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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했던 소년, 보석을 찾아내는 큰 소년 - 방송인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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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했던 소년, 보석을 찾아내는 큰 소년 - 방송인 홍석천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4.02.26 15:54
  • 호수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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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청양인

“중국식 잡채는 기름에 볶고 한국식 잡채는 물에 불려 무치지요.” KBS1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 회색과 검정 줄무늬가 있는 스웨터를 입은 홍석천 출연자는 명쾌한 답을 합니다. 방송인 홍석천은 대학개그제로 데뷔하여 코미디언, 배우, 요식업 사업가, 유튜브 채널 운영자 등 연예계를 누빈 지 30여 년이 되었습니다.

“연예인이 안 되었다면 지금쯤 그림을 그리고 있겠죠. 어렸을 때 그림을 잘 그렸어요. 중학교 때까지 여기저기서 상을 많이 탔죠. 고등학교 때는 미술반에 뽑혔는데, 미술반 선배들이 줄빳다 맞아야 한대서 안 맞고 그림 안 하겠다고 포기했죠. 색을 가지고 노는 것이 좋았어요.” 
파랑과 오렌지 계열의 색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홍석천의 맑고 반듯하고 매끄러운 목소리를 듣습니다.

유튜브 채널 ‘홍석천의 보석함’
 “제가 숨겨진 것들을 인스타그램(온라인 사진이나 비디오)을 통해 찾는 것을 평상시에 재밌어하는 사람이라서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를 끄집어내, 이런 친구들이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다른 연예인들은 유튜브 내용으로 먹방(먹는 방송)이나 술방(술 마시는 방송) 등을 많이 하더라구요. 저는 원래 남들하고 똑같이 하는 것을 싫어해요. 그래서 뭔가 저하고 어울리는 코드를 끄집어내 새롭게 만들어 보이는 것을 좋아하죠.”
“보석들은 다 남성입니다. 시청자를 명확하게 갖고 가는 동영상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지요. 저요? 제가 보석이라 생각한 적은 없는데, 굳이 보석이라 한다면 저 또한 원석 같은 거죠. 어디 숨겨 파묻혀있거나, 뭔가에 둘러싸여 있어 아직도 빛을 발하기에는 부족한 보석, 저는 그냥 다른 보석들을 돋보이게 하는 보석이겠죠. 제가 갖고 있는 능력들을 보고 누군가가 기회를 주거나, 아니면 저 스스로 만들던가, 더 열심히 해야죠.”
  

잘생긴 남성, 꽃미남 인증 토크쇼 ‘홍석천의 보석함’은 짧은 기간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채널입니다. 재미도 있지만, 후배 연예인들을 돋보이려 하는 홍석천의 마음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청양에도 괜찮은 동생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동생들이 있으면 길을 터주어야 할 텐데 그런 친구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요즘의 초‧중고생들은 미래 희망 직종으로 ‘유튜버(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선호합니다. 
“유튜버로 성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죠. 세상 돌아가는 방향을 빨리빨리 알아채야 하고, 그걸 또 전달하는 능력도 있어야죠. 무진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요즘 많은 어린 친구들이 유튜버가 되고자 하는데, 유튜브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유튜버는 연예인 되는 것만큼이나 힘들어요. 시작은 쉬운데 오래 계속되는 것이 힘들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죠. 돈 벌기도 힘들고요.”

-지난해 청양의 식당 등 몇 곳을 ‘먹방 유튜브’로 소개해 장사가 잘되고 있습니다. 
“보람되죠. 저희 채널을 통해 청양과 청양의 맛집을 알게 돼 직접 가 먹어본 사람들이 좋다고 말씀하시니까 굉장히 좋죠. 청양에 계신 분들도 덕을 보실 수 있으시고요. 소녀시대(걸그룹 가수)가 지금 부여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제공되는 정보의 힘들이 워낙 커서 지방을 살리는 데는 효과적이에요. 디지털 정보는 힘이 있어 청양 또한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외지 사람들이 우리 청양을 알게 되고 방문하게 되는 그런 이유들이 생기는 거죠.” 

-실시간 동영상 방송 ‘홍마담샵’에서 농어민과 소상공인의 제품을 주로 취급하였고, ‘이태원 신화’로 불릴 정도로 이태원 상권의 활성화를 이끌었습니다. 청양을 마케팅한다면요? 
“예전부터 청양은 청정지역, 고추‧구기자로 많이 알리고 있어요.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세우는 것처럼 청양의 특색도 돋보이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청양의 막걸리를 홍보하겠다 하면, 제가 알기로는 청양의 막걸리 양조장 중 다른 재료로 만드는 괜찮은 5곳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청양읍에 체험관과 거기에 맞는 음식(안주)을 같이 해서 막걸리의 본질과 가치를 전략적으로 판매해야 하는데, 특산물처럼 막걸리병만 전시해 놓고 ‘사 가라’ 식으로 접근하니 효과가 없는 것이죠.”
“천장호 출렁다리도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줘서 누가 봐도 정말 예쁜 명소처럼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지역의 출렁다리처럼 만들어만 놓고 그다음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으니 보러 갈 이유가 없는 거죠.”       
           
요리 사업가 ‘이태원의 황태자’
“저는 요리를 좋아하는데, 전문적으로 공부한 요리사는 아니고요, 재밌게 풀어나가는 걸 아는 사람이죠.”
-모든 면에서 다 재밌게 풀어나가잖나요(웃음)?
“네. 전 조금 그런 스타일이라서 요리나 식당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안 했던 것, 접근하지 못했던 것을 내가 풀어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운영해서 저희 가게가 잘 됐던 거예요. 외식업을 한 20년 했는데 제가 많이 지치기도 하고, 제 건강이 좋지 않아 정리하던 중에 코로나를 맞은 거죠. 시장도 안 좋아졌고요. 그래서 지금 한 4년 쉬고 있는데,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쉬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고.”

-태국요리를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하셨다고요?
“태국요리 좋아하죠. 제가 우리나라 말고 제일 좋아하는 나라가 태국이라서 자주 가기도 하고, 또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죠. 저에게 소울푸드(영혼의 안식을 얻는다는 음식이란 의미로 자신만의 추억을 간직한 음식)라면 꽃게탕인데, 우리 엄마가 끓여주시는, 지금도 청양 도착해서 엄마가 끓여 놓은 꽃게탕이랑 밥 먹었어요.”

-연예인이라서 힘들었던 점은요?
“하루하루 다 힘들어요. 남들한테 선택받는 직업이라서 제가 아무리 재능이 있고 뭔가 보여주려 해도 기회가 없으면 못 하는 거잖아요. 연예인은 노력이나 재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연예계는 항상 불안하고 일이 없으면 백수하고 똑같은 거니까요. 내가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하고, 찾아다녀야 하고, 오디션에 떨어져도 끊임없이 도전해서 봐야 하고…, 그런 상황으로 20대를 거치고 어느 정도 성공을 하고 자리를 잡았을 때는 내 아이디어로 뭔가를 만들어 내야되니까, 계속 공부를 해야 되는 거죠. 그게 없으면 연예계는 금방 인기가 떨어지고 일도 없어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30년 동안 하고 있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거기에다 대중에게 노출돼 있으니 개인적인 시간 없지, 맘대로 행동하거나 놀 수 없지, 한마디 한마디 말에 신경 써야지, 그런 스트레스에서 견뎌내야 하니까 쉬운 직업이 아녜요(웃음)”

-그래도 오랜 시간 이 길을 걸어온 것은, 좋은 점도 있는 것 아닌가요?
“부모님이 텔레비전에서 저 보고 기뻐하시니, 그럴 때가 제일 좋죠. 부모님 때문에 방송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어요. 안 해도 되는데…(웃음).”
-부모님께서 연예인이 된 걸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대학교 입학 때 연극영화과도 못 가게 하려고 엄마 아빠가 많이 고민하고 반대하셨어요. 법대나 경영대 가기를 바라셨죠. 그래서 제가 연예인 안 하고 감독하겠다고 거짓말로 설득했어요. 그 후로 제가 계속 도전하여 연예인이 되고 방송하는 것 보시고는 그때부터 조금 괜찮아지신 거죠. 뭐 수입도 좋고 하니까. 엄마 아빠는 제가 연예인 되면 밥도 못 먹을까 걱정하셨나 봐요(웃음).”

-본래 부잣집 아닌가요?
“우리 집요? 부자 아네요. 청양 시장에서 비단가게 하셨는데, 뭐가 부자겠어요, 엄마 아빠한테 용돈 받는 것 싫어서, 그런 것까지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제 용돈은 해결했어요.”

그냥, 따뜻한 사람으로
-연예인 중 팬서비스가 좋다는 소문이 많습니다.
“저는 그냥 사람들을 좋아하고요, 제가 힘들 때 변호해 주셨던 분들 덕분에 견딜 수 있었기 때문에, 복귀하고 나서도 저를 기억하고 좋아해 만약 사진이라도 찍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기꺼이 함께 찍어요. 저는 좀 그런 편이에요. 제가 부잣집 아들도 아니고, 잘난 것도 별로 없는데 좋아해 주시면 감사한 거죠. 그런 것들이 쌓여서 인기가 유지되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제 인기가 생긴 것은 아니니까요.”

-행복바이러스, 뭘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제가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서 좀 힘들어요. 너무 남들 위주로, 가족과 남 위해서 사는 것 같아서요. 지금 제가 50살이 한참 넘었는데 이제는 저를 좀 찾고 싶어서, 고민이에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것, 제가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할 재미있는 일, 그게 제 행복일 텐데… 무얼 해야 진짜 행복할지를, 그걸 찾고 있어요 지금.”
“그렇죠. 그동안은 성공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 열심히 일만 한 거죠.”
-지금부터는 서서히 본인만의 시간을 많이 갖겠다는 그런 뜻인가요?
“네”
-어떤 사람으로 불리길 바라는지요?
“저는 그냥 따뜻했던 사람으로 불렸으면 좋겠어요.”

-고향의 어르신께 한 말씀 해주시죠?
“고향이 시골이라는 것이 저한테는 굉장한 축복인 것 같아요. 만약 서울에서 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저의 인성, 이런 것이 지금하고는 다를 것 같은 느낌?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자연에서 뛰어놀고 자연과 함께해서 그 감성을 갖고 있어, 서울에서 그걸 바탕으로 성공을 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청양에 올 때마다 항상 마음이 편하고, 부모님 뵐 때마다 건강하셔서 감사하죠.”
“가족들과 옛날얘기 하시면서, 행복한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실,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사를 늦게 전해드린 점 양해 바랍니다.)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엄마 아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효자, 방송인 홍석천은 많은 역할로 그에 맞는 이름 또한 많지만 소박합니다. 따뜻하고 소박한 마음은, 지구상의 모든 이에게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어디에서든 무엇에게든 편견을 없애고자 합니다. 고향을 떠나 낯선 한국땅으로 온 외국인을 위하고, 흙 속에 파묻힌 여린 보석들을 빛내기 위함이지요.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슈 픽 쌤과 함께’와 ‘이웃집 찰스’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최파타’ 등 여러 동영상 매체에서 진심으로 선한 영향력을 나타냅니다.

본인 역시 다른 보석을 더 빛내 보이는 원석이라서, 누군가 끄집어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석함’을 운영하며 다른 보석을 찾아 끄집어내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문득 듭니다. 다시 이태원을 살리기에 마음을 두고 있더라도, 진실로 본인만의 행복할 재밋거리를 꼭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락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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