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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목면 안심리 전원영·유지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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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목면 안심리 전원영·유지순 부부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0.12.29 11:18
  • 호수 13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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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대 출신 부부네 모종 튼실한 이유 있었네

농촌이 고향이고,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업은 삶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이었다. 우리나라의 최고 대학 농대에 들어간 것도 농촌에서 땅을 일구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에서 동갑내기를 만나 결혼했고 2017년 오십을 훌쩍 넘기고서야 아내와 함께 귀촌했다. 전원영 목면귀농귀촌협의회장과 부인 유지순씨의 이야기다. 

최고 대학 나와서 농사짓는다 

청남 지곡리서 모종 농사를 짓고 있는 전원영·유지순 부부

전원영·유지순(57) 부부가 사는 곳은 목면이지만 농사짓는 곳은 청남면 지곡리다. 전 회장은 미당에서 태어났고 인접한 땅에서 농사를 짓던 부친의 뒤를 이어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 전 회장은 ‘이 나이 쯤’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었고 귀촌할 수 있는 여건이 돼 고향으로 내려왔다. 

미당초와 장평중, 공주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대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났다. 3년 전 귀촌했지만 처음 시도는 이보다 훨씬 이전이다. 사람들은 좋은 학교 나와서 왜 농사짓고 사느냐 궁금해 하기도 한다. 대학 졸업 후 농촌지도소에 취업이 되기도 했고 당시 캠퍼스 커플이었던 유지순 씨와 결혼도 했지만 전 씨의 마음은 오히려 고향으로 향했다.

“대학 졸업 후 내려 왔을 때는 미꾸라지와 메기 양식을 했었어요. 인공 부화에 성공하면서 사업성이 있었는데 중국산이 대량 유입되고 타산이 안 맞아서 양식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요. 농촌에서 살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다시 상경해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 그는 김치 유통 사업 등을 하면서 도시 생활을 했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그의 꿈대로 고향 땅을 다시 밟았다.

모종 시장의 가능성 발견
그의 밭에는 아직 파릇파릇한 양파 모종이 심어져 있다. 부부가 선택한 것은 모종 농사다. 부친이 모종을 키웠고, 그 또한 모종 농사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모종은 발아율 등 실패 확률이 많기 때문에 직접 키우면 수지타산이 안 맞아 농가에서 대부분 모종을 사다 씁니다. 청양에는 모종을 심는 농가도 별로 없고요. 기술적으로 잘 키우면 농사짓는 농가에 도움이 되고 틈새시장으로 괜찮다고 여겼어요.”

전 회장은 처음부터 종자나 육묘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농대를 다니며 배운 농업 관련 지식과 기술력을 적용해서 농사를 짓고 싶어 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모종 농사가 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종이 튼튼해야 정식했을 때 잘 자라고 좋은 열매를 맺죠. 파나 양파 등 밭작물은 더 그렇죠. 파는 흰대가 튼실해야 대파도 굵고 품질이 좋아요.” 

전 회장은 작물 초기 생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농사를 했다. 부부가 키운 대파 모종은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온 날씨에 진가를 발휘했다. 정식했을 때 비가 많이 오면 파 농사를 망친다. 코로나19로 학교 등 단체 급식이 줄어들면서 파 소비가 떨어졌다. 모종을 심는 이들도 출하를 못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장마철이 길어지면서 비에도 강한 튼실한 모종을 키워낸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이들 부부가 건강한 모종을 출하할 수 있었던 것은 땅을 이해하고 작물의 특성을 살펴 농사를 진 결과다. 

우선 모종이 자랄 땅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맥반석과 쌀겨, 유황을 혼합해 발효한 누룩으로 지력을 높이고 양분을 조절했다. 연작 피해 방지를 위해 겨울철에는 밀 등 작물을 심는 등 윤작도 하고, 관수 시설로 일정한 수분을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아율이 높아 생산량도 평균 보다 많고, 튼실한 모종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기술적으로 도움 주는 역할
“농사도 안 지어보고 모종 농사를 어떻게 할까 염려도 있었어요. 모종 판매도 어려웠죠. 이제는 제가 키운 모종만 구입하시는 농가도 생기고 판매는 잘되고 있어요.”
3년의 성과다. 이제 이들 부부는 농가에 기술적으로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 각 농가마다 수확량의 차이가 많은 것은 그 방법론이 표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며 또 기술이 발전했지만 그것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고 있다. 

“모종 농사만 보더라도 농사를 짓는 방법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져요. 농사법을 바꾼다는 것은 위험성도 높고, 도전이죠. 실패할까 두려워하죠.”
부모세대를 보면서 농사를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남편과 함께 땅을 일구는 유지순 씨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이곳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농사짓는 것은 세심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요. 저희가 모종 농사를 잘 지어서 농가가 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전 회장 부부는 앞으로 공정육묘를 시도할 계획이다. 온·습도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시설 안에서 육묘를 하는 것으로 일률적이고 고른 품질의 모종을 생산하는 것이다. 품종 또한 고추나 배추 등으로 바꿀 예정이다.
“동기생들 중에 농사짓는 이들이 여럿 있어요. 앞서가는 기술력을 적용해 미래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저희도 생산성이 높은 고품질의 모종 생산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목면귀농귀촌협의회장이기도 한 전원영 씨는 재능 기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주민과 소통하며 고향 땅에 안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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