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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등반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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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등반을 마치며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4.01.08 11:04
  • 호수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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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 서울시 금천구(장평면 적곡리 출신)

대한민국의 산하(山河)는 아름답다
몇 해 전 “한국 100대 명산”을 읽고 나도 계획을 세워 등반하고 싶은 욕망(欲望)이 문득 생겼다.

100대 명산은 산림청, 블랙야크, 한국의 산하 등에서 발표한 것을 토대로 내가 몇 개는 재구성 해 확정했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은 누가 뭐라 해도 자타가 공인하는 산들이고 마니산, 경주 남산 등은 산세가 수려하거나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산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가치와 문화유산 덕분에 선정됐다. 그러나 함백산(1573m)은 남한에서 5번째 높은 산임에도 인접 태백산에 치여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고 일부 산들도 지역에 따라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주말에 산을 찾다보면 코로나19 이후 등산 인구의 증가로 100대 명산에 도전하는 등산객들이 많아졌다. 
나는 99산을 마치고 오늘 담양 추월산을 가기위해 큰아들과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사실 추월산은 서울에서 멀리 있고 많이 알려지지 않아 산악회에서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늦어져 아들의 시간을 빌리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관찰하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 내리던 비는 계속되고 눈발까지 날린다. 고민 끝에 우리는 오전 6시 50분 서울을 출발 눈길을 가르며 달려 오전 10시 35분 전남 담양 국민관광단지에 도착하니 담양호 건너 인공폭포는 추위와 눈은 개의치 않고 힘찬 물줄기를 자랑한다.

추월산(秋月山)은 일몰과 일출의 모습이 뛰어나단다.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군에 거쳐있는 산으로 높이 731m에 전남 5대 명산의 하나이며 가을에 보름달이 산을 닿을 만큼 드높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린 배낭을 점검하고 등산길에 오르며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도 찼다.

오르는 길은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석벽(石壁)이 많고 춘하추동 4계절에 걸친 산모습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데 오늘은 눈이 날리며 쌓인 관계로 아쉬움도 있다.

1.2km 쯤 오르니 산중턱 650m  지점에 고려 때 건축하였다는 보리암(菩提庵)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느낌으로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보조국사가 지리산 천왕봉에서 나무로 깎은 매 세 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그 중 한 마리는 장성의 백양사 터, 한 마리는 승주의 송광사 터, 한 마리는 추월산 보리암 터에 내려 앉아 절을 지었다고 한다.
숨을 고르고 정상을 향해 걷는데 아들이 힘든 기색이다. 보리암에서 오르는 계단은 천국의 계단(1122개)으로 경사도가 매우 심하다.

봉우리를 넘고 너머 정상에 도착하니 바람과 함께 호락호락하게 내주지를 않는다. 나는 목적이 있어 우선 인증사진을 찍으려 하니 아들이 배낭에서 프랭카드(Placard)를 꺼낸다. 

“100대 명산 완등을 축하합니다-사랑하는 가족”이라는 문구와 함께 멋진 걸게 그림에 미쳐 생각하지 못한 내게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현수막을 들으니 눈바람이 매섭게 몰아쳐 감격에 문구를 예쁘게 담을 수가 없어 야속했다. 

오후 1시를 지나니 추월산 정상은 얼기 시작하고 등산화는 젖어 천근은 되는 것 같아 불편하나 내려가는 게 우선이다.
안전에 심혈을 기우려 난간과 로프에 의지한 채 4시간 20분의 등반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것이 가족 사랑인가?
아들과 함께 100대 명산을 마무리하게 돼 두고두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 같다. 
염려와 성원해준 가족, 친구, 지인들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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