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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길 - 뚜르 드 몽블랑(TMB) 트레킹을 다녀와서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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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길 - 뚜르 드 몽블랑(TMB) 트레킹을 다녀와서 ⑧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2.10.24 11:12
  • 호수 1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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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향해 미소 짓는 에델바이스

수도권서부고속도로㈜ 본부장 설주석

트레킹 7일차, 동화 속 주인공
오늘도 날씨는 좋다. 적당한 구름에 가린 알프스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 처럼 느껴진다.
오늘 일정도 셔틀버스로 시작한다. 레 콘타민(Les Contamines, 1167m)까지 이동 후 미아지 산장(Refuge de Miage, 1560m)을 거쳐 트리코(Col de Tricot, 2120m) 고개에서 점심을 먹고 벨뷔(Bellevue, 1801m)에 도착해 케이블카로 하산해 레 우쉬(Les Houches, 980m)까지 가는 일정이다. 트레킹 거리는 12.5km이고, 산행시간은 약 7시간 정도이다. 오르막 표고차는 +953m, 내리막은 –400m로 넓은 초원에서 알프스 산악마을 사이를 걸으면서 동화 속 주인공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여정이다. 

고갯마루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
아침식사 후 셔틀버스로 30분 정도 이동 후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다. 길옆의 야생열매를 따 먹으며 첫 번째 고개를 향해 걷다 보니 어느덧 미아지 산장이다. 산장 옆을 흘러가는 생기 넘치는 빙하수와 푸른 언덕 위의 산장이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 냈다. 알프스는 깨끗하고 맛있는 물이 지천이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나라꽃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이름 모를 각종 야생화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니 산행의 피곤함이 조금은 날아간다.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오늘 일정의 두 번째 고비다. 실제 TMB(뚜르드 몽블랑) 걷기는 ‘고개 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고개 하나 둘만 넘으면 하루일정이 끝난다. 프랑스와 스위스, 스위스와 이탈리아,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만나는 국경도 모두 고개로 연결되어 있다. 고개를 오를 때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나 자신과의 싸움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고 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경과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다.

오르막길 끝에는 내리막길이 있다
잠시 휴식 후 다시 걷기를 반복한다. 힘든 오르막길 반대쪽에서 많은 트레커들이 내려온다. “봉쥬르~”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니 피로도 반감되는 기분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지그재그로 계속 이어진다. 멀고도 지루했지만 열심히 걸어서 고개 정상에 선두로 도착했다. 많은 트레커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배낭을 내려놓고 주변 경치에 취해도 보고 신기한 모습의 아치형 돌탑문도 보고 왔다. 따뜻한 햇살 아래 트리코 고개 잔디를 방석 삼아 뒤처진 일행을 기다렸다.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내려갈 길을 보고 있자니 벌써 오늘 일정을 끝낸 기분이다.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내리막길을 향해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내리막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니 급경사 아래쪽에 큰 급류가 있는 계곡이 나타났다. 거센 물줄기를 가로지르는 긴 출렁다리에는 많은 트레커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우리도 긴장감을 떨치고 한 사람씩 다리를 건너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산악열차
다시 오르막길을 1시간 정도 걸어 케이블카를 타는 벨뷔에 도착했다. 인솔자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철길이 나타났다. 이렇게 높은 산등성이에 열차라니! 놀랍기만 하다. 산악 열차는 저 아래 마을에서 몽블랑 빙하가 있는 입구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특이한 점은 가운데 바퀴가 일반 열차와는 달리 톱니바퀴 모양이다. 급경사를 오르내리기 위한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우리 일행은 잠시 기다렸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서 내려갔다. 20여 분 정도 지나니 레 우쉬마을이다. 산 위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마을에 내려오자 한여름 열기가 후끈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레 콘타민에 도착해 숙소인 산장 호텔(Hotel Restaurant Le Saint Antoine)에 여정을 풀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샤워 후 가이드와 함께 주변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도 사면서 저녁 시간을 기다렸다. 이곳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미국에 사는 교포인데 미국인 일행들과 함께 내일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고 했다. 알프스는 역시 전 세계인이 즐기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기다리던 저녁 만찬 시간! 오늘도 우리 일행의 무사산행을 감사하며 맛있는 식사와 와인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식사 후에는 잠시 이곳 마을을 산책했다. 집 울타리마다 예쁜 꽃들이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 일정을 고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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