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기고
유철남 / 경기도 고양시 거주
오랜 기억 속에 살아있는 이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모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현실에서 멀어져갈 뿐임을 알고 있다.
늦은 밤에 전철을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면서
이슬이 차갑게 내려앉은 달무리 지는 호숫가
석양이 곱게 채색되는 서해안 어느 부둣가에서
스물넷의 너는 엷은 미소를 날리며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언뜻 언뜻
잠시라도 만날 수 있다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하고
드라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단지 몽환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고
우리는 마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어색하게 헤어질 것임을 안다.
그리하여 정녕 서로를 위함은
빛나는 봄날 화사하게 피어났다가
비처럼 날리는 벚꽃으로가 아니라
마음 한편에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푸르고 맑게 서 있는
사철나무로 두어야 함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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