한 프로그램을 갖춘 공간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찾아오는 이들도 늘었다. 학교가 활기를 되찾자 마을 아이들도 자연스레 이곳에 드나들게 됐다.
“책을 만드는 일은 발신자가 되는 것이며, 곧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두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책 짓기를 통해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삶을 스스로 결정해나가는 법을 배우길 바랍니다. 그것이 이 공간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이 촌장은 특별한 사람만이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개인의 이야기가 모여 지역의 역사가 되고, 시대의 의미가 된다는 뜻이다. 이 촌장은 이러한 꿈을 이루고자 할 일이 남았다는 말로 앞으로의 계획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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