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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운곡이용원 양영석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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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운곡이용원 양영석 이발사
  • 이관용 기자
  • 승인 2023.02.28 11:32
  • 호수 14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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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깎던 ‘운곡이용원’ 영업종료, ‘추억 속으로’

57년 이발경력 양영석 이발사, “고객과 주민 성원 감사” 
두 달간 무료 이발 봉사…이용원 이을 후임 없어 아쉬워

어린 시절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찾았던 시골 이발소는 동네 아저씨들이 담소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던 사랑방이었다.
예전에 이곳은 농촌 총각들이 한껏 멋을 내기 위해 찾았고, 남학생들은 학교 두발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까까머리가 됐던 장소다. 지금도 명절이나 가정에 경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이발이다.

양영석 이발사가 ‘운곡이용원’ 영업종료를 앞두고 지역민에게 무료 이용봉사를 하고 있다.
양영석 이발사가 ‘운곡이용원’ 영업종료를 앞두고 지역민에게 무료 이용봉사를 하고 있다.

운곡면소재지에 위치한 ‘운곡이용원’ 또한 인근에 살고 있는 성인 남자라면 한 번쯤은 들렸을 공간으로, 양영석(73) 이발사가 1972년부터 운영하면서 그의 손을 거친 사람들이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양 이발사가 반세기를 넘게 운영했던 ‘운곡이용원’이 2월 28일부로 영업을 종료,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됐다. 
면내 마지막 이발소였던 ‘운곡이용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아쉬워했고, 양 이발사는 영업종료에 앞서 올해 1월과 2월 두 달간 고객과 주민들을 위한 무료 이발 봉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열여섯 어린 나이 이발소 취업
“직업의 처음과 끝을 이발사로 마무리하게 됐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일찍 일을 시작했지만, 이발사란 직업에 후회보다는 보람이 컸다. 수 십 년간 이용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1남 1녀 자녀도 키웠다. 또 지역에 작지만 땅도 마련했다. 그동안 이발소를 찾아주신 손님과 주민들에게 감사하고, 옆에서 항상 응원해준 아내(윤희자 씨)에게 고마움이 크다.”

양영석 이발사는 업소 운영을 마무리하면서 이처럼 말했다.
양 이발사는 운곡면 신대리 출신으로 고인이 된 양재록·임향순 부부의 8남매 중 셋째다.  운곡초등학교(36회)를 졸업한 그는 여러 남매지간과 집안 형편상 취업의 길을 걸어야 했다. 당시 나이가 열여섯이다. 
양 이발사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애가 이발소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당시 운곡이용원 이발사였던 김영규·김용섭 씨 두 분의 밑에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죠. 이발소에서 맡은 일은 손님들이 이발하고 나면 머리를 감겨주는 것이 전부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이용 전문기술을 익히기 위해 1967년 인천으로 상경했다. 인천과 서울에서 5년을 지내면서 이발, 면도, 마사지 등 전문가로써 실력을 쌓았다.
그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이발소를 운영하게 된 것은 아버지 김영규 씨의 조력이 컸다.
“아버님이 제가 타 지역 남의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고향에 가게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972년 고향에 내려오게 됐고, ‘운곡이용원’이란 상호로 업소를 운영하게 됐다.”

운곡면소재지에 위치한 ‘운곡이용원’은 오랜 세월 주민들과 함께 했고, 1972년부터 양영석 이발사가 인수해 운영해 왔다.
운곡면소재지에 위치한 ‘운곡이용원’은 오랜 세월 주민들과 함께 했고, 1972년부터 양영석 이발사가 인수해 운영해 왔다.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것은 이발소 첫날 수입이다. 당시 성인 이발비가 100원이었는데 하루에 1980원을 벌었다. 개업 효과도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꿈같은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여느 시골이 그렇듯이 도시이주와 저출산으로 인구가 크게 감소했고, 남자들도 미용실을 이용하면서 수익은 점점 줄어들었다.”
“운곡면에는 운곡, 영양, 광암, 후덕 등 4곳의 이발소가 있었는데 시대흐름으로 수익이 감소하면서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운곡 한곳만 남게 됐다. 이제 이곳마저 문을 닫게 되면 면내에 이발소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역사회 따뜻한 응원 봉사로 보답
양 이발사는 2023년을 맞아 1월과 2월은 이발비용을 받지 않았다. 57년 경력의 그가 이발소 영업종료를 앞두고 두 달간 무료봉사에 나선 것이다.

이 기간에는 설 명절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발소를 방문했는데도 그는 싫은 내색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용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발비가 무료라고 해서 서비스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57년 경력과 정성이 더해서 한층 더 나은 혜택을 제공했다.
양 이발사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아픈 곳이 많아진다. 이발사도 장시간 서있고 가위질을 많이 해야 하기에 손과 무릎, 허리 등에 무리가 간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일을 관두려고 했지만, 주위의 만류와 요구가 있어 일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두 달간 무료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이발소 폐업을 결정한 순간 현재 내가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것은 고객과 주민들 덕분이라 생각했고, 보답하고 싶었다. 배우고 익힌 것이 이용기술이라 무료봉사를 하게 됐다”고 그동안 성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해 했다.
그러나 그는 이발소 영업종료를 앞두고 지역사회에 미안했다. 이유는 이발소가 문을 닫게 되면 주민들이 청양읍이나 예산군 신양면 등 인접지역을 방문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기 때문.

양 이발사는 “운곡이용원을 다른 이발사가 인수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주위에 수소문을 하면서 이발사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발사 지위와 수익이 예전만 못해 구매의사를 보내는 사람이 없었다”며 “제 뒤를 이어 이용서비스를 제공할 이발소가 면내에 생겼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어 “건강상 문제로 이발소 문을 닫게 돼지만 지역에서 남은 일생을 보낼 생각이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이용봉사를 할 계획”이라며 “다시 한번 ‘운곡이용원’을 찾아주신 손님과 주민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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