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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넥타이가 잘 어울리십니다 - 송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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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넥타이가 잘 어울리십니다 - 송인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3.01.17 16:55
  • 호수 1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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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누구에게나 꼭 한 번은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나빌래라’,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한 텔레비전 연속극이 있었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70살에 발레를 시작한 주인공은 말합니다.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 번이더라. 두 번은 아니야.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한번 해 보려고.” 

청양읍 약수터길, 송인철(96세)‧윤희경(86세) 내외분이 노인복지관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스포츠댄스를 하는 날입니다. 송인철님은 지난해 겨울, 제23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생활체육전국체조대회에서 최고령참가상을 받았습니다.
“10년 정도 됐지요. 노인복지관이 생기면서 아내와 함께 시작했어요. 스포츠댄스로 차차차, 부르스, 자이브, 또 하나가 있는데….”
제일 재미있는 것과 제일 잘하시는 것을 여쭤봅니다. 
“그게 그거지 뭐. 큰 재미는 없지만, 그저 운동으로 하는 거유. 김성자선생이 워낙 잘 가르쳐주고 복지관에서 잘해주니 안 빠지고 나오는 거지. 집에 가만히 있으면 어지럽고 눕고 싶기만 해서(웃음).”

86세에 시작했을 때도 청양에서는 최고령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글세 모르겠네. 언젠가 최고령상이라고 타기도 한 것 같기도 하고…, 1주일에 2번씩 하는데 건강에 좋죠. 특히 정신건강에 좋아요. 늙으니 뇌가 녹슬어서 맘대로 되지 않으니, 남들 하는 대로 흉내만 내고 있어요. 손‧발이 말을 안 들어서, ‘왼발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뿐이지 잘 안 되죠. 그런지 몇 해 됐어요. 그렇게라도 팔‧다리 움직이면 일단은 편하지.”  
송인철님은 고향이 예산입니다. 광시에서 청양으로 이사를 왔지요. 그때부터 노인복지관에 나가 건강운동으로 스포츠댄스를 하였습니다.
 
정신 좀 좋아지라고 두는 바둑 
“청양에 와서 10년을 살았는데 좋은 것이 많아요. 첫째는 물가가 약간 싸고, 두 번째는 청양사람들의 마음이 순진합니다. 도회지 사람같이 깍쟁이스럽지가 않고, 보편적으로 유순한 것 같아요. 공기 좋고 물 좋은 건 다 알고. 바둑 좋아합니다. 한 8급? 바둑은 여러 가지로 다 좋은데, 특히 제일 좋은 것은 정신이죠. 손과 뇌를 움직이니,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것 같어. 20대부터 바둑을 뒀지요. 그때는 바둑 두는 것이 개갈 안 났어요. 예산복지관에 가서 두지요. 40~50분 정도 앉았다 와요. 예산이 고향이다 보니 그곳 대흥향교에서 전교도 했고 유도회장도 하고 그래서 자연스레 예산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서울에서 철도우체국에 근무하다 퇴직했지요.” 

정신이 좋아지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좋아지진 않겠지만 낫 겄지(웃음). 바둑을 두려면 우선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1주일에 평균 2번 정도, 친구가 찾아오면 둘 때도 있고. 술? 많이 마셨지. 소주2병까지는 너끈히 마셨는데, 나이가 들으며 자연적으로 끊어져. 먹기가 싫어져요. 마실 때는 술 마실 사람들이 막 튀어나와(웃음). 2년 전부터 싫어지더니 올해는 더 하네. 병이 있으면 술 마시기가 싫지. 나이 먹어서 그런지 고기는 안 땡겨요. 대신 해물은 다 좋아하지요.”

“그저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그냥 이렇게 사나보다 했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그런 거 알기나? 일단은 밥 먹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지금에야 노후생활 운운하지 그때는 그런 것도 없었죠. 애들 키우고 거기에 쏠려 가다 보니 세월이 흘러 이렇게 됐지. 뭐를 해야만 돈을 벌어 먹고 살까 그 걱정에….”
“처가가 대치면에 있었고, 친척이 청양에서 살기도 했어요. 광시에서 구기자 농사를 지어 청양으로 팔러도 오고, 그래서 청양을 알고 있었죠.”
 
그중 편쿠 속 안 썩은 세월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지 궁금했습니다.
“건강만 하고 싶죠. 사는 날까지 건강만 유지할 뿐이지. ‘그래도’ 라는 것은 없어요. 청양에서 산 세월이 그중 좋았지. 맞어요!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았지요.” 
“이만큼 살았으면 오래 살았다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참 짧아요. 욕심이지. 살아봤자 이제 올‧내년이지. 아직 당뇨나 혈압은 없는데, 전립선이랑 기관지(가래), 소화기능이 약허죠. 근력도 딸리고 지구력도 딸리죠. 정신은 흐미하고, 말이 으든해져. 친구도 2년 사이에 다 죽어서 그나마 있던 모임도 다 깨졌어. 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가고 했었는데.”. “내 형편이 좋으니 좋은 세상이지. 편해. 능력이 되면 돈도 벌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하긴 돈 벌면 또 뭐 한댜? 돈 쓸 곳도 없는데.” 

6남매의 자녀 중 영원히 안 갈 사람이 한 명 있어 송인철님은 속이 상합니다. ‘옛날 같으면 대단히 잘못됐다’며 국가 유지를 위해 인구를 최소한 줄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결혼 안 한 사람은 더 ‘못된 사람’이라고요. 

송인철님은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하는 일이 있습니다.  
“내 건강을 위해 집에서 흥얼흥얼 노래를 하죠.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말이 으든해지거든. 90살 넘는 노인네들은 말이 안 나와요. 그래서 말 연습하는 거지. 음치라 노래는 못 부르지만, 말이 제대로 안 나오니 노래를 하는 수밖에. 노래방에 가면 백 곡 정도는 아는데, 집에서는 2곡 정도 흥얼거려. 카세트페이프를 틀어놓고 생각나는 대로,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 거지. 가사를 안 잊으려고, 악센트 으든하지 말라고. 정동원이 좋아요. 그냥,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어. 저놈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지.” 

장래에 잘되라고 정동원이를 좋아한다는 송인철님, 다음에도 꼭 최고령참가상을 받으시라고 하였더니 “그건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십니다. 
빨간넥타이를 만지시는 모습이 거울에 비칩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잘 살아왔다. 사느라 수고 많았다.’ 송인철님이 좋아하는 김영임가수의 ‘빙빙빙’이 낮게 들립니다.   
    <김현락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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