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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과 ‘연금술사’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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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과 ‘연금술사’에 빠지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2.12.21 17:25
  • 호수 1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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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숙 다독임 회원

열네살 소년 모모의 이야기다. 
영화를 먼저 봤고 책을 읽었다. 영화에서 로자 아줌마 죽음을 떠나지 못하는 모모의 한 장면과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말들로 냉정해 보이는 로자는 모모를 떼어내려 하나 모모는 건들건들 야무지게 로자 뒤를 따라 간다. 
모모의 모습이 길 위의 삶 같아 보이며, 불어오는 바람이 소피아 로렌의 치맛자락을 흔들고 처연한 눈빛과 슬픈 입가는 내 기억의 언저리에 남아 있다.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 이야기다.
책으로 본 모모와 로자아줌마 앞에 놓인 생을 마주해 나는 의심 없이 책을 읽어갔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병들고 기억마저 저물어 가는 사람과 모모가 의지 할 데는 로자 뿐이라는 것, 아니 온 마음을 둔 곳,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더 이상 기웃거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내게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로자아줌마 곁에 앉아 있고 싶다는 것. 적어도 그녀와 나는 같은 부류의 똥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모모의 심정이 되어 슬프지만 씩씩하게 걷는 모모를 본다. 모모에게는 엄마를 찾으려는 희망도 있었다. 실망도 했으나 로자가 곁에 있으면 다시 희망의 오아시스가 아니었을까? 

모모 앞에 있는 생은 로자를 향한 마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모모가 로자로 가득해질 때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이 온통 모모에게로 향하고 있는 마음도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모의 의젓함에 읽는 이도 위로가 된다.
“하밀할아버지, 하밀할아버지! 내가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 시켜주기 위해서였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과 말에 흔들릴 때가 많다. 서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을 만들어 보라, 세상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과 믿음은 내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부러웠다. 따뜻했다. 행복했다. 
“양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전혀 없겠지. 양치기 소년의 부모는 그가 신부가 되어 먹을 것과 물을 얻기 위해 일하는 생활을 벗어나 보잘것없는 시골 집안의 자랑이 되어 주길 바랐다. 소년은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것은 신이나 인류의 죄악에 대해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 같았다. 아버지는 축복을 빌어 주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세상을 떠돌고 싶어 한다는 걸. 물과 음식, 그리고 밤마다 몸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때문에 가슴 속에 묻어버려야 했던 그러나 수십 년 세월에도 한결같이 남아 있는 그 마음을….” 
본문에 나와 있는 글이다. 그리고 내 마음에 시작이 이와 같았다. 

산티아고의 여정마다 아름답고 마음을 흔들어 주며 마치 힘들 때마다 현자의 말이면서 길잡이가 되어주는 문장들이 읽는 사람,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결되는 신비로운 사슬 이야기와 “자네가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라네. 그래 무언가를 찾아가는 매 순간이 신과 조우하는 순간 인거야. 내 보물을 찾아가는 동안의 모든 날들은 빛나는 시간이었어. 매시간은 보물을 찾고자 하는 꿈의 일부분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보물을 찾아가는 길에서, 나는 이전에는 결코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어. 한낱 양치기에게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래 그런 것들을 감히 해보겠다는 용기가 없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들을 말이야.” 

누구나 꿈을 꾼다. ‘빛나는, 빛나는에’ 자신만이 아는 빛의 의미가 보물이기를.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보물 신화를 써가고 있고 썼노라 말할 것이고 자신의 색깔을 찾아 빛나게 아름답게 엮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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