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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이야기 - 산사나무와 파이토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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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이야기 - 산사나무와 파이토테라피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2.01.12 11:46
  • 호수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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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인터넷 식물도감 ‘풀베개’ 운영자

쑥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소화기계 약제중 스티렌이라는 약이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천연물신약이고 이후 천연물신약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대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시장에서 그 점유율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천연물신약의 거의 대부분은 약용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진 생약이다. 

이렇듯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들 중 생리적 효과를 가진 화학물질을 파이토케미칼(phtochemical)이라고 한다. phyto는 식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치료하는 것을 파이토테라피(phytotherapy)라고 한다. 허브를 이용한 허브메디신이나 아로마테라피도 파이토테라피의 일종이다.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커피의 카페인도 파이토케미칼의 일종이다.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전의 우리 전통의학도 이런 파이토테라피에 기초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파이토테라피에 기초를 둔 전통의학들은 각 지역마다 독창적이고 독립적으로 발달해왔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아마존 원주민들의 약초에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아마존은 물론 중남미의 원주민들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등 세계 각국이 각자의 전통의학들이 대개는 식물추출물에 기반을 둔 파이토테라피에 해당한다.

지역마다 독창적인 파이토테라피가 발달하게 된 것은 각 지역마다 식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정 식물이 자라는 지역에서만 그 식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효과를 가진 약초라 하더라도 없으면 효과를 누릴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한약재들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들이 많고 일부는 중국과는 다른 대체약재를 사용하는 것도 중국과 우리나라의 식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역은 완전히 다르지만 같은 식물을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신기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현대와 같은 과학적 지식은 거의 없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경험이 누적되어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양에서 호쏜베리(hawthorn berry)라고 부르는 산사나무 열매가 있다. 산사나무는 아시아, 유럽은 물론 북아메리카 등의 지구 북반구에는 거의 다 자생하는 식물이다. 우리네 기록에 의하면 산사는 식적(食積)을 소거(消去)하고 어혈(瘀血)을 소산(疏散)하는 효과가 있다고 되어있다. 소화불량을 치료하고 어혈을 풀어준다는 의미이다. 아가위라고 하는 산사나무의 열매는 소화를 촉진하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최근의 논문에 따르면 소화촉진과 함께 장내세균의 균형을 촉진해서 비만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호쏜 또는 호쏜베리(hawthorn berry)라고 불리는데 우리와 거의 비슷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서구권의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과 이베이에서 ‘hawthorn (호쏜)’이라는 단어로 검색하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상품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서양에서도 항산화제, 항염제, 혈압을 낮추고 안정제, 및 소화제 및 비만 등에 이용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양에서는 탈모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모낭으로 가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머리카락을 굵게 하고 탈모를 줄여준다고 한다.

장미과의 소교목이라서 꽃과 열매가 사과와 비슷하다. 실제로 최근에 많이 보급되고 있는 루비에스라는 미니사과 품종은 기존의 미니사과인 알프스오토메와 산사나무의 교잡이다. 5월이면 장미과 특유의 예쁜 꽃을 피우는 수종이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원수로 많이 심기도 한다. 가을이면 열매가 빨갛고 노랗게 익는다. 열매의 형태와 맛도 사과와 비슷하다. 차로 만들거나 산사춘처럼 술이나 음료 및 식재료 등에 포함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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