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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존의 힘, 함께 위기를 극복하다 ① … 전남 순천시 문성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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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존의 힘, 함께 위기를 극복하다 ① … 전남 순천시 문성마을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1.05.22 15:19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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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의식 전환 계기 “살고 싶은 아름다운 마을 되다”

평균 연령 72세, 24가구 마을…경제공동체 성공 비결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성마을 전경.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성마을 전경.

현재 농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인구 감소다. 청양군의 현재 인구는 3만 1000 여명으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 인구 감소의 요인 중 하나는 젊은 인구의 탈농 현상이다. 일자리 부족과 육아 등 지역 정주 여건과 환경이 열악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간, 주민 간, 세대 간 연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을 넘어서 함께 모여 조직화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자는 공존·공생의 요구가 상승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협동조합 결성, 작은학교 공동교육과정 운영, 마을기업 설립, 공동육아터 마련 , 청년플랫폼 조성 등 각 분야에서 공존·공생하는 사례를 기획 시리즈로 마련했다. 타 지역의 ‘공존의 힘’ 사례를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 첫 번째로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성마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십년 전 변화의 바람 불어와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성마을은 아미산 자락 아래 산골 마을로 풍경이 아름다우며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이다. 평균 연령 72세, 24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년이 지난 지금 여느 농촌이 겪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극복하고 젊은 귀농인들이 이주해 활기찬 마을로 변화했다. 마을에는 빈집이 없고 한 집에 두 세대가 사는 곳도 있을 정도로 귀농자가 늘고 있다.

이덕성 서당골 마을기업 대표, 성봉만 이장, 이호성 사무국장.
이덕성 서당골 마을기업 대표, 성봉만 이장, 이호성 사무국장.

한 때는 사람이 떠나가던 마을에서  돌아오는 마을로 바뀐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성공한 마을경제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일련의 과정을 이뤄냈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마을 사업에 적극 참여한 주민들의 의지와 이를 소득증대로 이끌어내기 위해 힘쓴 젊은 사람들의 추진력이 더해진 결과다. 

문성마을 주민들이 메주를 만드는 모습.
문성마을 주민들이 메주를 만드는 모습.

문성마을에는 전국 각지에서 현장 견학과 실천 사례를 배우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09년 희망농촌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해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에 선정(2012)됐으며 이후 모범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행복마을콘테스트 농식품부 장관상(2015·2017), 가장 살기 좋은 마을 선정(2015),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 금상(2020) 등을 수상했다. 
 
콩 가공품, 메주와 장 판매 
문성마을은 너른 들도 없고 주민들이 고령화돼 소규모로 콩 농사를 짓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은 4가구에서 40kg 1가마니씩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메주를 만들며 판매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콩 값은 메주를 판매한 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그해 메주가 도시인들에게 모두 팔려나갔고 그 다음해 메주 만들기 규모는 7농가로, 콩 현물 출자량도 몇 배로 늘었다. 재고로 남은 메주를 활용해 된장을 만드는 것으로 발전했다. 

콩을 메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 마을 사업의 시작이었다.
콩을 메주로 만들어 판매한 것이 마을 사업의 시작이었다.

소득 증대의 시작이자 문성마을만의 옻된장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차별화된 된장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옻나무를 활용해 문성마을만의 옻된장이 탄생했고 이후 고추장도 만들었다. 
된장 수익금 활용 방안도 이후 문성마을이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주민들은 각자 이익금을 돌려받는 대신 사업 확장을 위한 공동 기금으로 내놓았다. 
당시 주민에게 메주를 만들어 팔자고 제안한 이가 이 마을로 2007년 이주한 이호성 씨(60·현재 서당골마을기업 사무국장)다. 이전에 유통 분야에서 일했던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힘들게 농사를 짓지만 그에 비해 소득이 낮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농산물을 가공·판매하면 마을 주민들 소득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콩을 활용한 가공사업을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도시인들의 장 만들기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도시인들의 장 만들기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려면 마을 주민이 함께 소득사업을 병행해야 한다. 마을만들기 사업은 정부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체 소득사업이 있어야 마을만들기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
첫 단추는 이 사무국장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탄력이 붙은 것은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문성마을은 산골 깊숙이 자리해 소외되는 지역이고 소득이 낮았던 마을이다. 콩을 수확해 판매할 때 1kg에 4000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지만 콩을 현물로 투자해 메주를 만들어 1kg당 네 배 이상의 가격으로 돌아오니 마을 주민들은 ‘우리도 하면 된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2009년, 문성마을 주민들은 직접 지은 농산물인 콩이라는 자원을 소득화하고 경관 조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희망 심기 운동의 시작이었다.

협의하고 소통하는 주민들
이런 변화를 더욱 발전시킨 것은 주민들이 모여 마을 일을 협의하고 앞으로의 실천 계획에 대해 소통하면서 부터다.  
“현재 마을 입구 주차장 옆으로 큰 대나무 숲이 있었다. 주민들은 대나무가 마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음식을 만들어 파는 마을이 깨끗해야 하는데 근처에만 가도 냄새가 진동했다. 이곳을 깨끗하게 만드는 마을가꾸기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의 전환점이었다. 동기 유발이 돼서 마을회관에 사람에 모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방치된 마을 환경을 깨끗하게 가꾸고, 나무도 심고, 함께 마을을 가꾸어가면서 공동체 의식도 싹텄다.”

마을기업에서 생산한 고추장과 된장 제품.
마을기업에서 생산한 고추장과 된장 제품.

문성마을은 대밭 마을공원화 작업을 기점으로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15년 계획에 들어갔다. 이후 현재까지 가로수길 조성, 마을 소득 숲 조성 등 지속적으로 마을 정원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전까지 마을에 관한 일을 논의한 적이 거의 없었던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주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이덕성 서당골 기업 대표는 “대나무 숲을 없애는 것을 계기로 마을 가꾸기 등 내키지 않았던 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됐다. 생각이 전환되니까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기면서 주민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당시 주민 한명은 메주 사업을 위한 종자 돈으로 소득사업으로 활용하고 후에 갚으라는 조건으로 빌려주기도 했다. 이 돈은 일 년이 안돼서 모두 되돌려줬다. 

콩 1kg이 몇 배 불려진 돈으로 되돌아오고, 메주를 만들고 콩을 만들면서 인건비도 지원받으니 주민들 소득은 자연적으로 높아졌다. 참여 농가도 확대됐다. 
이호성 사무국장은 “농산물을 가공 판매하니 소득이 좋아지고, 빚도 갚게 되니 주민들 스스로가 능력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내가 나이가 들었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의식 전환은 역량 강화 교육을 받으면서 더욱 발전했다. 주민의 의지와 역량이 있어야 마을만들기를 할 수 있다는 자각을 하고 교육 등 역량 강화 교육에 적극 참여했다. 매주 회의를 열고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함으로써 마을 사업에 대한 참여율이 높아졌다.  

마을 소득 사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시기가 왔다. 마을 기업으로의 필요성이 느껴진 것. 2014년 말 마을 주민의 90%가 참여하는 서당골이라는 법인이 탄생했다. 1가구당 650만 원의 금액을 출자해 협동조합이 출발했다. 
주민들의 출자금은 당시 집 한 채 가격인 1000만 원을 기준한다면 꽤 큰 금액이었다. 12가구로 출발, 현재 21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출자금은 메주, 된장, 간장 등 가공 식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공장을 조성하는데 쓰였다. 
가공공장과 체험장 건물을 조성하는데에는 순천시의 지원이 있었다. 건물을 지어 소유권은 받지 않고 임대해서 쓰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 받을 수 있어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기업 서당골을 통해 경제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하나씩 마련해 갔다.

100만원씩, 100세까지 연금 
서당골마을 기업은 사회적경제기업으로의 준비를 하고 있다. 2023년까지 공유재산을 만들어 배당 대신 복지비로 균등하게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똑 같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21가구는 소득 배분을 연금 형식으로 받는 것이다. 
이는 ‘꾸준히 돈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농사 지을 때는 돈이 있다가 농사를 안 지을 때는 돈이 없어 빌려 쓰고, 그렇게 살아 온 주민들은 월급처럼 돈이 일정하게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함께 다함께 마을 주민 24가구 모두 100만 원씩, 100세까지 연금 받는 마을’이 문성마을 주민들의 미래다. 

문성마을은 마을로 유입된 귀농인들을 위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젊은 세대인 귀농인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현재 서당골 마을 기업과는 다른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귀농인들이 중심이 된 젊은 그룹은 콩을 부산물로 한 제빵이나 맥주 사업 등과 콩을 매개로 콩돌이 등 캐릭터 발굴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 등 산업화 확장을 모색해 나아가려는 것이다. 
“주민들이 함께 우리 마을의 특성에 맞게 소득과 자립이 병행하는 잘 사는 마을을 만들어 나아가려고 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문성마을의 미래가 담겨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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