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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정원사 -청설모와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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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정원사 -청설모와 다람쥐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11.03 14:37
  • 호수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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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설치류, 쥐류라고도 합니다. 나무를 잘 타는 야생동물로 앞발을 손처럼 사용합니다. 송곳니는 없으며, 계속해서 자라는 한 쌍의 날카로운 앞니가 있습니다. 보통 발가락이 5개이지만, 앞발의 엄지발가락은 흔적만 남았거나 없습니다. 나뭇가지를 타고 다니며, 나무의 열매를 따서 앞발과 앞니로 까먹습니다. 길어지는 이빨로 인해 딱딱한 열매를 먹습니다. 포유류 중 종류가 가장 많으며, 모양이나 습성도 다양합니다. 숲속의 대표적인 설치류는 청설모와 다람쥐입니다. 
   

우성산 초입의 늘씬한 소나무에는 청설모가 살고 있습니다.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청설모는 소나무꼭대기에서 아래로 쪼르르 내려옵니다. 거꾸로 나무를 타는 것이지요. 나무 밑동까지 오르락내리락,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며 혼을 뺍니다. 눈을 한동안 맞추다가도 사진기를 들이대면 긴 꼬리가 보이지 않게 후다닥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여름 내내 잠잠하더니, 오랜만에 모습을 보여줍니다. 감춰놓은 도토리라도 찾으러 나서는지, 솔가리 위를 총총 걷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있었던 토착종이지만, 종종 외래종으로 오해를 받는 청설모는 털이 많고 꼬리가 깁니다. 동그랗고 까만 눈에 붉은 갈색이나 청회색, 검정색 몸털을 지녔습니다. 입 아래부터 가슴과 배까지는 흰색입니다. 다람쥐보다 크고 빠르며 낮에 활동합니다. 날렵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나무를 잘 탑니다. 주로 나무 위에서 놀며, 나무구멍이나 둥지에서 삽니다. 나뭇가지 위에 지은 둥지는 까치집으로 오해도 받습니다. 대부분 잣나무 윗가지에, 오만 잡동사니를 주워 입구가 보이지 않도록 둥지를 짓습니다. 

푸를청(靑)과 쥐서(鼠), 푸른쥐(청서)라는 이름은, 서식하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이 푸르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청서의 긴 꼬리털로 붓을 만들었으므로 털모(毛)자도 붙여 ‘청서모’로, 시간이 흐르면서 ‘청설모’로 불리게 된 것이지요. 청설모는 껍질이 두꺼운 열매인 호두나 밤 등을 먹지만, 잣을 가장 좋아합니다. 겨울철 먹이로 도토리 등 씨앗을 땅속이나 바위, 나무 틈새에 감추는 습성이 있습니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청설모는 겨울에는 활동 시간이 짧아집니다. 귀의 털까지 길게 기르며 겨울을 버티지요. 여기저기 감춰 두었던 먹이에 싹이 트는 봄철은 청설모에게는 보릿고개입니다. 새순도 먹기는 하지만 섬유소는 소화를 못 시키기 때문이지요. 어쩔 수 없이 곤충이나 새알을 먹기도 합니다. 
청설모에게 까치나 까마귀는 먹이 경쟁 상대입니다. 그들은 청설모가 땅에 먹이를 감추는 것을 지켜보다가, 청설모가 자리를 뜨면 그대로 내려가 먹이를 훔칩니다. 청설모는 또 워낙 꼼꼼하게 먹이를 감추기 때문에 까치와 까마귀가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청설모 역시 건망증이 심해 감춰둔 먹이의 1/4 정도만 찾아 먹습니다. 호도와 잣을 먹으며 자라서인지, 청설모는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청설모 고기에서는 어쩌면 솔향과 호두향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줄무늬 털을 가진 다람쥐도 낮에 활동합니다. 나무를 잘 타지만 주로 땅바닥에서 놉니다. 자기만의 영역을 정하고 돌담이나 땅굴, 나무 밑동에 굴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견과류, 나무 열매, 곤충 등 잡식성이지만, 밤을 가장 좋아합니다. 생각보다 잔인하여 도마뱀이나, 같은 다람쥐끼리도 잡아먹습니다.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고, 탄력이 좋은 볼주머니로 먹이를 운반합니다. 한쪽 볼주머니에 도토리 3~4개는 거뜬히 담을 수 있습니다.

다람쥐는 겨울철, 빠르면 10월부터(평균기온이 8~10℃가 되면) 나무구멍이나 땅굴로 들어가 혼자 겨울잠을 잡니다. 겨울잠에 들기 전에, 겨울잠을 자며 먹을 먹이를 준비합니다. 약 2킬로그램, 6개월 동안 먹을 수 있을 만큼 저장하지요. 땅굴에는 화장실과 한두 개의 먹이 창고, 잠자는 방을 따로따로 마련합니다. 때때로 잠에서 깨어나 먹이를 먹은 후 다시 잠을 자기도 합니다. 여우나 족제비, 뱀 등 목숨앗이를 만나지 않으면 13년 정도를 살 수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다람쥐는 독립적인 성격으로 집단생활을 못 합니다. 낯을 많이 가리고 경계심이 많아 인기척만 나면 순간적으로 전력을 다해 달려 굴이나 나무구멍에 숨습니다. 물고 할퀴는 습성이 있어 애완용으로 키운 지는 오래되지 않습니다. 다람쥐꼬리는 또 얼마나 약한지, 잡으면 꼬리가 뜯겨나간답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다람쥐는 크고 검은 눈에, 갈색 바탕에 검은색 5개의 세로줄이 뚜렷하고 귀여워 한때는 일본으로 수출도 하였습니다. 다람쥐를 철장에 넣고 골목길을 다니던 다람쥐팔이를 졸졸 따라다닌 기억이 납니다. 

청설모가 숨겨 놓고 찾지 못한 수많은 잣과 밤, 다람쥐가 흘린 도토리 등의 열매는 땅에서 자연스럽게 싹이 나와 나무로 자라게 됩니다. 그렇게 자란 나무들은 다시 열매를 맺고, 숲속 동물들은 열매를 따 먹으며, 여기저기 먹고 남은 열매를 퍼트립니다. 숲속 동물들과 나무와의 아름다운 관계로 숲은 풍성해집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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