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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활짝 폈는데 일할 꿀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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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활짝 폈는데 일할 꿀벌이 없다
  • 이관용 기자
  • 승인 2022.06.07 10:44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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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병해충발생 ‘이중고’…농가 시름 깊어

만개한 봄꽃 사이로 벌들이 꿀을 채취하기 위해 분주히 날아다녀야 하지만 올해는 예전처럼 많은 꿀벌을 보기 힘들다.
예전에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면 벌들이 꿀을 찾아 쉴 새 없이 벌통을 오고갔다. 이 때문에 벌통 입구는 달콤한 꿀 냄새와 벌들이 발에 달고 온 화분이 묻어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쩐 영문인지 벌통 입구를 드나드는 꿀벌들이 평년보다 적고 벌통 안도 꿀로 잔뜩 차있어야 할 벌집이 듬성듬성 비어있는 모습이다. 
양봉농가는 한해 중 꿀 채밀로 한창 바쁜 시기인데도 이처럼 채취량이 떨어지자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양봉협회는 기후변화로 꿀벌이 사라지자 고충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게재했다.
양봉협회는 기후변화로 꿀벌이 사라지자 고충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게재했다.

꿀벌 실종 이상기후 영향
벌은 꽃이 피면 꿀과 화분을 채취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이때 몸에 묻은 꽃가루는 수정역할을 하기에 결실을 맺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한다. 꿀벌은 농작물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세계 식품 생산량은 크게 줄어 인류의 생존에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고 말할 정도로 꿀벌이 갖는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그런데 올 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져 농가는 물론 농작물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꿀벌이 병에 걸렸다면 벌통 안이나 주변에 죽은 벌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현상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농가의 불안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꿀벌 실종을 이상기후가 크다는 입장이다. 벌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곤충이기에 최근 수년간 날씨 변화가 생육과 활동에 악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겨울철 기온이 예전에 비해 높아져 벌들이 제대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겨울철 날씨가 따뜻해지면 월동에 들어간 벌들이 화분 채집 등 생산 활동에 나서고 추운시기 제대로 영양관리를 못한 벌들은 건강에 이상이 생겨 외부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죽는다는 의견이다.
한국양봉협회가 파악한 올 봄 전국 벌통 소멸피해는 2만3697회원 농가 중 17.61%인 4173가구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청양군도 양봉협회에 가입한 166농가 중 88농가가 피해를 입었고, 규모는 폐사군수 2만5000군에 폐사는 6300군이라고 했다.

지역 한 양봉농가가 벌통을 확인하고 있다.
지역 한 양봉농가가 벌통을 확인하고 있다.

화분 매개용 꿀벌 품귀현상
꿀벌 부족사태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러 농산물 중에서도 과일류는 착과에 영향을 미쳐 생산량과 품질을 좌우한다.
지역에도 봄철 토마토, 딸기, 수박 등 재배농가와 사과, 배 등 과수농가도 화분수정용으로 꿀벌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꿀벌이 사라지면서 과수재배 농가는 화분매개용 벌통을 구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
과수농가 A씨는 “시설하우스에서 토마토를 재배한다. 시설하우스는 외부와 밀폐된 공간이기에 벌과 나비와 같은 곤충이 들어오기가 힘들다. 그래서 화분매개용 벌들이 꼭 필요하고, 벌이 없으면 사람이 일일이 화분수정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수농가 B씨는 “화분매개용 꿀벌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양봉농가를 방문했다”며 “청양은 타 지역에 비해 그나마 양봉농가가 많아 구입에 큰 애로는 없었지만, 전라도 지역은 피해가 심해 벌통 구입에 애를 태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양봉농가 C씨는 “올 들어서면서 화분용 꿀벌을 찾는 농가가 많았다. 하지만 비어 있는 벌통이 많았고, 일부 벌통은 적정 수가 없어 세를 늘리는 것이 필요했다”며 “농약 등 환경오염과 말벌, 질병으로 벌이 죽은 적은 있으나 이처럼 갑자기 사라진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병해충으로 꿀벌이 죽으면 벌통 입구나 통 안에 죽은 개체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며 “아마 겨울철 한낮 따뜻한 날씨에 밖으로 나간 뒤 온도변화로 돌아오지 못한 것 같다”고 의아해 했다.

기상이변 건강악화로 면역력 저하
지난해 꿀벌들의 활동이 왕성했던 시기인 5월과 6월에 낮은 기온과 강풍 등으로 꿀 수집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꿀벌은 꿀 섭취가 적어 면역력이 떨어졌고 일벌들의 건강도 좋지 않았다. 꿀벌에 있어 위험한 병해충이 응애류이다. 응애류는 기온이 올라가면 활동이 왕성해지고 면역력이 약한 꿀벌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기후이상은 가을에도 이어져 벌들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겨울철 따뜻한 날씨로 밖으로 나가 체력이 약해진 벌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 농가의 의견이다.
특히 해충 중 ‘가시응애’는 면역력이 약한 꿀벌에 치명적이다.
가시응애는 1993년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파되면서 국내 양봉농가에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히고 있다. 특징은 꿀벌에 기생해 체액을 빨아먹고 체력을 저하시키는 진드기류로 바이러스 및 세균성 질병 등 각종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여러 질병을 유발한다. 
몸집이 작고 육안으로 구별이 쉽지 않아 농가가 퇴치에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가시응애 등이 기승을 부렸고, 이로 인해 꿀벌의 면역력이 약해진데다 기상이변이 주요 원인이 되면서 벌통 밖으로 나간 벌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 양봉농가를 돕기 위한 지원사업을 확대했다. 사진은 화분공급 모습.
지자체는 지역 양봉농가를 돕기 위한 지원사업을 확대했다. 사진은 화분공급 모습.

지자체 농가지원·밀원수 식재 확대
청양군은 지역 양봉농가 피해가 커지자 피해복구와 생산지원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 지원했다.
군의 양봉산업분야 지원사업은 농가경영안정, 사료(설탕) 구입, 이동형 간이관리사, 이동형 CCTV, 벌통전기 가온기, 벌꿀채밀기, 양봉사육농가 번식강화제 등 7개로 총 5억2460만 원(도비·군비·자부담)이 투입됐다.
이는 지난해 지원사업 3억1000만 원(도비·군비·자부담)보다 2억1460만 원이 증액된 수치다.
지원사업확대는 이상기후로 어려움에 처한 양봉농가의 안정적인 사육기반 유지와 사양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됐다.
올 지원사업 세부내역은 △농가경영안정 설탕 8만6000kg △사료(설탕)지원 20만kg △이동형 간이관리사 3세트 △이동형 CCTV 22세트 △벌통전기 가온기 34대 △벌꿀 채밀기 10대 △번시강화제 1515kg 등이다.
군은 또 양봉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밀원수 단지를 170ha 조성했다.
밀원수는 5개년 일정으로 진행됐고, 연도별로는 2018년 15.8ha, 2019년 57.9kg, 2020년 88ha, 2021년 35ha, 2022년 10ha다. 심겨진 나무품종은 헛개, 옻, 백합, 아까시아나무 등 4가지다.
김준호 군 산림축산과장은 “꿀벌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곤충으로 지난해와 올해 초 이상기후로 양봉농가가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지역에도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은 농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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