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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후배의 ‘장례 성심 공덕(功德)’ 칭송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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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후배의 ‘장례 성심 공덕(功德)’ 칭송 ②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12.09 16:23
  • 호수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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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수필: 윤승원 수필문학인(전 대전수필문학회장·장평면 중추리 출신)

“으하하하!”
그는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우리 집 애들이 뭐라는 줄 아세요. 아빠가 전국 뉴스에 나왔다면서 대단한 아빠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내가 말했다.
“듣고 보니, 정말 대단한 고향 후배네, 그려. 사람의 장례를 잘 치러주는 것이 인간 선행 공덕 중 ‘제1의 공덕’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 공덕으로 염라대왕님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주신 것이 확실하구먼!”
상여꾼들의 왁자지껄한 소주 목축

윤승원 수필문학인
윤승원 수필문학인

임은 여기서 끝났다. 장모님을 태운 꽃상여는 요령(鐃鈴)잡이의 구슬픈 만가(輓歌) 소리와 함께 가파른 산비탈을 올라 장지에 이르렀다.
복요리 먹고 죽었다가 살아난 초등학교 후배가 모든 하관 절차를 주관했다. 굴착기가 땅을 파헤치고 산역꾼들이 장모님을 조심스럽게 안치하는 절차 모두 그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

흙을 뿌릴 때도 마치 떡시루에 쌀가루를 얹는 것처럼 체로 곱게 거르고 걸러 그의 손으로 정성껏 다져 넣었다. 엊그제 염습할 때도 그랬다. 돌아가신 분의 몸을 깨끗이 닦아드리고 비단과 삼베로 감싸주는 그의 손길은 지극한 성심이 묻어났다. 자식인들 저만큼 부모 몸을 성심을 다해 모실 수 있으랴. 하관 절차도 마찬가지였다. 예와 정성을 다하는 그의 손길을 바라보는 가족들은 감사함에 울컥 더 큰 슬픔이 북받쳐 올랐다. 감동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엄숙하고 경건한 순간이 한 생명이 땅에 묻히는 순간이다. 경찰관이었던 나는 일찍이 사람의 주검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 일인지 경험했다. 초임 경찰관 시절에 변사체를 다뤘다. 변사체는 비정상적인 주검이다. 천수를 다한 주검과는 형태가 다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여인의 시신을 직접 만지고 나서 몇 달 동안 그 슬픔의 현장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장 처참한 주검은 살인사건과 교통사고 주검이다. 시신이 온전하지 않은 것은 화재현장의 주검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끔찍한 주검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거나 손으로 다루면 ‘트라우마’가 생긴다. 그 마음의 상처는 오랜 세월 두고두고 기억 속에 남아 괴로움으로 재생된다.

그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상주와 유가족들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봉분을 만들면서 그는 자손들이 고인에게 못다 한 효를 깊이 후회하고 성찰케 하는 말도 했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의 한 대목이었다. 생시에 불효했어도 사후(死後)에 잘 모시면 자손들에게 길(吉)과 복(福)이 온다는 덕담도 했다. 구구절절 가슴에 스며드는 하관 발복(發福) 기원문이었다.

살아가면서 고마운 사람이 많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분은 돌아가신 내 부모님을 정성을 다해 품격 있게 모셔주는 분이다. 염습해 주신 분, 상여를 메어 준 분, 그리고 무덤을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은 평생 잊지 못한다. 어디 그뿐인가. 

내 가족이 큰 슬픔을 당했을 때, 눈물 흘리면서 슬퍼해 주시고, 따뜻한 조의를 표해 주신 분들도 평생 잊을 수 없다. 큰 은혜, 가슴에 새기면서 한 분 한 분 비망록(備忘錄)에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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