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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길, 달뿌리풀 꽃이 되었습니다 –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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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길, 달뿌리풀 꽃이 되었습니다 – 참새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3.12.18 11:44
  • 호수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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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 세상 둘러보기

‘아빠새가 부리 가득 먹이를 물고 와 둥지 아래 줄기에 내려앉습니다. 둘째의 기척이 없자 둥지 입구로 접근합니다. 이상하다는 듯 둥지 안에 고개를 살짝 넣어 기척을 하고 다시 잠시 기다리지만 둘째의 모습이 보일 리 없습니다. 이제는 고개를 완전히 숙여 둥지 안을 살피다 둥지가 빈 것을 알아차리고는 깜짝 놀란 듯 날아가 둥지가 잘 보이는 남서쪽 소나무에 내려앉습니다.’- 김성호,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중에서 인용

딱딱한 부리, 비닐로 감싼 다리, 날개, 깃털로 덮인 몸, 딱따구리와 까치와 참새 등 조류(鳥類)의 특징입니다. 가장 작은 종은 벌새이며 가장 큰 종은 타조입니다. 머리에 비해 눈이 큰 새들은 시신경의 발달로 시력이 예민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가장 가깝게 살고 있는 대표적인 텃새로 참새가 있습니다. 도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는 잡식성으로 봄에는 꽃의 꿀을 먹고, 여름에는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가을에는 풀씨나 벼이삭을 주로 먹으므로 논 여기저기에 각양각색의 허수아비를 세우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등에 머리를 박고 먹이를 찾습니다. 새들은 보통 그들 체중의 1/5을 먹이로 먹지요. ‘세계 참새의 날’은 3월 20일입니다. 

참새는 원래 ‘ㅊㆍㅁ’으로 ‘좀새’, 작은새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물명고』(1824년)에 의하면 한자어로 작(雀)이며, 와작(瓦雀)·빈작(賓雀)·가빈(嘉賓)이라고도 하였습니다. 특히 늙어서 무늬가 있는 것은 마작(麻雀), 어려서 입이 황색인 것은 황작(黃雀)이라 하였지요. 여성생활백과 『규합총서』(1809년)에는 참새를 ‘진쵸(眞隹)’라 하였습니다. 옛날 제주도에서는 밤주리새이·밥주리라 불렀습니다. 참새는 세계적으로 50여 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참새, 섬참새, 집참새 등 3종류가 있습니다. 섬참새는 울릉도에서 흔하게 번식하는 여름 철새로 강릉 동해 등 강원도 해안에서 월동합니다. 집참새는 흑산도(2006년)와 보령 외연도(2010년)에서 각각 수컷 1개체씩 관찰되었답니다. 

갈색머리에 아금박스러운 검은 부리, 눈 밑의 얼굴과 목둘레에는 흰 목도리를 둘렀습니다. 검은색 체크무늬의 등과 가는 흰 띠를 두른 날개로 처마나 건물 틈새 혹은 나뭇가지에 풀이나 이끼로 둥지를 틉니다. 다른 새가 버린 둥지나 까치집도 곧잘 빌려 쓰지요. 봄과 여름 사이에 낳은 4~8개의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보름 정도 자라면 둥지를 떠납니다. 1년에 3번 정도 번식을 하며, 여러 쌍이 가까이서 새끼를 치기도 합니다. 오래 살면 15년까지도 살지만, 보통 5~6년을 삽니다. 

다리가 워낙 가늘다 보니 통통 튀는 듯 걷습니다. 누구는 오두방정을 떠는 것 같다고도 합니다. 모래에 몸을 파묻고 모래를 몸의 여기저기 끼얹는 특징도 있습니다. 목욕하는 것으로 깃털 사이의 기생충을 제거하는 행동이지요.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털을 부풀려 빵빵해진 땡그란 모습입니다. 어린 새들은 무리 지어 생활하며 밤에는 미루나무나 대나무숲 등에 잠자리를 정합니다. 어미새는 처마나 건물 틈새, 인공새집 등에서 혼자 잠을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새도 어릴 때부터 보살피면 애완견 못지않게 사람을 잘 따른답니다. 

녹색길 지천가의 달뿌리풀 속에 찍찍짹짹 여럿이 모여있었던 듯 갑자기 날아오릅니다. 크기도 작지만, 상당히 겁이 많고 경계심이 심해 근처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포르르 날아갑니다. 건너편 미루나무에 옹기종기 모여 앉습니다. 먼발치에서 보면 오동통한 갈색 꽃봉오리 같습니다. 
읍내리 한 아파트의 관리실아저씨는 1년 열두 달 새 쫓기에 하루가 짧습니다. 늘 빗자루를 들고 나무 밑에 서 있는 것도 일과입니다. 뭇새가 나무에 앉아 똥을 싸면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이었지요. 낙엽도 다 쓸려간 어느 날 빗자루도 아저씨의 목소리도 사라졌습니다. 잎이 무성했던 나뭇가지를 줄기 가까이서 모두 잘라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참새를 잡아 구워 먹기도 했습니다. 참새가 흔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기술이나 도구 없이 요령만 있으면 참새를 잡을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겨울철이면 포장마차에서 술안주로 팔던 참새구이죠. 곤충을 먹은 여름 참새보다 알곡을 먹은 겨울 참새가 맛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납일[臘日: 조상이나 종묘, 사직에 제사 지내던 날로 동지 뒤의 셋째 술(戌,개)일이나 미(未,양)일]에 많이 잡아 구워 먹어서 납향절식의 하나로 꼽기도 하였습니다. 옛 어르신들은 참새를 10월~정월까지만 잡아먹었습니다. 어미새가 잡히면 둥지에 있는 새끼들이 굶어 죽기 때문이었지요. 헝가리에서는 참새똥을 브랜디에 섞어 마시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답니다. 믿거나 말거나죠. 

참새 관련 속담도 여럿 있습니다. 눈치가 매우 빠른 사람에 대해 ‘눈치가 참새 방앗간 찾기다’, 이익을 보고 가만히 있지 못 하는 욕심 많은 사람에게나 좋아하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라고 하지요. ‘참새는 죽어도 짹한다’, ‘참새는 작아도 일만 잘한다’, ‘참새 굴레 씌우겠다’, ‘참새가 아무리 떠들어도 구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등등요. 

참새꿈은 보편적으로 좋은 꿈이랍니다. 날아다니는 참새꿈은 그동안의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일이 잘 풀리게 되는 길몽이지요. 아기참새꿈은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결실을 보는 꿈이며, 전깃줄에 앉은 참새를 보거나 잡는 꿈은 금전운으로 빠른 기간에 많은 재물이 생길 수 있답니다. 선남선녀가 참새 둥지를 보는 꿈을 꾸게 되면 연애운이 상승하여, 연인과 혼담이 오가거나 둘의 사이가 더 좋아지지요. 만약 참새가 시끄럽게 지저귀는 꿈을 꾸었다면, 구설에 휘말릴 수 있으니 언행을 조심하여야 합니다. 
 
며칠 후면 동지(冬至)입니다. 동지와 함께 한 해도 다 가고 말았습니다. 올 한 해 또한 열심히 살아오신 모든 분의 잠결에 새해를 맞이하는 명랑한 참새꿈, 수많은 참새가 멋지게 나는 꿈이 깃들면 좋겠습니다. 
    <김현락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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