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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공존의 힘, 함께 위기를 극복하다 ⑤ … 금곡영농조합법인 ‘선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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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공존의 힘, 함께 위기를 극복하다 ⑤ … 금곡영농조합법인 ‘선한세상’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1.11.08 15:16
  • 호수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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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자립과 통합 돕는 ‘사회적농업’ 실천 농장

현재 농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인구 감소다. 청양군의 현재 인구는 3만 1000여 명으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 인구 감소의 요인 중 하나는 젊은 인구의 탈농 현상이다. 일자리 부족과 육아 등 지역 정주 여건과 환경이 열악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간, 주민 간, 세대 간 연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을 넘어서 함께 모여 조직화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자는 공존·공생의 요구가 상승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협동조합 결성, 작은 학교 공동교육과정 운영, 마을기업 설립, 공동육아터 마련 , 청년플랫폼 조성 등 각 분야에서 공존·공생하는 사례를 기획 시리즈로 마련했다. 타 지역의 ‘공존의 힘’ 사례를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금곡영농조합법인의 사회적농장 ‘선한세상’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선한세상이 운영하는 텃밭정원.
선한세상이 운영하는 텃밭정원.

농업의 다원적 가치 실현
경북 울산시 울주군 금곡영농조합법인(대표 선찬원·63)은 아직은 생소한 사회적농장 ‘선한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농장은 농업의 역할을 생산에만 국한하지 않고 무형적 가치와 기능을 확대,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농업체다. 농업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치유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복지 증대와  인구 감소 등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한세상’은 이러한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며 사회적 약자 자립을 돕고, 마을공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농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노인들이 농장에서 허브를 돌보고 있다.
지역노인들이 농장에서 허브를 돌보고 있다.

농장이 자리한 곳은 인구 200여 명이 살고 있는 마을로 원주민과 귀촌인이 3대 7로 살고 있다. 원주민은 유서 깊은 마을에 대한 애정으로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삶을 일궈왔고, 살기좋은 마을로 이름나면서 귀촌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금곡농촌 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면서 마을 자원을 활용한 여러 가지 체험 활동과 주말농장 운영이 마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마을 노인 농장 관리 ‘보람’
농장 안에 자리한 안내판 ‘사회적 약자의 통합과 자립을 도우며 함께 살아간다’는 글귀가 선한세상이 추구하는 바를 보여준다. 텃밭정원이라는 작은 팻말이 서 있는 뒤쪽 온실에서 허브와 채소류, 관목류 등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온실 텃밭의 로즈메리, 라벤더 등 식물들은 선찬원 대표와 한선연 사무국장 그리고 마을 노인들과 경력단절 여성들이 관리하고 있다.  

농업활동을 펼치는 사회적농장에서 식물을 돌보고 있다.
농업활동을 펼치는 사회적농장에서 식물을 돌보고 있다.

선한세상이 지역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인 장애인이나 고령자들의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사회적농업 지원 사업에 공모, 선정되면서부터다. 지역의 장애인주간보호센터나 재가노인지원센터와 손잡고 이곳 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온실에서 화초를 키우며 정서적 안정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주가보호센터의 이용자들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일년 과정으로 월 1~2회 각각 텃밭정원을 가꾸고 1종목의 계절별 노작활동(허브카나페, 허브향낭, 화전, 강정, 고추장된장담그기, 추수 탈곡 등)과 협업농장 투어(아로니아, 보리수, 옥수수 수확 활동)을 한다. 
이들의 노작활동을 돕는 이들이 바로 마을 노인들이다. 일주일 1~2회 정도 농장을 방문해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의 밭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이들을 보조하는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간보호센터에서 가꾸는 텃밭과 온실의 풀 뽑기, 수확, 세척, 포장 등을 맡아서 하며, 소정의 활동비를 받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노작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노작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활동가들의 나이는 60~80대로 이들 중 천순희(75) 씨는 10년 전부터 선한세상에서 보조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허브를 따서 허브차를 만들고, 허브 비누를 만든다. 허브 냄새를 맡으면서 일을 하니 일은 어렵지 않고, 이곳에 나와 활동하면서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 노인들에게는 농장에서의 활동이 건강한 삶과 인간관계 형성에 계기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을 노인들에게 일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마을이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있는 것이다. 
사회적농업에서 희망을 발견한 선한세상은 뜻을 같이하는 협업농장을 찾아서 업무협약을 맺고 참여자들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노작활동 참여 ‘치유’
선한세상이 장애인 치유를 돕고,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은 훨씬 이전부터 시작했다. 
2007년 녹색농촌마을로 선정돼 농림부와 지차제 지원사업으로 초등학생들의 도농교류협력체험학습, 예비귀농귀촌팜투어, 전원생활 체험 학교 등의 사업을 펼쳤다. 이곳에서 도자기, 목공, 원예 등 공예프로그램, 된장 고추장 등 전통음식과 염색을 하는 체험 활동이 이뤄졌다. 

체험마을 활성화 방안으로 2011년 허브온실체험장을 건립하고 선 대표는 원예치료사로서 허브 온실과 주말 농장 원예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마을주민과 함께 구성한 원예동아리가 평생학습동아리로 선정되면서 성인장애인·지역아동·재간노인지원센터와 일년 단위의 봉사활동, 학교·단체·기관 등의 텃밭, 허브 온실 참여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선찬원 금곡영농조합법인 ‘선한세상’ 대표.
선찬원 금곡영농조합법인 ‘선한세상’ 대표.

사회적농업이 대두된 것은 3년 전이지만 선한세상이라는 이름을 걸기 이전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돌봄, 재활, 치유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전의 활동은 사회적농장이 추구하는 가치와 동일했고, 사회적 농장 선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제한된 조건 속에서 300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며 치유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특히 재가노인복지센터의 고령자들이 원예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우울감을 해소하고, 자존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공동체 형성 역할 
금곡영농조합법인이 오랜 기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면서 도농교류와 체험활동 농가들이 발전할 수 있는 조직으로 유도함으로써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계기라는 성과도 거뒀다. 또 농촌 자원 활용을 통해 농업 농촌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다. 
마을 주민과 사회적 약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활발한 운영은 체험농가나, 생산자, 그리고 지역 로컬푸드 판매 등의 연계로 이어졌고 농가소득 창출의 기회도 제공하는 등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선한세상은 지역 어르신들이 노작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제를 갖추기 위한 시스템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서다. 참여로 인한 비용 부담을 덜고, 참여자의 확대를 통해 보조 활동가의 역할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앞으로 귀농귀촌대상자나 청년, 다문화 가정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농업이 활성화 되고 다양한 농업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교육청,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센터, 청소년상담소 등 네트워크 형성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선한세상은 사회적농업활성화 지원 사업을 성실히 이행, 12월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참여자 확대, 사회적 지원 바라
선한세상은 농업을 일회성으로 체험하는 농장이 아니다. 봄부터 파종하고, 수확하는 일 년간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한 치유를 지향한다. 선찬원 대표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농업이 지닌 다원적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사회공동체 회복 등의 역할을 하는 곳이 사회적농장이다”며 “관련한 일들의 시너지를 위해서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수혜자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참여자 확대는 지역 노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농장에 기반을 둔 공동체도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내다봤다. 

선한세상은 사회적 약자가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농업을 실천함으로써 공존과 공생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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