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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3.03.13 16:03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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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남(대치면 상갑리 출신/ 경기도 오마중 교감)

 

일 몰

유철남(대치면 상갑리 출신/ 경기도 오마중 교감) 

해는 어제의 그것일 텐데
오늘 지는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네.

나로 인해가슴 탄 이 없었을까.
입술 메마른 이 없었을까.
눈물 쏟은 이 없었을까.

이 한 몸 살자고
배신한 적 없었나.
약속 저버린 적 없었나.
남 무시한 적 없었나.

감사하다고 허리 숙여 인사할 사람 없었을까.
미안하다고
머리 조아리고 인사해야 할 사람 없었을까.

해가
가라앉으면서 이르는 말

더 낮아져라.
끝없이 낮아져라.
바닥까지 낮아져라.

두려워 말라.
끝없이 낮아져도
아무도 널 밟지 않는다.

스스로 높아지려 한다고.
높이 안 보는 것처럼.

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영원히 떠오를 수 없음을 배웠다네.

바닥처럼 낮아질 때
아니 그 아래까지 내려설 때
비로소 솟아오를 수 있음을 알았네.

바다 밑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어두운 대지를 밝히는
일출로 떠오를 수 있음을 알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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