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 시
산들은 연분홍 치마를 입었고
뻐꾸기는 낮은 가지에서도 성숙하게 울었다
어린 제비는 어미 새의 지저귐으로 돌아왔고
어린 처녀들은 바구니 들고 송홧가루 속으로 갔다.
조팝나무 어우러진 옥수수 빛깔의 뜰에서
백합 빛 얼굴에 앞니가 가지런한
단발머리 여자애 입에서 웃음이 번졌다.
허무하게 텅 빈 대나무는
내린 비에 초록빛 잔치에 빠져들고
봄밭을 가는 어미 소 따라 송아지는
먼 아지랑이를 보며 겅중거렸다.
버드나무 껍질마다 물이 차오르듯
연둣빛 봄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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