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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길 - 뚜르 드 몽블랑(TMB) 트레킹을 다녀와서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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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길 - 뚜르 드 몽블랑(TMB) 트레킹을 다녀와서 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2.10.04 10:39
  • 호수 1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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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곳 없다’

수도권서부고속도로㈜ 본부장 설주석

4일 차, 벌써 트레킹 중반
“곰탕이요?”, “네, 먹는 곰탕이요. 안개가 많아서 경치가 아무것도 안보일 때 그런 말을 써요.”
아침식사를 마친 후 밖에 나오니 안개가 자욱해 일명 ‘곰탕’이 연상됐다. 곰탕의 뿌연 국물을 생각하니 아주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우리 곁에는 염라대왕(일명 염작가)이 함께해 날씨가 통제받는 느낌이다. 오늘도 좋은 날이 될 것이라 믿으며 분주히 출발준비를 했다. 
오늘은 보나티 산장(2025m)을 출발해 콜 사핀(2435m)을 경유, 베르토네(1977m)산장에서 중식을 하고, 다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산악마을 꾸르마이예(1224m)까지 가는 일정이다. 산행거리는 12km로 약 6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다. 정상 고개를 넘으면 계속 내리막길이다. 오르막 표고차는 + 556m, 내리막은 –1357m로 경사도가 상당할 것 같다.

인간의 능력은 ‘상상 그 이상’
보나티 산장 위로 고지 목장을 거쳐 평원길을 한참 걸었다. 야생 블루베리도 따 먹고 야생동물과의 교감도 느끼며 자연을 만끽했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고갯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말이 고개지 2000m 가 훨씬 넘는 고산등반이다. 그런데도 이 험난한 길을 산악자전거 타고 넘는 사람도 있고 산악마라톤 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알프스산맥을 활보하는 것이다. 
이제 저 멀리 보이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경사가 장난 아니다. 족히 70~80도 정도는 돼 보인다. 2명의 자전거 라이더가 우리를 추월해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가 고개에서 잠시 쉬는 동안 그들은 벌써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인지 참 부럽다.

첫 번째 고개인 콜 사핀 넘어 저 멀리 보이는 정상을 향해 계속 걸었다. 조선 중기 『양사언』 시조 한 편이 생각난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처럼 처음부터 체념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성취감이 없다는 것을 교훈 삼아 오르고 또 올랐다. 숨이 점점 차오르고 햇볕은 뜨겁게 느껴졌다. “아~” 마침내 정상이다.  

정상에 서니 그랑죠라스의 산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우리 일행은 힘들었던 오르막길을 잊고 눈앞의 절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했다. 

꾸르마이예를 대표하는 몽블랑
휴식을 마치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한참 걸었다. 중간에 작은 호수를 배경으로 젖소와 양떼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산 능선에 있는 호수를 한참을 걸어서 베르토네 산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늘 목적지인 꾸르마이예를 향해 출발했다. 

꾸르마이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산악마을이다. 몽블랑을 중심으로 샤모니의 정반대에 있으며, 샤모니와 마찬가지로 세계 곳곳에서 모인 산악인들로 붐빈다. 몽블랑을 관통하는 터널이 있어 프랑스 샤모니와 연결되어 있다. 꾸르마이예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나 몽블랑이다. 특히 몽블랑 남면을 볼 수 있는 ‘엘브로넌’ 전망대가 유명하다. 또 이 마을은 에귀디미디의 파노라마 리프트와 연결되고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시작점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한참 내려오니 마을 초입이다. 그런데 송수도관 파열로 마을 전체가 수도공급이 중단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지하수 나오는 곳으로 이동해 잠시 목을 축이고 휴식을 취했다.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오래된 성당과 이곳 유명한 산악인 동상을 지나니 드디어 꾸르마이예 마을이다. 오늘 숙소인 에델바이스 호텔을 찾아 여장을 풀었다. 이곳 역시 수도공급 중단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샤워도 못하고, 화장실 이용도 불편했다. 어쩔 수 없이 지하수 나오는 곳으로 나가 수건을 적셔 땀으로 얼룩진 몸을 대충 닦았다. 일명 ‘꾸르마이예 사태’라 기억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호텔 세탁서비스는 운영되고 있었다. 비용은 6유로 정도인데 세탁과 건조까지 해주어 편리했다.

돌판에 구워먹는 고기는 꿀맛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호텔 밖에 있는 술집에서 룸메이트와 정 작가(일명 카메라와 비디오 촬영) 와 함께 트레킹 여독을 시원한 맥주로  풀었다.
저녁식사는 이 마을 최고라는 레스토랑에서 돌판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와인까지 곁들이니 꿀맛이다. 트레킹을 마치는 날까지 무사 종주를 기원하며 건배했다.
맛있는 저녁식사 후 각자 마을 구경에 나섰다. 등산용품점, 과일가게 등 신기한 곳 투성이다. 처음 보는 납작 복숭아는 엄청 달고 맛있었다. 
마을관광에 한참 빠져 있을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소낙비를 맞으며 얼른 호텔로 돌아와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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