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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는 절대 ‘김장’ 못 하지요 -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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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는 절대 ‘김장’ 못 하지요 - 무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3.11.21 10:24
  • 호수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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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 세상 둘러보기

하룻밤은 늦게까지 마늘을 깝니다. 또 하룻밤은 생강과 쪽파를 다듬습니다. 또 하룻밤은 청갓‧홍갓을 썰고, 잘 닦은 무를 채칼로 썹니다. 배추는 지난밤 소금에 절여놓았습니다. 아침 일찍 절인 배추를 닦아 엎어놓습니다. 며칠에 걸쳐 마련한 양념 재료를 섞습니다. 먼저 무채에 고춧가루를 넣습니다. 무에 색을 입히고 매운맛의 간이 배어들게 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멸치액젓을 넣습니다. 새우젓과 찹쌀풀, 다진마늘과 생강을 넣어 섞습니다. 식성과 지역에 따라 생새우나 갈치 등 해산물을 넣기도 합니다. 이쪽저쪽으로 양념 재료를 뒤집어 고루고루 다 섞은 후 쪽파와 대파, 갓과 미나리 등 채소를 넣고 다시 섞어 배춧속(양념)을 완성합니다. 

‘김장’은 소금, 젓갈, 고춧가루로 간을 맞춰 겨우내 보관하며 먹는 대표적인 한국음식입니다. 배추와 무를 주재료로, 갖은양념을 부재료로 하지요. 
‘무’는 뿌리채소입니다. 배추‧고추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채소지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래됐으며, 이집트의 피라미드 비문에 이름이 있을 정도로 재배 시기가 아주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와 함께 중국에서 들어와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던 듯하며, 문헌상으로는 고려시대에 중요한 채소로 취급되었다는 기록이 있답니다. 
 

무는 김치뿐 아니라, 나물이나 국 조림 등 많은 음식의 다양한 요리 재료로 사용합니다. 계절, 품종과 부위, 재배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냅니다. 쓰임도 다릅니다. ‘여름무’는 쓴맛이 강하고 ‘겨울무’는 단맛이 강합니다. 더위에 약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특성 때문이지요. 겨울에도 노지재배가 가능했던 무는 옛날 먹거리가 귀했던 겨울을 지내는데 중요한 채소였습니다. 얼지 않게 흙 속에 저장하여 다음 해 봄까지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겨울밤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간식이었습니다. 달콤하고 알싸하고 시원합니다. 

무수, 무시라 부르기도 하며 한자어로는 나복(蘿蔔)입니다. 끝이 갸름한 조선무, 짧고 뭉툭한 중국무, 길고 호리호리한 일본무, 알타리무라 불리는 총각무(달랑무), 육질이 단단하고 동그라며 줄기가 옆으로 퍼지는 게걸무, 다발무 등의 품종이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봄‧여름‧가을‧월동무와 하우스‧터널무가 1년 내내 있습니다. 무씨를 뿌려 싹이 올라와 손바닥 길이만큼 자라면 튼튼한 싹은 무로 키우고 자잘한 싹은 솎아 나물로 사용합니다. 솎아주어야 무가 크는데 지장이 없을뿐더러, 건강한 종자를 찾아 알찬 무를 얻기도 하는 것이랍니다. 
무가 얼마나 기르기 쉽고 빨리 자라는지, 『농포문답』(1750년경, 정상기)에는 ‘전쟁에 나서려면 무 씨앗을 챙겨 나가는 것이 좋다’고 나온답니다. 무는 물만으로도 잘 자라기 때문이지요. 

주로 남쪽 지방과 제주도에서 12월~3월에 생산되는 ‘월동무’는 달고 맛이 좋습니다. 뿌리가 단단하고 매운맛이 적습니다. 추위에도 강해 바람이 잘 들지 않고 아삭합니다. 봄철에 시설재배와 노지재배를 하는 ‘봄무’는 수분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약 2개월 정도면 다 자랍니다. 일반 무에 비해 작은 ‘총각무’는 전분이 많고 매운맛이 강해, 김치를 담그면 익어야 매운맛이 사라집니다. ‘열무’는 어린 무로 재배 기간이 짧아,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습니다. 길이가 긴 ‘일본무’는 중국에서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이지요. 

수분이 많은 무청은 아삭한 식감을 내며 물김치로 사용되며, 무청과 가까운 부분은 단맛이 많아 생채나 샐러드에 적합합니다. 조직이 단단하고 아삭한 중간 부분은 국이나 전골‧조림 등으로, 뿌리 부분은 맛이 알싸하고 단단해 무나물이나 익히는 요리에 적합하지요. 무는 모든 생선과 잘 어울리지만, 특히 문어를 연하게 하고 특유의 냄새를 없애줍니다. 

무에는 감기균(菌) 억제 기능이 있는 성분(메틸메르캅탄)이 있어 감기 예방에 좋습니다. 독성을 제거하는 성분(글루코시노레이트)도 있어 식중독 예방과 항암효과도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위장 기능을 높여 소화도 잘 시킵니다. 수분과 섬유질이 많아 숙취 해소 및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열량은 낮지만, 포만감이 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하지요. 
한방에서 무씨는 나복자(蘿葍子)라 부르며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생으로 복용하여 토하는 것을 도와주는 단방(한 가지 약재로만 사용되는 처방)으로 쓰인답니다. 예전 어르신들은 음식을 먹고 속이 더부룩할 때 무 하나를 깎아 먹으면 최고였지요. 금방 트림을 하며 속이 편안해집니다. 무를 날로 먹으면 트림이 나와서 좀 그렇긴 하지만요. 

무는 써는 방법에 따라서도 다른 음식이 됩니다. 총총 칼날이 박힌 채칼로 썰면 무나물이나 생채가 되고, 나박나박 썰면 나박김치, 깍둑깍둑 썰면 깍두기, 납작하고 길쭉하게 썰어 좋은 볕에 말리면 무말랭이가 되지요. 생채용은 수분이 많고 파란 부분이 많은 무를, 깍두기용은 수분이 많고 단단하며 윗부분은 푸르고 흰 부분이 많은 무를, 김장철 총각김치용은 단단하고 동글한 작은 무를, 동치미용은 무청이 싱싱하고 윗부분이 파랗지 않은 무를 선호합니다, 단무지용은 푸른 무청에 몸통이 희고 길며 끝부분이 쪽 빠지고 잔털이 없는 일본무가 좋답니다.     

입동 절기의 손 없는 날, 장승2리 산기슭 마을이 떠들썩합니다. 김장을 하는 날입니다. 늦여름부터 내내 높고 맑은 햇볕과 바람을 받으며 잘 자란 배추와 매끈한 무가 쌓였습니다. 일흔여섯의 이순희여사는 김장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큽니다. 본인이 손수 농사지은 최고의 무와 배추에, 더 최고의 고춧가루로 양념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순희여사가 버무린 김치를 먹습니다. 맑은 하늘의 기운이, 땅의 푸근함이, 부드러운 마음이 입안 가득 찹니다. 이순희여사의 사랑법이지요. 맛있습니다.     <김현락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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