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남 / 경기도 오마중 교감(대치면 상갑리 출신)
얇은 흙바람 벽과 갈퀴나무 불만으로는
겨울바람은 시렸다.
밤이면 대밭을 스쳐온 사나운 바람이
‘부르릉 부르릉’ 문풍지 끝에서 울어대고,
지난밤을 서서 바람맞은
늙은 암소 입 언저리에는 얼음이 매달려 있다.
마당 가 감나무도
꼭대기 매단 까치밥마저 무거운 듯,
힘겹게 삭정이처럼 버텨야 했다.
초가지붕은 밤새 내린 눈에
허리 구부려 깊은 잠에 빠지고,
처음 글씨 배우는 아이의 연필 자국처럼
집 집마다 구불거리며 헤쳐 놓은 죽 가래 길.
사랑방 부엌에서 아버지는,
하얗게 김이 피어오르는 솥뚜껑을 열고,
쇠죽을 퍼서 여물통에 부으셨다.
이윽고 해가 오르고,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은
한 방울씩 햇빛을 물고
낙수(落水) 되어 내려가고
윗방 마루에 걸어놓은
곶감에서는 하얗게 꽃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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