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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 가위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마루 밑부터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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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 가위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마루 밑부터 뒤졌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3.15 11:34
  • 호수 1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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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남 / 경기도 고양시 거주
유철남 / 경기도 고양시 거주
유철남 / 경기도 고양시 거주

달고 맛있는 과자와 사탕은 구경하기도 맛보기도 어려웠다. 장날에 읍내 장터나 가야 그런 것들을 구경할 수 있었으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른들은 그런 것들은 이를 썩게 하는 나쁜 음식이라고 하시면서 밥맛을 없게 만든다고 하셨다. 

어른 애 할 것 없이 엿장수를 기다렸다. 엿장수 아저씨가 가지고 다니는 윷가락 같은 하얀 엿은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가장 먹고 싶은 간식거리였다. 지게에 얹힌 나무 엿판과 그 안에 가지런히 담겨있는 어른 손가락만큼 길쭉길쭉한 엿은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하고 넘어가게 했다. 그리고 당원과 뉴-슈가 같은 감미료와 고무 냄새가 물씬 나는 노란 아기 고무줄과 검정 고무줄, 종이에 꽂혀진 검정머리핀, 단추와 옷핀 등은 모두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었다. 

아저씨가 가장 먼저 짐을 내려놓는 곳은 우리 집 옆 텃밭 건너에 있는 집의 넓은 마당이었다. 엿장수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다가도 ‘우르르’ 몰려갔다. 널빤지에 가득한 엿과 지게에 실린 여러 가지 공산품을 보면 신기해하기도 하고 눈을 반짝였다. 멀리서 가위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마루 밑부터 뒤졌다. 혹시 못 신는 고무신이나 쇠붙이라도 있으면 작은 엿이라도 바꾸어 줄까 해서였다. 

우리 마을에 오시는 엿장수 아저씨는 오래 전에 금광이 있었다는 고개 너머 운곡 마을에서 사시는 사십대 중반의 인상 좋은 분이셨다. 우리 할아버지와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후덕한 인상만큼이나 인심이 좋았다. 아이들이 가져가는 고무신이나 부러진 낫, 못 쓰는 괭이, 쟁기 보습 등을 후하게 값을 쳐주었다. 아저씨가 어떤 분이셨는지는 다른 엿장수가 나타나면서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께서 주기적으로 학생들의 위생 검사를 하셨다. 손발 검사를 해서 손은 깨끗하게 잘 닦았는지 손톱, 발톱은 잘 깎았는지를 일일이 확인했다. 머리가 길면 깎으라고 하셨고 옷을 오랫동안 안 빨아 입어도 옷을 청결하게 입으라고 하셨다. 특히 이를 잘 닦으라고 강조하셨다. 충치가 생기면 이를 뽑아야 한다고 하셨다, 이를 안 닦던 내게 선생님의 그 말씀은 꼭 이를 닦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고 그래서 우선 칫솔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했다. 

마침 엿장수 아저씨가 마을에 오셨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에 아이들과 노는 바람에 집 앞을 지나가는 줄을 몰랐다. 나중에야 겨우 그것을 알고 마을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따라잡으려고 비탈진 밭들을 뛰어서 내려갔다. 그런데 급한 나머지 서둘러 경사진 밭둑을 내리 달리다가 그만 몸이 공중에 떴다가 떨어질 만큼 크게 넘어졌고 그 바람에 턱이 돌에 부딪쳐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은 크게 걱정을 하시며 나무라셨다.

읍내에 가지 않는 이상 그 큰 상처에 바르는 변변한 약도 구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퉁퉁 부은 내 상처에 몇 년 째 처마 밑에 간직해 오던 지네 기름을 발라 주셨다. 병원도 한 번 못 갔지만 아침저녁으로 치료해 주시는 할머니의 정성 때문인지 얼마 되지 않아서 흉터조차 남기지 않고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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