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남(대치면 상갑리 출신/ 경기도 오마중 교감)
일 몰
해는 어제의 그것일 텐데
오늘 지는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네.
나로 인해가슴 탄 이 없었을까.
입술 메마른 이 없었을까.
눈물 쏟은 이 없었을까.
이 한 몸 살자고
배신한 적 없었나.
약속 저버린 적 없었나.
남 무시한 적 없었나.
감사하다고 허리 숙여 인사할 사람 없었을까.
미안하다고
머리 조아리고 인사해야 할 사람 없었을까.
해가
가라앉으면서 이르는 말
더 낮아져라.
끝없이 낮아져라.
바닥까지 낮아져라.
두려워 말라.
끝없이 낮아져도
아무도 널 밟지 않는다.
스스로 높아지려 한다고.
높이 안 보는 것처럼.
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영원히 떠오를 수 없음을 배웠다네.
바닥처럼 낮아질 때
아니 그 아래까지 내려설 때
비로소 솟아오를 수 있음을 알았네.
바다 밑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어두운 대지를 밝히는
일출로 떠오를 수 있음을 알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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