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풍경
초록에 지친 나뭇잎은 70여 가지가 넘는 색소로 보름간 변신을 하고는, 나무와 이별을 하며 여행길에 나선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멀리 멀리 날아간다. 털 많은 애벌레들에게는 은밀한 거처가 되고 아늑한 지붕이 된다.
개울가 옆새우에겐 맛있는 먹이가 되기도 하고, 지구를 덮는 이불이 된다. 흙이 되고 1급수 물을 만든다. 흙은 다시 나무의 일부가 되고, 물끈은 세찬 계곡을 만든다. 낙엽은 숲의 시작이다.
죽어서 물까지 깨끗하게 하며, 생명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장치, 그 낙엽 위로 첫눈이 내렸다. 아직 가을을 보내기에는 이른 것 같은데, 겨울이 확 와버렸다. 겨울 속, 가을빛으로 눈이 호사한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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