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영 한국시사문단 작가협회 회원(시인, 장평면 적곡리 출신)
버스가 칠갑산을 너머가는 중이다
운전수는 어둑한 하늘만 바라보며
달팽이처럼 빙글빙글 돌고 돌아서
한티고개를 힘겹게 너머가는 중이다
커브길 낭떠러지 운전수 차를 멈춰
버스 앞 신작로 맨땅에 돗자리 펴고
조수와 둘이서 산신령께 절을 한다
먼저 간 이들과 승객의 안전을 빈다
네댓 명 승객들은 바라만보고 있다
험준한 고개 행여 사고 날까 두려워
살금살금 기다시피 한 시간 넘던 고개
대치터널이 뚫여 한 숨이면 통과한다
참 좋은 세상, 옛 분들이 부러워할 노릇
구 한티고갯길 개옻나무 붉은 단풍이
그리워지는 계묘년 가을 어느 날이다
※한티고개: 한티는 큰 고개로 대치(大峙)의 우리 말이며 청양과 정산을 오가던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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