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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밤 글읽는 소리 울리는 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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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밤 글읽는 소리 울리는 와촌
  • 김명숙
  • 승인 2002.01.28 00:00
  • 호수 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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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통 와촌노인회 충효교실 한달간 운영
열이틀 달이 밝게 빛나고 별들이 더 초롱초롱한 한겨울밤 정산면 와촌마을에 낭낭하게 울려퍼지는 글 읽는 소리.

“유~ 세차 신사 12월(維 歲次 辛巳 十二月) …” 오늘은 축문을 배우느라 읊는 소리다.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시작한 지난해 12월26일부터 한달동안 밤마다 불을 환하게 밝힌 와촌노인회관 충효교실. 50여명의 학생들이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사자소학, 명심보감을 하루 3시간 이상씩을 배웠다.

마지막 4주째는 실생활에 필요한 축문과 지방 쓰는 법을 익혔다.
20년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겨울에는 한달간을, 여름에는 오후 한나절, 보름간을 와촌리를 비롯 내초, 신덕, 천장리 학생들과 정산지역 학생들에게 와촌노인회(회장 유희각 79)에서 충효교실을 열어 왔다.

1982년 천장초등학교 학구단위 노인회였던 와촌노인회에서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인가 뜻있는 일을 해 보자고 시작한 충효교실. 처음에는 냉골바닥에 빼곡히 앉아 앞 사람 등을 책상삼아 글씨를 쓸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노인회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충효교실 비용을 댄 보람으로 지금까지 역사가 이어지고 이곳서 배워서 장성한 사람이 그 자식을 보내고 있다.

올 겨울 충효교실에는 사자소학을 배우는 초등반 34명, 명심보감을 배우는 중등반 17명의 학생이 배웠다.

7살 양종각(정산초 병설유치원. 신덕리), 예지(정산초 3), 예슬(〃 6) 3남매를 비롯 초등 3학년부터 8년 다닌 유호선 학생(농공고 1년) 3남매, 대전, 인천 등 외처서 온 학생도 8명이나 되고 정산에서 밤마다 오는 학생도 16명이나 되는 등 열기가 식을줄 모른다.

초등반에서 4년, 8번을 수료하며 사자소학을 완전히 배우게 되면 초등생이라도 명심보감을 배우는 중등반으로 올라간다. 1학년때부터 다닌 3학년 김혜지·민지 어린이는 글씨를 제법 쓴다. 숙제검사도 철저하다. 그날 배운 것을 초등반은 10번, 중등반은 5번씩 써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후 3시30분경이면 충효교실에 나와 숙제도 하고 그날 배울 것을 예습한다.

김명수(66), 조동준(55) 선생이 20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해 오고 있는데 5시면 충효교실에 나와 학생들 숙제검사를 하고 소진관(74) 노인회 총무는 3시면 나와 문을 열어 놓고 학생들이 수업태도가 헤이하면 청양군무공수훈자회장 답게 힘찬 구령으로 바로 잡는다.

군내에서 유일하게 마을 단위로 충효교실을 열고 있는 와촌충효교실은 26일 한달동안의 배움을 마치는 수료식을 갖고 올 여름 충효교실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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