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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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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엄마는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2.01.12 11:49
  • 호수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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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시 - 유철남 경기도 고양시 거주(대치면 상갑리 출신)

겨울에 빨래를 갈 때면
엄마의 머리에는 흰 대야와
빨래 방망이가 있었다.

언덕 내려가면 얼어있는 개울 빨래터
그날도 엄마는 방망이로
얼음을 텅텅 깨뜨리고 밀어내면서

할아버지의 솜바지
아버지의 헤진 점퍼와
우리들의 양말과 내복을
 
손이 빨개지고 
손가락이 곱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비누도 풀리지 않는 물에서 
철푸덕거리며 빨래 방망이를 두드리셨다.

고무장갑도 없이 얼음물에 빨래를 하던
어머니의 빨갛게 떨리는 손
그 잔혹했던 시간들아.

맨질거리는 고무신으로 
몇 번을 넘어지고서야 갈 수 있는
눈마저 쌓인 오르막길

대야 가득 고인 빨래와 흐르는 비눗물을
머리에 이고 갈라치면 양은 대야는 머리카락에 달라붙고
한손에 들고 가는 물동이는 얼음처럼 차고 쇠보다 무거웠으리라.

이렇게 살아오셨다.
엄마는.

유철남 경기도 고양시 거주
유철남 경기도 고양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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