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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만 있으면 취약계층도 행복하다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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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만 있으면 취약계층도 행복하다 ⑥
  • 이순금 기자
  • 승인 2011.09.05 15:54
  • 호수 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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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 우수사례 … 여민동락공동체

충남형사회적기업과 농어촌공동체회사로 선정된 청양군내 사례에 이어 타 지역 사례를 통해 청양 발전 및 일자리 창출로 주민들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 있다. 이번 호에는 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 여민동락공동체(대표 강위원·41)를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6. 타 지역 사회적기업 및 공동체조직 우수사례
 시설 없는 복지 실천…여민동락공동체
7~8. 타 지역 사회적기업 및 공동체조직 우수사례
9. 일자리 제공을 통해 주민이 행복하게 잘사는 청양 만들기
 

여민동락은 농촌복지 지역공동체다.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밥을 먹으며 작은 시골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농촌의 삶터를 새롭게 살리는 지역일체형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여민동락은 ‘공경과 나눔’을 실천하는 노인복지에서 출발해 ‘복지시설 없는 복지’를 실천하는 생활공동체의 기틀을 다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1세기 블루오션은 바로 농촌
여민동락은 강위원 대표, 권혁범 노인복지센터장, 이영훈 사무국장 등 삼총사가 모여 탄생할 수 있었다. 아니 세 가족 여섯 명이 주춧돌이 됐다.(사진)  

“강 대표께서 대학 선배인데 ‘21세기 블루오션은 농촌이다. 농촌으로 들어가 살려보자’고 하더군요. 당시 강 대표는 인근에서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또 사무국장은 신학대학 출신으로 강 대표님을 만나 진로를 바꿨고요. 제안을 받고 2007년 2월 제가 먼저 마을로 들어가 복지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권혁범 센터장의 설명이다.  
여민동락이 위치한 묘량면은 강 대표의 고향으로, 영광군 11개 읍·면 중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광주에서 30분 거리임에도 관공서외 편의시설은 전무했고, 특히 7월 말 현재 주민 1988명 중 65세 이상이 735명으로, 주민들은 소농이거나 또는 소작으로 농사를 짓는 것 외에는 자체적으로 경제·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 세 부부가 귀촌해 여민동락을 탄생시킨 것이다.
“조사 당시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지역대표 및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고, 어르신 방문면접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넘게 조사하니 마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노인복지시설이더군요. 우선 건물을 짓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를 개소 후 재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08년 7월 1일부터였어요. 또 주인 없는 찻집 ‘동락’을 개소해 무료로 차도 마시고 전화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주민사랑방 역할을 위해서였죠.”
특히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는 ‘자립형 농촌복지시설’이었다. 국가 보조 없이 후원금, 부대사업 수익금 등으로 운영되는 자주적인 복지 모델을 만들겠다는 강 대표의 소신이 반영됐다.

경제·문화·교육 통합복지실천
조사결과 노인복지센터 다음으로 마을에 필요한 것은 공부방이었다.
“농촌 특성상 넉넉지 못한 조손가정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야학을 생각했습니다. 교회식당을 공부방으로 이용했고, 목사님은 교장을 맡아주셨어요. 저희들이 아이들을 가르쳤고요. 2009년 5월부터 운영했습니다.” 강 대표의 말이다.
자립형 노인복지시설 운영을 시작으로 학생들을 위한 야학도 함께 운영 해 가던 여민동락 강 대표는 농촌이 살기 위해서는 노인복지와 단순히 야학운영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지에 더해 경제·문화·교육 등이 충족돼야 농촌에 자리를 잡으려는 주민이 늘고 더불어 농촌이 살 수 있다는 것.
“여민동락 설립 3년 동안 16번 장례를 치렀어요. 농촌복지의 끝이 장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복지도 주민이 있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통합적 복지를 생각했어요.”
이에 여민동락은 우선 교육복지로 지역 교사들과 논의해 ‘여민동락을 중심으로 영광의 지역민들과 함께 지역내 묘량중앙초등학교 등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작은학교살리기 발전위원회’를 만들고, 폐교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생 모으기에 전력하게 된다. 기금을 모아 학생들이 학원을 무료로 다니게 하고, 통합버스 운행으로 인근 지역 학생들을 끌어 모은 것이다.
“귀농귀촌인이 늘어야 학생도 느니까. 귀농귀촌 문의가 들어오면 ‘아이 있어요?’하고 묻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또 귀농귀촌을 문의해 오는 사람들을 위해 빈집정보센터를 운영했고, 이런 과정을 총 정리해 귀농귀촌지원조례안을 직접 만들어 군에 전달해서 지난해 6월 귀농귀촌지원조례가 제정될 수도 있었어요.”
이와 더불어 여민동락에서는 지역민을 위한 공연개최와 의료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했다. 마을축제도 열었고, 운동회를 마을 축제로 연계시키기도 했다. 문화복지다.

할머니들이 만드는 모싯잎송편  
여민동락에서는 2009년 어른들이 행복하게 일하면서 천수를 누릴 수 있도록 여민동락 할매손을 개소하게 된다. 경제적인 복지 제공이다.
“대출을 받아 조립식공장을 짓고 2009년 9월부터 운영했어요. 모싯잎송편을 만드는 데 현재 67명의 지역 노인들께서 돌아가면서 한달에 3일 정도, 하루 3, 4시간 일하십니다. 한달에 15~20만 원 정도 가져가세요. 한 달 내내 일하는 것이 아니어서 어렵지 않고 송편 빚는 것은 어른들께서 잘하시는 일이라서 좋아하시죠. 처음 6개월은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리가 잡힌 것 같아요. 할매손에서는 지역 어른 모두가 골고루 일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여민동락에서는 휴경지를 임대해 지역민들에게 농사를 맡겼다. 첫해 1983제곱미터를 임대해 농작물을 심었고 이것이 현재 3만3057제곱미터로 늘었다. 이중 1만5537제곱미터에 모시를, 1만6528평에는 송편소로 사용되는 동부콩을 심었다. 나머지는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3만3000여 제곱미터가 한 곳에 다 있는 것이 아니고 7개 마을 11개 농장으로 나뉘어 있어요. 모시는 풀을 이길 만큼 번식력이 강하고, 또 1년에 다섯 번 수확을 해요. 가격도 비싸죠. 그래서 앞으로 모시 농사를 넓히려고 해요.”
여민동락 할매손 모싯잎송편은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며 주문량을 맞추느라 묘량면 노인들의 손길은 바쁘단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는 눈 코 뜰 사이가 없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송편을 빚는 일 외에도 모시와 동부콩 농사도 지역민들이 맡아 해 주고 있다. 

묘량의 명물 10원짜리 자판기
여민동락이 위치한 묘량면 소재지는 약국은 물론 차 한 잔 마실 공간도 없다. 노인들이 생필품을 사려해도,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살 수 있다.
“안타까웠어요. 고민을 하다 우선 주민들이 부담 없이 오셔서 차라도 한 잔 하실 수 있도록 주인 없는 찻집과 10원짜리 커피자판기를 설치했죠. 직원들이 망할 거라고 반대했지만 3개월만 해보자고 설득했어요. 10원은 환경부담금 명목이었죠.”
이후 커피자판기 앞에는 주전자와 1.8리터 생수 병을 가지고 와 담아가는 주민이 줄을 이었고, 100원짜리 동전을 들고 와 “오늘 내가 커피 쏠까?”하는 주민들도 늘었단다. 때문에 여민동락 직원들은 커피 재료를 보충하느라 바빴다.
“어느 날 자판기를 열어보니 1만 원짜리, 1000원짜리 등 돈이 수북하더군요. 주민들을 믿었던 제 마음을 알아주셨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10원 짜리 자판기는 마을 명물이 됐습니다. 노인전용 무료전화도 설치했어요. 어른들께서 어디든 전화를 거실 수 있습니다.”
강 대표는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중에 또 하나 생각한 것이 ‘이동 마을장터 운영’이다.
“마을에 가게가 두개 있었는데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어른들이 필요한 것을 사다드리자 마음먹고, 차를 한 대 구입했습니다. 자연마을 42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배달해 드리려고요. 자그마한 가게도 지었어요. 택배도 받아 배달도 해드리려고요. 가게 근무자로는 지역 어른들을 고용하려합니다.”

사람을 섬기는 농촌복지 실천
“가장 농촌스러움으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광주와 가까운 지리적 장점도 이용하고요. 여민동락에 후원을 보내주시는 분은 현재 450명 정도입니다. 이분들의 정성이 저희가 국가보조를 받지 않고도 지역민들을 위한 복지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후원자들께서 매달 5000원에서 1만원씩을 보내주고 계세요. 여민동락에서는 고추, 김장, 배추 등 먹을거리로 감사함을 전달해 드리고요.”
여민동락은 27개 지부가 있다. 다름 아닌 마을 경로당 등이 모두 지부다. 지부를 잘 가꾸는 일을 하는 것이 여민동락의 목표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작게 곳곳에’를 모토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수익사업과 후원자님들의 정성을 더해 규모만 키우는 콘크리트 복지가 아닌 사람을 섬기는 농촌복지를 계속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일을 시작한지는 5년 여, 설립은 3년째인 여민동락은 아직 가난하다. 하지만 직원은 물론 주민 모두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래서 강 대표는 힘이 솟구친단다. 
지역노인들의 아들·손자 노릇, 심부름꾼 노릇까지 자처하고 있는 여민동락 가족들. 이들은 고령의 노인들을 위한 행복노인일자리 사업단 운영으로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여민동락은 올해 농어촌공동체회사에 선정돼 연 5000만원씩 최고 2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노인복지에서 출발해 ‘복지시설 없는 복지’를 실천하는 여민동락공동체의 활동모습이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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