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는 바람의 나무(楓)입니다. 나무의 열매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이지요. 씨앗은 솔씨(소나무 씨앗)처럼 매미 날개 같은 고운 바람개비를 안고 태어납니다. 어미나무의 꿈입니다. 자신으로부터 멀리, 더 멀리 날려 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미지의 땅에서 굵고 크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두 개의 타원형 날개가 붙어있는 단풍나무, 나무의 날개열매는 잘 영글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집니다. 바람을 잘 타면 100미터까지 날아가지요. 날개열매의 모습을 보고 발명가들은 프로펠러를 만들었습니다.
나무들은 더 이상 생장을 포기했음을 단풍빛으로 알려줍니다. 슬픔을 노랑과 붉음으로 표현하지요. 단풍나무 밑에서 가을편지를 읽습니다. 단풍잎이 순하게 펄럭이자 날개열매는 금방이라도 바람을 타려는 듯, 붉은 채비를 마쳤습니다.
<김현락 편집주간>
저작권자 © 청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