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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단백질을 황금줄로! –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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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단백질을 황금줄로! – 거미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9.28 10:40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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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젖줄을 토해낼 때마다 허공에 다리가 놓인다. 격자무늬 그물 사이로 굵은 바람만 빠져나갈 뿐 거미가 지나간 길은 축축하다.~’-김승원의 시 「거미의 길은 젖어있다」부분

무궁화꽃이 예쁩니다. 무궁화나무를 기둥으로, 나뭇가지를 상량대로 지은 둥글고 큰 금실 집이 저녁노을에 눈부십니다. 노랑과 빨강 무늬가 있는 무당거미의 근사한 그물집입니다. 

무당거미
무당거미

지주, 주모, 철모, 두공, 차추 등의 한자 이름으로 불리는 절지동물의 총칭 거미는 지구상에서 곤충 다음으로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4만여 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600여 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옛 거미들은 땅속에서 생활했으나, 중생대 신생대를 거치면서 종수가 증가하며 땅 위로 올라와 삽니다. 거미의 크기는 남아메리카 정글에 사는 몸길이 30센티미터짜리가 있는가 하면, 남태평양 사모아제도에 사는 문장 끝에 찍는 마침표만 한 것도 있습니다. 

거미는 종류와 관계없이 거미줄을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배의 끝부분에 있는 실젖에서 거미줄을 뽑아냅니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하고 나일론보다 질기며, 탄성력과 복원력이 우수합니다. 굵기는 누에고치 실의 1/10 정도이며, 끊어지기까지 견딜 수 있는 무게는 80킬로그램이나 됩니다.
거미줄은 그물을 만들고, 먹이를 싸고, 알을 보호하며, 이동 시 안전줄이 됩니다. 그물은 거미의 집이며, 배우자를 만나는 장소이며, 먹이를 잡는 덫이며, 천적에 대한 방어이기도 합니다.
 

거미의 종류와 장소에 따라 그물은 다릅니다. 공중, 땅속, 물속, 건물 구석, 벽틈과 바위틈, 나뭇가지, 꽃잎, 다리 난간 등 거미줄이 붙는 곳이면 어디든 가능합니다.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면서 그에 적합한, 둥글거나 접시·깔때기·줄·천막 등의 모양으로 칩니다. 기초대와 바깥기초실을 세우고 세로줄과 가로줄로 만든 방사형그물이 있는가 하면, 의도적으로 곤충들이 거미집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얽힌그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물을 만드는 방식은 유전적으로 타고 나, 부화 후 만든 첫 그물의 구조와 모양이 어미의 그물과 똑같답니다. 거미는 바람이 있는 해질녘에 1시간 정도 그물을 만듭니다. 본인 몸무게의 4천 배가 지탱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듭니다. 실에 매달려 바람을 이용하여 건너편 나뭇가지로 날아가거나, 실만 날려 보내며 그물짜기는 시작됩니다. 뼈대와 같은 세로줄을 우선 세우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발판실로 가로줄을 만듭니다. 왕거미류는 밤사냥이 끝나고 날이 밝으면 그물을 걷어 들입니다.
발판실이 끈끈한 것은 당단백질로 이루어진 접착성 물방울을 따로 묻혀놓아 곤충이 거미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물을 이용해 먹이를 잡는 것도 많은 생물 중 거미만의 특징입니다. 
   
비행능력이 없어도 거의 모든 생활을 공중에서 하는 거미는, 겨울을 알 속에서 보내고 봄에 부화하며 탈피를 합니다. 종에 따라 2~10회 하지만, 대체로 몸집이 큰 종은 더 많은 탈피를 하며 기후와 서식환경에 따라 횟수가 조절됩니다. 잘 발달된 8개의 홑눈과 4쌍의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여름내 자라 성채가 됩니다. 고즈넉한 늦가을이면 작고 화려한 무늬의 수컷은 춤을 추거나, 그물을 흔들거나, 선물을 주며, 암컷에게 구혼 행동을 합니다. 짝짓기 후 수컷은 바로 죽는 경우가 많지만, 암컷은 여기저기 산란하고 나서 또는 알에서 새끼가 부화하고 난 뒤 몇 주 후에 죽습니다. 보통 1~3년을 살다 죽지만, 열대지방에 사는 거미류 타란튤라는 수컷은 9~10년, 암컷은 25~40년을 삽니다. 

먼지거미, 유령거미, 늑대거미, 이슬거미, 공주거미, 호랑거미, 각시어린왕거미, 말꼬마거미, 풀거미, 이름만큼이나 예쁜 그물집을 짓겠지요. 우리집 베란다에도 거미가 삽니다. 무궁화꽃에 사는 고운 무당거미가 아니라 잿빛거미입니다. 화장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기도 하고, 책상 모서리에서 슬슬 기어 나오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거나 햇살에 눈이 부셔도 창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물을 흔들면 4쌍의 다리를 동그랗게 오므리거나, 거미줄을 길게 뽑으며 통통한 배를 씰룩이며 달아납니다. 바닥에 떨어진 분비물은 까만 점이 됐습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기사를 읽습니다. 나무와 하늘, 모든 공간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거미는, 팽팽하고 가파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바람을 따라 날며 집을 짓는 동안만큼은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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