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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이야기: 병풀연고와 마다가스카르의 나병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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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이야기: 병풀연고와 마다가스카르의 나병치료제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7.31 01:51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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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인터넷 식물도감 ‘풀베개’ 운영자 
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섬이다. 말이 섬이지 한반도 면적의 다섯 배가 넘는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렇듯 경제도 의료도 많이 낙후되어 있는 나라이다.
성경에 예수님은 나병환자를 치료하는 기적을 여러 차례 보여주셨다. 하지만 구약성경에 따르면 나병환자는 부정한자들이니 따로 격리를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록도나 나병환자촌에 강제로 격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치료가 쉽지 않은 병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프랑스의 식물학자였던 피에르 보이또(Pierre Boiteau)는 마다카스카르의 한 나병치료소에서 여섯 가지 약초로 나병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프랑스의 학자들은 여섯 가지 약초 중 하나인 Centella asiatica에서 asiaticoside라는 파이토케미칼을 확인했다. 실제로 이 약제는 세균을 죽이는 항균성뿐 아니라 상처의 미세혈관 생성을 촉진시켜서 상처회복을 빠르게 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약초로 만든 약이 요즘에도 상처에 많이 사용하는 '마데카솔'이다. 마데카솔의 원료가 되는 Centella asiatica는 마다가스카르 뿐만 아니라 인도, 동남아, 미대륙의 남동부까지 광범위하게 자생하는 식물이다. 자생지역이 광범위한 탓에 각 언어마다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영어로는 동전처럼 생긴 탓에 pennywort라고 부르고 인도에서는 brahmi라고 부른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Gotu Kola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샐러드 등의 채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음료수나 드링크로 개발해서 마시는 나라도 있다. 

병풀
병풀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함박쿨 또는 호랑이풀이라고도 불리우지만 정식명칭은 '병풀'이다. 한방에서 부르는 약초명인 적설초(積雪草)는 병풀의 중국식 이름이다. 아마도 하얀 꽃이 피면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생즙을 내서 복용하거나 상처에 발랐다고 한다. 마데카솔 연고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상처회복에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에는 연고뿐 아니라 여러 가지 피부를 개선하는 기능성 화장품, 마스크팩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병풀에서 성분을 추출하기도 어렵지 않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화장품을 만드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생겼다. 

병풀은 햇빛과 습도만 잘 유지해주면 번식도 빠르고 잘 자라는 식물이다. 다만 내륙지방에서는 겨울 동안 얼어 죽는 경우가 많아서 비닐하우스 등에서 보온관리를 해주는 것이 좋다. 겨울철 관리만 잘되면 해마다 꽃을 피우고 번식하는 다년초 식물이다.
병풀과 비슷한 식물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욱메풀이라는 것이 있다. 자생지역도 비슷하고 땅위로 기면서 자라는 형태나 잎의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 다만 아욱메풀은 전초에 미세한 털이 많아 거칠어 보인다. 반면 병풀은 반들반들한 느낌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식물이 금전초라고 부르는 긴병꽃풀이다. 긴병꽃풀은 강원도를 비롯한 육지지역에 흔히 자생하는 식물인데 한동안 병풀로 둔갑해서 판매되었던 적이 있다. 잎모양도 비슷하고 땅 위를 기며 자라는 모습이 아주 흡사하다. 하지만 병풀과 긴병꽃풀은 약리작용이 전혀 달라서 대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약초이다. 특히 긴병꽃풀은 간독성이 심해서 내복 시에는 특히 주의를 요하는 식물이다. 병풀을 구입해서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병풀인지 긴병꽃풀인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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