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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장(김장)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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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장(김장) 하셨나요?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2.12.06 17:30
  • 호수 1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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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영 서울 금천구 시흥동(장평면 적곡리 출신)

가을걷이를 한 밭가에 초록빛의 배추가 웅크리고 주인을 기다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철이 다가왔다. 소싯적 고향에서 생활할 때는 김장이 겨울 내 반 식량이었다.
내남없이 남새밭에 배추와 무를 넉넉히 심어 아침저녁으로 개울에서 물을 길어다 주고 풀을 뽑고 벌레를 잡으며 공을 드렸다.

늦가을 추수가 끝나면 남자들은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초가지붕을 얹고 어머니 등 부녀자들은 김장을 했는데 우리고향 사투리로 “짐치를 담갔다”라고 했다. 
이 김장철에는 아침에 어른을 만나 “진지 잡수셨습니까”와 부녀자들의 안부인 “짐장 하셨유”가 대표적인 인사말이었다.

60년대 장아찌 세대인 내가 할 몫은 김장독 묻을 구덩이를 파는 것이다.
우리 집의 경우 배추김치는 초겨울에 먹을 것은 부엌 나뭇간 정해진 장소가 있어 묻고 이른 봄까지 먹을 것을 좀 짜게 해 사립문 앞 텃밭에 구덩이를 파묻어 춥고 궁핍했던 시절 겨울을 났다.
세월이 흘러 제대 후 서울생활 김장철, 시장마다 배추와 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았는데 그 많던 배추도 저녁때가 되면 바닥이 났다.

그 무렵 다니던 회사에서는 김장보너스를 50%(월급의 반)줘 주위에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으며 보너스를 받아다 연탄을 사들이고 김장을 했다. 매년 30~40포기 담던 김장은 자녀들이 성장해 분가하면서 이제는 소량의 흉내만 내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올해는 큰 자부가 근교에 주말농장을 얻어놔 봄에는 공동으로 고추와 땅콩을 심어 보았고 8월 말경엔 기대반 우려반 속에 배추 모종을 40개 사다 심었으나 며느리는 바쁘고 나도 직장생활로 시간이 부족 자주 찾지를 못했다.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항상 죄스러운 마음에 십여일에 한 번 정도 들려 풀을 뽑고 물을 주며 공을 들였으나 늦장마와 태풍에 일부 유실되고 뒤늦게 무름병에 걸려 몇 개가 주저앉았다.
일부에서 약을 주라는 조언을 마다하고 버텨 무공해 배추를 키워 이번 주말 김장을 담그려한다.

이를 보고 식견 있는 친구는 배추에 거름이 부족해 약간 덜 자랐는데 고소하고 맛은 있겠다고 품평한다.
이것이 초보 농군 나의 농사이나 유기농 배추와 내 고향 청정지역에서 올라온 고추, 마늘 양념으로 올겨울 맛있는 김장을 기대한다.
배추야! 고맙다. 기회다면 내년에는 더 잘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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