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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청양군수어통역센터 수어통역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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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청양군수어통역센터 수어통역사를 만나다
  • 이석상 기자
  • 승인 2022.05.30 16:29
  • 호수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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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언어’ 수어를 다루는 사람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로 많은 사회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 관계에 있어 의사소통과 생활방식의 변화다. 
특히 인간관계의 기본인 의사소통에 있어 배제된 이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를 가진 농아인들이다. 
수어로 소통하는 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은 의사소통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다. 수어의 특성상 얼굴을 가리면 상대방이 말하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과 소통하는 수어통역사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한국농아인협회충남협회청양군지회(지회장 함미경) 청양군수어통역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치완 중계(농)통역사와 유의식·이지선 수어통역사를 만나 코로나19 전후 달라진 점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편집자주>

수어는 눈 맞춤이 ‘기본’
청양군수어통역센터는 2007년 설립된 이래 군내 700여 명의 청각장애인들과 80여 명의 농아인을 위한 통역과 교육, 상담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수어통역사들은 어렵고 예민한, 중요한 용어들이 쏟아지는 발표 내용에 맞춰 손짓과 몸짓, 얼굴 근육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이처럼 수어는 ‘살아있는 언어’라고 표현한다. 

그들이 말하는 수어는 ‘눈을 맞추고 입을 보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이들의 언어인 수어는 점자와 시각언어인 몸짓, 손짓, 태도, 얼굴표정(비수지 기호) 입모양 하나까지 놓칠 수 없다. 모든 동작과 표현이 언어이기 때문.  

수어로 ‘사랑합니다’라는 손동작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 김치완 중계(농)통역사와 이지선·유의식 수어통역사.
수어로 ‘사랑합니다’라는 손동작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 김치완 중계(농)통역사와 이지선·유의식 수어통역사.

그래서 수어통역사들은 정부나 기관 중대발표, 농아인들과의 활동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뒤로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 노출을 감수하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특히 수어는 국어와 어순이 다르다. 영어 어순을 따른다. 또 국어처럼 문법 체계가 없고 동사·형용사 모두 어깨와 얼굴표정으로 표현한다. 표정과 손동작의 강약으로 감정을 더한다.
옷은 항상 검은계열의 옷을 입는다. 손동작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또 입모양(구화)을 바르게 하는 연습과 얼굴 근육 움직임 단련으로 풍부한 표현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대면 의사소통 한계
“많은 청각장애 농인들이 수화언어를 사용하지만 모든 청각장애인들이 수화언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선천적으로 태어나서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람, 가정형편이 어렵고 나이가 많을수록 글과 수어 문맹일 확률이 높다. 수어를 배울 교육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그들의 몸짓과 손짓, 표정과 입모양은 한 명 한 명의 독립된 언어다.” 이지선 수어통역사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19가 수어 교육, 통역, 상담 등을 비대면 업무로 바꿔놨고 이런 이유로 업무평가에서 실적부진이란 평가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김치완 중계(농)통역사는 “언어소수자인 농아인은 우리와 같은 국민이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라며 “듣고 말하지 못하는 농아인의 특성상 영상통화에는 소통에 한계가 있다. 직접 대면해서 주변 상황도 파악해야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개인의 몸짓(판토마임·홈사인)과 얼굴표정(비수지 기호)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또 “다양한 사업과 교육 지원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안타까움이 크다”며 빠른 일상회복으로 하루빨리 농아인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직업에 ‘자부심’ 갖게 돼
과거 수어통역사의 역할은 개개인의 통역에 불과했지만 정부 코로나19 언론브리핑이 시작되면서 군과 지역에서 행사나 브리핑을 통해 대중 앞에서의 수어통역사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통역사들은 “통역사로서 업무영역의 확대로 존재감이 높아졌다. 그 만큼 관심과 주목을 받는데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 수어는 얼굴표정, 손동작 등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차이가 있고 국어와 어순이 달라 한순간 실수로 통역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또 부담감은 있지만 오히려 수어통역사라는 직업을 널리 알릴 수 있어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의식 수어통역사는 “팬데믹 이후 정부 발표나 뉴스에서 수어통역사는 선택이 아닌 정보전달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정확한 통역과 정보전달을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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