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풍경
장미그늘에서 할머니 장미꽃잎을 줍고 계신다. 뭐에 쓰시게요? 쓰긴, 우리 집 빈 화분 덮으려구.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손 안에 가득 담겼던 붉은 꽃잎들이 날린다.
청양읍 휴먼시아아파트 울타리는 매년 이맘때면 참 예쁘다. 초록과 빨강의 어울림 때문이다.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시고, 꽃은 날린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연인에게 선물할 장미를 꺾다 가시에 찔렸다. 그 상처가 덧나고 곪아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장미 ‘가시’는 고통과 지혜의 상징이다. 고통의 끝은 지혜에 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김현락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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