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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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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12.29 10:15
  • 호수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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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기고 : 이은집 작가(화성면 출신)
이은집 작가
이은집 작가

“당신 지금 뭐 해유? 잠깐 좀 나와 보슈! 그렇게 날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만 쓰면 지겹지두 안 해유?”

옛말에 ‘가난한 집에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처럼, 내가 <한국문학신문>이란 주간지에 콩트를 연재한 지 어느덧 10여 년이 넘었는데 아차! 또다시 마감이 다가와 이번 주에는 뭘 쓸까 컴퓨터 앞에서 고민학고 있을 때 마누라가 나의 서재 문을 살며시 열고서 건네오는 말이었다.

“이잉? 왜 무슨 일이 있는겨? 이제 마악 글감이 떠올라 쓰기 시작하려는 참인데...!”
이에 내가 고개를 돌려 서재의 문을 반쯤 열고 고개를 디민 마누라한테 대답하자, 이런 엉뚱한 대꾸를 해오는 것이었다.
“아유! 낼 모레가 2022년 새해를 맞는 날이잖유? 그래서 2022년의 새해 달력의 게양식을 하려구 그류!”  “아따! 새해 달력 게양식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여?”
“얼라! 당신은 팔순 고개에 올라서 앞으룬 한 해가 더욱 소중한 해가 된다구 했잖유? 그렁께 2022년 달력을 그냥 걸지 않구 당신이랑 함께 주방 벽에 정식으로 달력을 거는 기념식을 갖잔 말유! 호호!”

그리하여 나는 마누라와 함께 2022년 새해의 달력을 주방 벽에 거는 행사(?)를 하게 됐는데, 이윽고 마누라가 다시 이렇게 건네오는 것이었다.
“여보! 이제 2022년은 호랑이 해인데, 호랑이 하면 난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이 떠올라유! 그때 호돌이가 올림픽 마스코트로 얼마나 사랑을 받았수?”
“아암! 그랬지! 그때 난 방송국에서 방송작가로 맨날 100매씩 원고를 써서 원고료두 참 많이 받았구만!”
“예에! 그래서 당신 원고료와 베스트셀러 인세루 우리가 아파트두 샀잖유? 근디 이제 2022년 호랑이해가 되니께,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지 뭐유?”
“아암! 항상 새해엔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져보게 마련인께 좋은 일을 기대해봐야지!”

나는 이런 대꾸를 하면서 순간 내가 어려서 내 고향 청양에 살 때 호랑이에 얽힌 추억이 떠올랐다.
“야! 은집아! 저어기 달밭골에 새로 절이 생겼디야! 우리 절 구경 가보지 않을래?”  그 시절에 충남의 명산인 칠갑산에도 절이 있었지만 멀어서 구경을 못 가봤는데, 마침 우리 동네와 가까운 달밭골에 새로 절이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옆집 동무 태평이와 절에를 갔는데, 법당의 문을 열고 들여다 보니 부처님이 앉아 계신 한쪽 벽 대나무 그림 아래에 노승이 앉아 있고, 그 곁에 엄청 큰 검은 호랑이가 우리를 그윽히 바라보며 앉아 있었던 것이다.

“와아! 호랑이는 늙으면 검은 호랑이가 되나벼? 그치?”
“그럼! 사람두 늙으면 오히려 검은 머리가 새루 나기두 헌다쟎여?” 
그때 태평이와 내가 검은 호랑이 벽화를 바라보며 속삭이자 절의 스님이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야들아! 부처님과 산신령님께 절을 올리지 않구 뭣들 허능겨?”
그래서 우리는 얼른 신발을 벗고 법당에 들어가 넙죽 절을 하고서 검은 호랑이를 바라보니, 마치 살아서 어흥 하고 뛰어나올 것만 같았다. 암튼 그날의 이런 추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는데, 진짜로 우리 동네의 호랑이는 바로 신생원 할아버지였다.
“야! 이눔들아! 늬들은 장유유서두 모르냐? 어른이 지나가면 인사부터 해야지! 어흠!”
항상 도포에 갓을 쓰고 살포장치를 짚고 마을을 헤젓고 다니는 신생원 할아버지는 이렇게 호랑이 노릇을 하셨던 것이다.

내가 이런 어린 시절의 호랑이 추억에 잠겼는데 마누라가 한마디 건네왔다.
“여보! 이제 호랑이 해인 2022년엔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우리나라가 통일되구, 호랑이처럼 우릴 지켜 줄 좋은 대통령을 뽑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어유! 안 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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