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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청양인 - 청양군 명예군수 유병권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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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청양인 - 청양군 명예군수 유병권의 사랑법!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2.04.04 16:40
  • 호수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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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받게끔 하니까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고향과 후배에 대한 사랑은 누구나 다 갖는 생각이 아니냐’는 마음을 품은 유병권 청양군 명예군수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푸른마음장학재단(서울중앙지방경찰청), 청곡장학회(가남초), 청양사랑인재육성장학회를 지원하며 비봉면 명예면장(1987~)으로, 청양군 명예군수(2013~)로 사랑을 듬뿍 쏟아내십니다. 명예군수님의 일에 대한 열정과 인생관, 삶을 밝고 높은 목소리를 통해 들었습니다. 

유병권 청양군명예군수
유병권 청양군명예군수

고향은 마음·몸·정신의 줏대
국민훈장 목련장 및 동백장, 대통령표창 등 다수의 장관상을 백여 번 받으셨지만, 청양군민대상과 비봉면민들의 감사패가 가장 만족스럽다고 하십니다. 호칭 또한 ‘청양군 명예군수’로 불리기를 좋아하셨습니다.
“고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큰 보람입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에 수구초심과 귀소본능의 발로, 향연(鄕緣)이죠.” 

“일제강점기에 배움만이 가난을 해결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가남초 설립에 아버지가 힘을 쏟으셨죠. 몸져누우신 아버지 대신 큰형님이 설립추진을 하고, 운동·음악기구를 후원한 넷째형님과 누님은 교단에 서기도 했어요. 식구들이 가남초와 인연이 많다 보니, 5회 졸업생인 나도 모교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학교 사기를 살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60년 전부터 성의를 보였죠.”

가남초에 있는 송덕비
가남초에 있는 송덕비

“고인이 되신 한상돈 교장선생님이 얼마나 열의가 있었는지, 모교를 향한 마음을 촉진시켰어요. 당시 졸업식 날 학생들이 원어민교사와 중국어로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참 바람직스럽더라구요.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 역사라도 배우고 온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졸업생들에게 장학금 외 해외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죠. 학교에서도 고맙게 생각하고 우수학교를 만들어, 청양읍에서까지 오는 학생들이 있는 걸 보며 보람을 느끼죠. 고향에다 본능처럼, 협조하자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지만, 후원자가 감동을 받게 학교에서 노력을 해주니 지금까지 지속된 거죠.” 
-2022년 초등학교 신입생은 청양초·정산초 다음으로 가남초에 12명이 입학했습니다.

특허출원 250건, 특허 획득 73가지
‘와! 한쪽에 반죽을 넣으면 저렇게 빤빤히 펴지고, 그걸 반대쪽에 넣으면 국수가락이 된다. 게다가 가래떡을 넣으면 떡국떡이 된대요 세상에, 크기 조절 가능하며 만두피도! 뿐만아니라 요기다 만두피랑 만두소를 넣고 꾹!! 눌러주면 똥그란 만두 두 개가 따악!’ 선전 문구도, 광고 음악도 아닙니다. <시댁 왔다 신세계 발견>이라는 인터넷 글입니다. 칼국수란 그저 홍두깨로 빚어 먹는 줄만 알았다는 결혼 6년 된 주부가, 30년 전부터 시어머니가 사용하던 신식기계를 본 것이었습니다. ‘아륙만능기계’란 상표가 초록상자에 붙어있습니다. 
 

육영수 여사로부터도 인정 받았다는 아륙만능기계. 국수, 만두피, 떡썰기, 다지기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특허받은 기계로 당대 최고의 인기 제품이었다.
육영수 여사로부터도 인정 받았다는 아륙만능기계. 국수, 만두피, 떡썰기, 다지기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특허받은 기계로 당대 최고의 인기 제품이었다.

“국수·만두·양념도 다지는 ‘국수만능기계’를 최초로 만들었는데, 당시 광화문전시장에서 육영수 여사로부터 엄지척을 받았지요. 돈도 많이 벌었지만, 엄청난 시련도 많이 겪었습니다. 인기가 높다 보니 유사품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거예요. 특허 싸움으로 20여 업체를 일망타진하고 재기했죠. 압력밥솥도 최초로 만들고, 여성을 위해서, 한국 식생활개선을 위해 선구자적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특허 획득과 성공은 다릅니다. 당시에는 특허 한 장 받으려면 발명·실용신안·의장까지 3년 동안 준비를 했지요. 돈과 시간만 버리는 경우도 많아요. 심사기준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모험적이고 창의적 생각으로 특허장을 받았다 할지라도 완제품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재정, 노력, 골몰하고 미치지 않으면 될 수가 없지요.”
“한 장의 특허증은 그 ‘가치’만으로도 엄청납니다. 돈으로 따질 수도, 그 무엇에 비유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지요. 나 스스로도 ‘충청남도 비봉 촌놈이? 막내둥이가?’ 하며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젊게 살기, 어른, 인생관 
“젊게 봐주니 고맙지요. 밥이 보약이라 생각합니다. 한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라지요? 밥은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하루 세끼를 잘 먹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골프를 하는데, 맑은 공기를 맡으며 잔디밭을 5~6시간 걷다 오면 스트레스도 풀립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늙은 척 말고, 매사에 열심히 도전하면서, 젊다고 생각하고 살면 젊어지는 것이죠. 아직은 젊은 기분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고 있어 다행이지요.”
“고향에 가면 120, 130, 150살까지 살라고 하는 후배들이 있어요. 겨우 고만큼만 살라고?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아! 하곤 웃지요.(웃음)” 
- 명예군수님께서는 앞으로 50년은 더 사실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사셔서 후배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 어른이 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명예군수님이 생각하시는 이 시대의 어른이란 어떠해야 할까요?
“나이를 먹으면 먹은 대로 젊으면 젊은 대로 다 제 위치가 있지요. 가장 기본은 올바른 인성이죠. 요즘 사회가 각박해서 어른도 젊은이에게 제대로 말을 못 합니다. 동양적 예의범절 풍토는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들에게 선배 대접을 하고, 공경한다기보다는 근본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윗사람 역시 아랫사람을 보듬고 협력해야겠지요. 정도를 걸으면서 우유부단하지 말고 적극성을 유지하는 사람이죠.”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는 속담처럼 분수에 맞게 살고, 매사에 성실하고, 놀 때고 일할 때고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창의적인 생각과 꾸준한 노력과 목표 달성이죠. 특별히 큰 영향을 주신 분은 없지만, 편모슬하에 형님들 밑에서 엄격하게 자랐어요. 그러면서 어떻게든 자수성가를 해야 한다는 꿈이 컸던 것 같아요. 다만 모든 것이 부처님의 원력으로 힘이 되었고, 집사람의 내조가 컸지요.” 
“가족들과 함께 얘기할 때 행복하기도 하지만, 일을 하면서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루어질 때 행복하죠. 일종의 성취욕이죠. 긍정적이기보다, 어떤 목표가 있으면 달성을 해야 하는 기질이 있어요. 남에게 안 맡기고 내가 꼭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죠.” 
-삶의 철학처럼 꾸준한 노력이 오늘을 만드셨습니다. 절박할 때마다 혼신의 힘을 쏟아 기도했다는 명예군수님. 그래서 두루두루 더 고맙습니다. 

- 술,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웃음)주태배기라고 소문이라도 난 모양이죠? 술은 몸을 마취시키고 자꾸 땡기게 하지만, 적당히만 마시면 좋은 음식이라 생각하지요. 대인관계에서 필요적절한 것이 술 아닌가요? 세상에 그런 음식이 어디 있어요? 선후배 간의 어색한 자리에서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금방 친해지고, 즐거움을 빨리 느낄 수 있는 점에서 술을 마시지요.”
“맹숭맹숭하게 밥 한 끼 먹는 것보다, 소주 한잔 곁들이면 얼마나 더 좋습니까. 첫째는 분위기 조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것이고, 둘째는 분위기를 잘 만듦으로 해서 동료 간에 화목과 화합이 이뤄지도록 격려하는 거죠. 연말에 공무원들과 그런 자리를 만드는데, 후배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고마울 수가 없어요. 밥·술 사고 돈 들여도 기분이 좋아요. 사기도 올라간다니 보람도 있고요. 후배들 한 40여 명 있어도 절대 지지 않습니다.(웃음) 밥만 먹고 올라오면 뒷목이 허전하죠. 뭔가 빠진 듯이 서운한 것이. 술을 내가 마시고 싶어 마신 적은 없지만 고향이든, 서울이든, 어딜 가든지 술 잘 마시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네요.(웃음)”

향수, 파도타기, 좋은 세상
- 명예군수님의 일상 중 혹시 미련이 남는 일이 있으신지요?
“국가와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 불우청소년과 고향의 후배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을 주고 있는 점이 잘한 것이고요, 가장 후회되는 것은 부모님께 효도를 못 한 것입니다.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 또한 내 나이 스물여섯에 돌아가셨어요. 서울에서 방 한 칸 얻어 어머니가 밥을 해 주시다, 제가 결혼하며 큰형님댁으로 내려가셨지요. 살아 계시다면 하루에 12시간은 몰라도 1~2시간은 꼭 업어드리고 싶어요” 
 
- 박재홍 노래 ‘향수’와 ‘고향무정’(오기택)을 좋아하신다고요? 어머니를 생각하시고 주방기계를 발명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는 음식을 잘 만드셨어요. 외갓집에서 이어받은 전통으로 특히 궁중요리를 잘하셨죠. 그중에 어머니는 된장찌개를 아주 잘 끓이셨지요. 어머니만큼 특별한 형수님이 또 된장찌개를 잘 끓이셨죠.”
 

유병권 명예군수의 고향 후배 사랑은 특별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월 9일 모교 졸업생들을 격려하는 모습.
유병권 명예군수의 고향 후배 사랑은 특별하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월 9일 모교 졸업생들을 격려하는 모습.

- 후배들에게, 명예군수님 본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힘 안 들이고 쉽게 하는 일은 없어요. 구름도 끼고 해도 뜹니다. 가끔 ‘파도타기’에 대해 얘기합니다. 태풍이 몰려오면 바다는 수평이 아닙니다. 태풍에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습니다. 파도타기에서 살아나오려면 파도를 잘 타야 합니다. 이런 것이 인생살이의 기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생살이도 항상 굴곡이 있기 마련이죠.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쁘고 힘든 일이 참 많습니다. 사업을 하려면, 경쟁력으로 남과 대립될 때가 많고, 목적을 이루지 못할 때는 실망스럽고 한탄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좌절하지 말고, 파도타기처럼 아~ 내려갔구나, 다시 올라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역량을 발휘하라’고요.” 

“옛날에 헐벗고 굶주릴 때와 비교하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좋은 세상이지요. 하지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각박한 정신문명과 물질만능주의로 많은 갈등이 있어, 스트레스 해소가 필연적입니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안정된 세상이 좋은 세상 아닌가요? 본분을 지키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죠.”
 
- 청소년선도계몽영화를 만들고, 청소년한마당음악회도 열었습니다. 청소년 사랑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셨지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청소년탈선 방지와 선도위원을 시작으로 42년째 범죄예방위원을 하고 있습니다. 선도·보호관찰·갱생보호 3단체를 범죄예방위원으로 통합하여 초대회장으로, 지금은 상임고문으로 봉사를 하고 있지요.”
“자기 자신만이 느끼는 보람과 희열, 헌신적인 봉사 후에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지요.” 

- 하모니카와 전자오르간을 잘 연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손재주가 있는가 본데, 노래는 더 잘합니다. 음악 점수는 늘 100점이었습니다. 노래자랑에 나가 우승하여 취입한 레코드도 있었지요. 그때 연예계로 나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웃음). 요즘에는 남녀노소 노래 못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다 가수여 다 가수!”
- 명예군수님의 노래가 듣고 싶어집니다. 혹시, 음반 하나 내 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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