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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배움의 빛’ 새로운 세상을 밝히다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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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배움의 빛’ 새로운 세상을 밝히다 ⑥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7.08.14 11:22
  • 호수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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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미술·음악치료와 접목한 교육 진행’
▲ 초등학력인정반 학습자들의 수업 모습. 담당교육사는 학습자들의 열정에 2시간 내내 긴장하고 수업을 진행한단다.

청양군은 2008년부터 ‘찾아가는 초롱불 성인문해교육’(한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교육을 통해 한글을 알지 못했던 어른들의 자신감 회복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특히 배움으로 인해 좀 더 활기 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렇게 시작된 한글교육이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한글교육은 많은 비문해자들을 기쁘게 했고, 새로운 세상 밝은 빛을 선사했다.
이름 석 자는 물론 버스도 혼자 타기 꺼려했던 할머니들을 시인으로 만들었고, 백일장·시화전·편지쓰기 등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게도 했다.
이에 청양군은 더 한껏 힘을 내 ‘한글 모르는 사람 없는 청양’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 아래, 2016년부터 ‘문맹률 제로화 해’에 도전, 올해도 계속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에서도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청양의 문해교육을 포함 전국의 몇몇 우수 학습장을 둘러봤다. 문해교육을 통해 새 삶을 얻고, 밝은 눈으로 건강하게 100세를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군내 학습자들과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문해교육사들도 소개했다. 타 시군 사례 두 번째로 보령시의 찾아가는 배움교실을 소개한다. 보령시 교육체육과 평생교육팀 최광순 주무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말>

다양한 기관에서 한글교실 진행
보령시는 2011년 10월 ㈔한국문해교육협회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협회에 문해교육사 3급 교육과정을 위탁·운영했으며, 동년 12월 38명의 교육사를 배출했다. 이어 2012년 4월부터 성인문해교육을 시작했다.
‘배움교실’이라는 이름이었으며, 첫해는 11개소에서 123명이 수업을 받았다. 해가 거듭되면서 학습장 수는 물론 학습자도 늘어났으며, 6년째인 올해는 일반 학습장 33개소(324명), 초등학력인정반 1개소(15명) 등 34곳에서 한글교육이 진행 중이다.
보령시의 문해교육은 청양군보다는 3년 반 정도 늦게 시작했지만 ‘찾아가는 교육’ 방식은 같다. 특히 지자체에서 직접 한글교실을 운영하는 것에 더해,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은 다양한 기관에서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노인회보령시지회는 ‘행복경로당’에서, 명천종합사회복지관은 평생학습특성화 프로그램에 공모·응모 후 지원을 받아 문해교육을 진행한다. 시종합사회복지관과 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보령시에 있는 충남도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성인문해교육과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학습장에는 60대는 거의 안계세요. 대부분 학습자가 70~80대 이십니다. 또 다문화센터로 가지 않고 집과 가까운 마을회관으로 공부를 하러 오는 결혼이주여성들도 다수 있고, 취업 비자로 일을 하러온 외국 남성들도 간혹 있습니다.”

▲ 매년 열리는 문해한마당. 이날은 학습자들의 춤, 노래, 연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끼를 만날 수 있다. 또 학습장 사진부터 학습자들이 직접 완성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젊은 층 위한 문해교육도 운영
보령시는 20세 이상의 젊은이들을 위한 문해교실도 운영했었다. 어떤 이유로든 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교 밖에서 생활하다 20세를 넘긴 젊은이들이었으며, 이들도 미래의 비문해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문해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야학 개념으로 운영했었어요. 하지만 2014년부터 2년 여간 운영하다 폐지했습니다. 20세면 성인이니까 어른들과 함께 교육받도록 했는데 함께 어울리기가 힘들더군요. 어른들도 가끔 수업하시다 사소한 것으로도 아옹다옹하세요. 그런 것들을 젊은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폐지했고, 앞으로 사이버 교육 쪽으로 유도를 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올부터 중학과정도 운영하려 계획했지만 진행하지 못했다. 강사 모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학력인정과정에 예비중학과정도 포함·운영하려 했지만 이 또한 하지 못했다. 신청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교사 자격을 가진 분만이 강사를 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보니 모집이 어려웠죠. 올부터는 규정이 조금 완화됐어요. 중학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강사와 학습자를 다시 모집해 내년부터라도 운영해 볼 계획입니다.”

원하는 곳에 책상과 의자 지원
보령시에서는 매년 9월쯤 본예산 편성 전에 각 읍면동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성인문해교육 희망자를 파악 후 신청을 받고 있다. 이후 학습장을 개설하고, 3월부터 11월까지 연 80회를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간에 학습장 개설을 원하는 곳이 간혹 있습니다. 이런 곳에는 교육사와 교과서 등을 지원해 주고, 노트 등 학용품은 학생들이 자비로 구입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요. 학습장 중에는 3~4명이 전부인 곳도 있지만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다른 곳과 통합운영은 못하고 있어요. 어른들만 계셔도 학습장 간 텃새가 있답니다. 그래서 각각 운영하죠.”
또 학습자들이 원하면 책상과 의자를 지원해 주고 있다.
“학습자 대부분 고령이시다보니 의자가 편하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의자와 책상을 지원해 드리고 있어요. 그곳에서 공부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러시죠. 반면 싫다는 곳도 있습니다. 마을회관 겸 학습장이다보니 책상과 의자가 들어오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 학습자가 아닌 분들은 싫어하셔서요.”

수당 올리고 사고 대비 보험도 가입
보령시 찾아가는 배움교실 강사는 현재 17명이다. 처음보다 많이 줄었으며, 이들은 매주 2~3곳씩을 찾아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보령시 문해교육 예산은 2억 3460만원이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비용은 교육사들의 수당입니다. 보령시에서는 그동안 시간당 2만원을 지급해 드리다가 올해 5000원을 올렸어요. 거리에 따라 차등을 둬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고,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비해 보험도 들어드리고 있습니다. 매년 10월경에는 문해한마당 축제를, 12월에는 수료식을 개최하고 있고요.”
이곳에서는 지난 5월 충남도내 처음으로 문해교육사들을 위한 역량강화 연수를 열기도 했다. 교육사들의 사기 진작과 교육을 통한 전문성 강화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성인문해교육의 국내 동향’, ‘지역 특화 프로그램 개발 및 창의적 교수법 역량강화 특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고, 교육사들께서도 각자 사례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자리를 만들어 드리니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 주시더군요. 특히 교육사들께서 본인이 소지하고 있는 자격증을 수업과 연계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전하셨는데 인상 깊었습니다.”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한 문해교육사는, 한 할아버지 학습자가 그린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 담겨진 내용을 전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앞서 가면서 뒤에 오는 할머니를 뒤돌아보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내용을 물으니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단다. 최 주무관이 전한 문해교육사들의 사례 중 하나다. 
“위의 사례처럼 미술치료 외에도 음악치료사와 심리치료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소지하신 분들이 많아요. 이를 수업과 연계해 진행하시고, 그렇다보니 어른들도 좋아하시더군요.”

평생학습 프로그램에도 참여
보령시는 올 6월 29일 평생학습관을 개관, 4개의 강의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초등학력인정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보령의 초등학력인정반 참여 학생들 대부분은 옛날에 공부를 했지만 졸업장을 받지 못한 분들이세요. 연령층도 다양하고 부부도 계십니다. 시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평생학습관에는 기초 영어부터 민화그리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고, 성인문해 학습자들은 물론 교육사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학습관 2층에는 교육사들의 오랜 바람이었던 연구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교육사들은 어른들을 위한 수업준비는 물론 정보교환 등 교육에 필요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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