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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으로, 농업경영인연합회장으로 지천댐반대운동공동대표로 정신없는 한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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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으로, 농업경영인연합회장으로 지천댐반대운동공동대표로 정신없는 한해 마무리
  • 김명숙
  • 승인 2002.01.01 00:00
  • 호수 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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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면 녹평리 이태재·양선애씨 부부
▲ 누군가는 농토를 지켜아하지 않느냐며 활짝웃는 이들 부부 웃음 뒤에 비봉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 비봉산이 서서 든든한 후원자로 격려하고 있다.
비봉면 양사리서 빈농의 아들로 그것도 9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태재(49)씨.
중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질 땅도 변변히 없었지만 장남이라는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부모님과 흙을 모시며 35년을 살았다.

농사꾼에게는 땅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마련한 논 40마지기, 밭 3천평에 무거운 장남의 짐을 거름으로 부리고 나면 홀가분하게 농사일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새 그 어깨에 청양농업 발전이라는 큰짐을 짊어지게 됐다.

회원 670여명, 청양군의 가장 큰 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청양군연합회회장직을 맡아 3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것.
일복을 타고 났는지 2년의 임기동안 큰 일들 이 많이 생겨 아직도 물러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올해 청양의 최대 관심사였던 지천댐 반대 투쟁위원회 공동의장까지 맡아 분주한 한해를 보냈고 그의 고향 양사리에 주민 몰래 세워지고 있는 아스콘공장 반대운동에도 나서야 했다.

“원래 농업경영인 연합회장이 재임이 없어요. 그런데 제 임기동안 일어난 일을 해결하지 못한게 있어 유임됐습니다. 지난해 농가부채경감 투쟁때 구속됐던 김영래 회윈이 일찍 석방됐다면 회장이 바뀌었을텐데 제가 저질러 놓은 일을 해결 못했기 때문에 유임시켰습니다”

그일로 이태재 회장은 김영래씨가 구속되어 석방될 때 까지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153일간 청양농업경영인회 사무실에서 먹고자고 살았다.

“농민은 겨울철에 쉬면서 다음해 농사질 힘을 다시 추스려야 하는데 이이는 겨우내 사무실서 지내고 올해 농사일 하는데 꼭 죽을 것 같더라고요. 단체일 보다가 농사일이 밀리면 밤낮없이 일을 하는데 지쳐 돌아올 때면 혹시 그대로 쓰러져 못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싶었죠”

이태재 회장이 사방팔방 밖에서 대의를 위해 일할수 있도록 말없이 후원하고 있는 부인 양선애(47)씨. 경영인 회장 맡지 말라고 수없이 말렸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것 같아 더이상 못 말렸다. 대신 안팎으로 너무 힘들게 일하는 남편의 건강이 걱정스러워 올해는 밖의 일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회장이 경영인회장을 맡고 농민들에게 농가부채의 짐을 더 무겁게 하는 연체이자를 18~20%에서 16%로 내리도록 하는 농권보호운동과 농가부채경감 투쟁, 쌀값보장운동 등 농민들에게 당면한 큰 일들이 많았다.

“사실 신문에 날 사람은 제가 아니고 우리 회원들입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할 수있었던 것은 묵묵히 도와준 회원들과 11개 농민단체가 있었기에 김영래 회원 석방과 이번 쌀값보장투쟁때도 한달이 넘는 천막농성이 가능했고 봅니다”

무거운 직책을 맡아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회장, 전국에서 유일하게 11개 농민단체가 뭉쳐 연합체를 구성, 농민권익보호에 힘을 모아 성과를 얻을수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 유독 집회가 많았는데 농민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몸만 참여하는 것도 꺼려했으나 올해는 참여는 물론 서로 주머니를 털어 밥값을 보태고 경비를 내놓는데 눈물이 다 났다.
그러나 지천댐 반대운동때 보니 정작 지켜야 할 땅과 건물이 더 많은 부자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고 외면해 허탈감을 주기도 했다.

새해의 바람을 묻자 “더이상 벼가마 메고 집회에 참석하고 콘크리트바닥에서 밤샘농성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농민도 사람답게 살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느냐”고 답변한다.
그리고 뒤이어 그동안 군청과 각읍면사무소에 야적했던 벼가마들을 이날(26일) 치웠는데 고생한 읍면회장들에게 저녁을 사야 한다며 일어서다 한마디 했다.

“우리 집사람 하우스 농사질때 머리가 노랗게 변했었는데…. 없는 집에 시집와 농사일에 시조부모까지 모셨고 시동생들 가르쳐 결혼시키느라고 고생 많이 했죠. 세상에서 젤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쌀값투쟁, 지천댐 반대를 위한 거친 구호를 외치고 지독한 밤샘농성을 하며 농민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얼음장 같이 차거운 머리로 일해오던 이태재 회장도 말없이 내조하고 있는 부인을 앞에두고는 말할수 없이 뜨거운 정을 가진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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