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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홍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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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홍보 논란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3.07.24 11:34
  • 호수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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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신문을 통해 ‘생물농축 가능성’ 등 우려를 괴담 단정
시민사회, “방류 두둔이야 말로 괴담”…정치적 선동 지적

충청남도(도지사 김태흠)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를 가짜뉴스이고 괴담이라고 단정하는 기사를 게재해 논란이다. 
충청남도는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고 먹어도 된다는 어민의 의견을 적극 알리기 위해 국무조정실이 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 자료를 그대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충남 시·군의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치는 데다, 기사 내용도 일본 정부가 주장할 법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충청남도가 발행하는 충남도정신문(발행인 충남도 정무부지사, 편집 공보관실)은 지난 15일 자 9면 그래픽 뉴스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수산물 안전’에 대한 문답을 실었다.국무조정실이 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 자료
충청남도가 발행하는 충남도정신문(발행인 충남도 정무부지사, 편집 공보관실)은 지난 15일 자 9면 그래픽 뉴스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수산물 안전’에 대한 문답을 실었다.국무조정실이 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 자료

충남도가 발행하는 ‘충남도정신문’(발행인 충남도 정무부지사, 편집 공보관실)은 지난 15일 자 9면 그래픽 뉴스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수산물 안전’에 대한 문답을 실었다. ‘충남도정신문’은 월 3회(5일, 15일, 25일), 매회 5만 1000여 부가 발행되고 있다. 
모두 8개의 문답으로 작성된 그래픽 기사에서 충남도는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등 8개 문항을 소개한 후 모두 ‘가짜뉴스’ 또는 ‘괴담’이라는 딱지를 붙었다. 각 문항마다 괴담이라고 밝힌 이유를 항목별로 짧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일본은 오염수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기준치보다 훨씬 적게 떨어뜨려 배출할 계획이고  처리된 오염수에는 커피, 바나나보다 방사성 물질량이 훨씬 적다.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 우리 바다 덮친다?
해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가짜뉴스다. 여기까지 오는데 보통 4~5년, 최대 10년 걸린다고 해양과학자들은 분석한다. 캐나다와  미국은 오염수가 먼저 도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괴담이 퍼지지 않았다.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기 전까지는 이 지역 수산물을 절대 수입하지 않을 것이다.

△후쿠시마산 우럭이 우리 바다까지 헤엄쳐 온다?
불가능한 주장이다. 우리 연안까지 헤엄쳐 올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

△(일본이) 다른 방법도 있는데 돈 아끼려 방류한다.
바다 방류는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처리방식이다. 매립보다 비용이 적게 들지만, 비용 부분만 부풀려 과장하는 건 정치적 선동이다.

△정부가 IAEA(국제원자력기구)만 믿고 검증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과학자들이 IAEA검증팀에 참여하고 있다.

△삼중수소는 어류에 농축돼 생태계를 파괴한다?
일본은 오염수 삼중수소를 1500베크렐 이하로 떨어뜨려 배출할 계획이어서 전문가들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말한다.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소금 오염된다?
소금을 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것이므로 소금에는 삼중수소가 남아있을 수 없다.
 
일본정부가 할 해명과 홍보 충남도가 왜 하냐
이를 놓고 충청남도가 질문 내용을 과장해 도민들의 우려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성 오염물질이 우리 바다로 흘러오는 데 대한 우려를 ‘범벅’으로 표현하고, ‘정부가 검증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은 ‘검증하지 않았다’고 단순화해 질문하는 방식이다.
특히 잘못된 답변을 통해 충남도가 또 다른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오히려 여러 전문가는 “유기물과 결합하는 삼중수소는 그냥 삼중수소보다 더 오래 체내에 머물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생물농축 가능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부에서 ‘괴담’이라고 하는데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실제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선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된 농수산물이 나오고 있다. 2022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농수산물 방사성물질 검토 보고서를 보면, 검사를 진행한 농수산물 3만 6000여 건 중 11.0%에서 세슘-134 같은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두릅과 죽순에선 검사 시료 중 21%, 산천어 등 수산물에선 5.3%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에 대해서도 ‘보편성과 공평성을 찾기 어렵다’는 전문가 지적이 많다. 게다가 바다에 배출된 방사성 물질이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돼 생물학적 영향을 일으키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종합적인 연구를 하지도 않았다.
또 일본이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려는 이유가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해양 방출, 수증기 증발, 전기분해, 지하 매설, 지층 처분 등의 대안 중 해양 방류는 바다로 연결하는 파이프 공사만 하면 돼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충남도를 이를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서해안을 끼고 있는 충남이 일본 정부가 할 법한 해명과 홍보를 왜 앞서서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충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충남지역 어민들과 도민들의 여론을 담아 충남 시·군의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결의문을 채택했거나 논의하고 있다”며 “충남도의 눈에는 이게 다 가짜뉴스와 괴담에 속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일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민들의 우려 해소를 위해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에 도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일본 시민들도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를 두둔하는 저의가 뭐냐”며 “이거야말로 가짜뉴스이고 괴담이자 정치적 선동”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고 먹어도 된다는 걸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게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게재 내용은 관련 과를 통해 받은 것으로 국무조정실에서 작성한 것을 요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충남도의회 운영위원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및 국민 안전과 해양생태계 보호 대책 촉구 결의안’을 상정했다. 
표결에는 운영위원회 의원 10명 중 8명이 참여했으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5명)이 반대하면서 결의안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바 있다.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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