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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생태농업과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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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생태농업과 협동조합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12.14 09:41
  • 호수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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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인터넷 식물도감 ‘풀베개’ 운영자

체게바라와 부에노비스타소셜클럽의 나라, 행복도 세계최고인 나라, 유기농업으로 식량자급을 하는 나라, 쿠바에 다녀왔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2019년 말쯤 벼르고 별러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짬을 내서 강행군을 했다.
우리나라의 유기농 면적 비율은 2018년 기준 1.5% 정도라고 한다. 유기농 경작면적이 이탈리아(15.78%), 독일(7.34%), 호주(9.94%), 프랑스(7.10%) 순이라고 하니 우리는 많이 낮은 편이다. 
반면 쿠바는 98% 정도라니까 모든 농업이 유기농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쿠바의 유기농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장기간에 걸친 미국의 경제봉쇄와 비료와 농자재를 공급해주던 소련의 붕괴로 석유와 농자재의 품귀현상 때문에 시작됐다. 
쿠바는 한때 사탕수수 수출과 관광산업으로 부를 누렸었다. 하지만 쿠바혁명 이후 미국인들이 떠나면서 쿠바의 산업도 침체되기 시작했다. 수확한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가공하던 공장은 버려졌다. 설탕을 생산하던 미국의 초콜릿 회사는 ‘허쉬’라는 이름을 지명으로 남겼다. 수많은 쿠바인을 고용하고 생계를 책임지던 회사는 없어졌지만, 공장이 있던 지역은 아직도 허쉬라고 부른다.
이후 미국과의 대립으로 미국의 봉쇄정책과 소련의 몰락으로 더더욱 피폐해졌다. 사탕수수 농사를 짓던 농기계는 석유를 구하지 못해서 고철로 남아있다.

쿠바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기농 농산물.
쿠바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기농 농산물.

비료와 농약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선택한 농법이 유기농업이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쓰고 싶어도 쓸 수 있는 농약이 없었고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비료도 돈도 없었던 것이다. 
사탕수수밭을 갈던 농기계가 있었지만 기계를 동작시킬 연료를 구할 수 없어서 말로 밭을 갈고 농사를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자급률 95%를 달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급율 25%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은 수치이다.
여행하다 보면 말을 사용해서 경작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운기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소를 이용해서 논밭을 갈았었다. 서양에서는 소보다는 말을 주로 이용하는데 쿠바에서는 뿔이 큰 두 마리 소에 멍에 대신 뿔을 묶어서 밭을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소로 쟁기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에게는 친근하면서도 낯설은 풍경이었다.

오바마 정권 때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경제상황이 많이 좋아졌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모두 백지화되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에 식량을 수출하고 석유를 수입했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석유수출 제재 때문에 석유를 구할 수 없어 경제난은 더욱 가중되었다고 한다. 여행하던 당시에도 주유소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졌지만 언제 입고될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도시농업 성공요인은 협동조합
도시농업을 이야기하면 흔히 쿠바의 오가노포니코스(Oraganoponicos)를 도시농업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쿠바의 오가노포니코스는 도시농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도시와 많이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또한 아바나 도심에서는 텃밭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사진으로 보던 나무나 벽돌로 만든 텃밭상자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바나에 머무르는 동안 도심에서 단 한 개의 텃밭도 볼 수 없었다.

방문했던 Vivero Alamar의 오가노포니코스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아바나시티임이 분명하다. 쿠바에는 15개의 주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쿠바시티이다. 결국 행정구역상 쿠바시티는 우리의 경기도쯤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 같다. 쿠바인들이 말하는 아바나는 아바나시티에서도 올드아바나라고 부르는 올드타운의 극히 일부 지역만을 말한다.

우연히 만난 또 다른 오가노포니코스는 도시라고 말하기 민망한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결국 쿠바의 농업이 유기농업이고 생태농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가노포니코스를 구태여 도시농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많이 성급한 것 같다.
쿠바 본섬은 면적이 10만5천km²로 세계에서 17번째로 큰 섬이라고 한다. 10만km² 정도인 남한면적과 비슷한데 우리나라는 70%가 산지인 반면, 쿠바는 남동쪽 끝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평지라서 우리에 비해서 경작면적은 3~4배쯤으로 훨씬 넓다. 

쿠바의 오가노포니코스의 성공을 협동조합이라고 말한다. 협동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대부분의 농산물을 학교와 기관에 납품을 하고 남는 물건은 조합원들에게 나누기도 하고 판매도 한다. 여기서 생기는 수익으로 조합원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합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협동조합을 통해서 공동으로 작업하기도 하고 거기서 생긴 수익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민주주의의 원형이고 현재도 가장 민주주의적인 방식의 조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몇 개 남지 않은 대표적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민주주의 원형이라는 협동조합방식의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바나의 여기저기에서 건물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때마침 2019년부터 사유재산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쿠바에서 만난 먹거리에 대한 인상은 단순함 그 자체였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들은 한눈에 봐도 유기농을 알 수 있을 만큼 품질이 떨어져 보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파지로 취급되어 밭에 버려질 만큼 사이즈도 작고 상처도 많은 물건이 대부분 거래되고 있었다. 그나마 종류도 몇 가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농약, 제초제 한 방울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산물이니 100% 유기농산물만을 먹고사는 쿠바인들이 건강하고 장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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