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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똑똑해지는 농촌, 팜스마트해지다 ① … ‘전북 완주 정원농장’ 윤종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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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똑똑해지는 농촌, 팜스마트해지다 ① … ‘전북 완주 정원농장’ 윤종부 씨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0.05.11 10:34
  • 호수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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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에서 토마토 농사꾼으로

농촌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농업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확보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필요에서 출발했다. 또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도 요구되고 있다. 현재 농업과 농촌이 안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마트 농법이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 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원격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 관리하는 농장이다. 기후와 날씨에 의존하는 관습적인 농법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사를 짓는 과학농법으로 일손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작물 생육과 환경 정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해 노동력·에너지·양분 등을 종전보다 덜 투입하고도 농산물의 생산성, 효율성, 품질향상을 높이는 스마트팜 선도 농가를 찾아가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시설원예·축산·과수 등 작목별로 스마트 농법을 도입해 한발 앞서가는 농가 사례를 통해 청양 농업과 농업인의 미래를 모색해본다. 그 첫 번째로 전북 완주군 정원농장을 소개한다. 스마트팜은 단순한 노동력 절감 차원을 넘어서 농작업의 시간·공간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여유시간이 늘어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을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정원농장 윤종부(36) 대표의 사례가 그렇다.  <편집자 주> 

스마트농법으로 토마토를 생산하는 윤종부 씨

서른네 살, 스마트팜을 선택하다
토마토 농사를 짓는 정원농장 윤종부(36) 대표의 3년 전까지의 직업은 실내건축 인테리어디자이너였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종부 씨가 귀농을 결정한 것은 그가 바라는 삶이 농촌에서는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내가 꿈꾸는 삶을 꾸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내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평화롭고 여유 있게 살고 싶었어요.”

종부 씨는 농사경험이 전혀 없었다. 서른네 살의 종부 씨가 농촌으로의 인생 전환을 과감히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마트팜이 있었다. 평소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이 있었으며 농사는 초보였지만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 팜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스마트팜은 미래 여유로운 삶을 바라는 그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단초가 되었고, 마침 스마트 팜을 운영하던 친지가 있어 처음에는 그곳에서 함께 일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정원농장은 토마토 생산지로 유명한 전북 완주 봉동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 너른 들판에 군데군데 토마토 농가의 비닐하우스가 즐비하다. 종부 씨네 비닐하우스는 5개를 연동해서 지은 단동 하우스로 크기가 3000여 제곱미터이며 그 높이가 5미터 정도로 규모가 일반하우스와 비교해도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또 토경재배를 하는 농장이 아니라 양액재배를 하는 농가로 하우스 안이 흙 한점 없이 깨끗하다. 

과실의 품질을 결정하는 환경 조성
지난 해 말 심은 모종에서 3월부터 수확이 시작돼 요즈음 토마토 수확이 한창이다. 단위면적당 80kg을 수확하며 연간 생산량은 72톤으로 일반 토경 재배 농가에 비해 2배 가까운 생산량을 수확하는 등 스마트 팜 농가로 안착했다. 이전까지 농사 경험이 없었던 윤 대표가 귀농 3년 만에 이같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팜이기에 가능했다.  
“스마트농가는 수경시설로 토마토 농사를 짓습니다. 수경재배는 토경에 비해 수확량은 늘고, 노동력은 줄어듭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놓으니 하우스 관리가 효과적이에요.”

양액재배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하우스에는 온도와 습도 등을 제어하는 온실 환경 센서와 천장과 측창 개폐기, 차광 보온 커튼 개폐기, 관수와 이산화탄소 공급기, 배지 함수율 측정기, 순환 유동팬 등을 설치했다. 온·습도, 일사량, 이산화탄소 등 생육환경 이 수집된다. 모니터링을 통해 수집된 정보에 따라 냉·난방기 구동, 창문 개폐, 이산화탄소 공급 등 원격 환경 관리가 가능하다. 
정 대표는 “토마토 농사는 온도와 습도 조절이 관건”이라며 “이것이 토마토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마토가 성장하기에 좋은 온도는 14~15도. 이 기준 아래로 온도가 내려가면 꽃이 제대로 안 피고, 성장이 둔화된다. 또 습도가 높아지면 토마토 가지만 성장하고 줄기가 얇아지면서 과실로 가는 양분이 적어진다. 

야간에 온도가 내려갈 시는 보일러가 작동해 온도가 올라가고, 한낮 햇볕이 강해 온도가 높아지면 하우스에 있는 차광막이 내려온다. 습도가 올라가면 하우스 순환 팬이 작동한다. 온도와 습도가 자동 조절돼 언제나 하우스는 14도를 유지한다. 
토마토의 생육환경에 맞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농법은 품질좋은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토경재배에 비해 증가한 것은 물론 과실의 색깔이나 그 크기가 고르기 때문에 상품성이 뛰어나다. 종부 씨네 토마토는 보통 다른 농장의 토마토보다 품질이 좋아 공동선별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품질은 높이고, 경영비용은 줄이고
정원농장 하우스는 높이가 5미터로 온도 등 외부의 변화를 최소화하기위해 하우스를 높고 넓게 지었다. 
토마토가 다 성장하면 보통 4~5미터 정도 되는데 토마토를 수확하기 좋은 위치에 열매가 매달리도록 시설하였으며 작업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노동력을 절감하고 있다. 수확을 위해 이동이 편리한 튜브레일을 설치해 토마토를 수확하는데 편리성을 높이는 등 농장을 스마트하게 운영하고 있다. 코코넛 껍질로 만드는 배지 드롭퍼에 토마토를 심는다. 농작물은 기후 뿐 아니라 위생 환경도 민감하기 때문에 수경재배는 각종 병해충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수확, 잎사귀 따주기, 꽃을 정리하는 것이 쉬운 시스템을 만들어 경영비용에 있어서도 50% 가까운 절감을 가져왔다.  

토마토 농장에 설치된 배지 함수율 측정기가 눈에 띈다. 배지가 품은 수분이 60~80%를 유지할 때 성장에 가장 적정하다. 측정기를 통해 현재 배지의 수분 상태를 파악하고 부족할 때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적절한 양액과 관수는 일정한 품질 관리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종부 씨네 농장은 철저한 관수와 양액관리로 속이 단단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코코넛 껍질로 만든 배지 드롭퍼에서 성장한 토마토는 보통 1화방에 꽃을 3개씩만 남기고 모두 속아낸다. 종부 씨는 18~23번째 화방에서 열린 토마토까지 수확한다. 평균에 비해 한 나무에서 여러 번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높아질 수 있었다. 
“수경재배는 생육이 빠르고 재배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어요. 토마토 종자에 따라 생육상태을 파악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요. 과를 맛있게 하는 것과 꽃을 잘 열리게 하는 것 등입니다.”

스마트팜도 오류는 있다 
종부 씨의 말에서 스마트농법만이 가능한 요소들이 발견된다. 하지만 스마트팜이라고 오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도 시행착오는 겪어요. 작물 생육 환경을 맞추는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하우스 상황에 따라 온도나 습도를 맞춘다고 해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쏠려서 잘못 판단할 수 있어요. 그래서 스마트농가도 경험이 중요해요.”
정보를 입력하는 일은 사람이 한다. 사람이 입력한 정보에 따라 기계가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입력하면 다른 방향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 종부 씨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종부 씨는 스마트팜도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에 관찰하고 정밀하게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도 완주에 내려오기 전부터 스마트팜 교육을 받았으며 현재 마이스터대학에서 공부 중이다. 또 관련기관의 컨설팅 또한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종부 씨네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토마토의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더 품질 좋은 과실을 생산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농장 안에는 컨설팅을 받는 토마토 나무들이 따로 있다. 토마토에 번호가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작물이 자라는데 무엇이 부족하고, 무슨 작업을 해야 하는지 시의적절하게 농부가 처리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받는 것. 종부 씨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가고 있다. 

종부 씨는 “스마트 팜을 도입했다고 다 되는 것 아니다. 스마트 폰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면서 스마트 팜 시설부터 설치해 놓은 사람도 있다. ICT 교육 등 정부나 전문 기관에서 실시하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마토 수확이 끝나면 오이를 심는다. 스마트 팜의 또 하나의 장점은 작물 변경이 쉽다는 것. 작물이 바뀌면 그에 맞는 생육 조건을 조절해 농사를 지으면 된다. 오이 생산을 끝내면 다시 토마토 모종을 심는 체제로 농장의 일 년이 돌아간다. 
종부 씨에게 농사를 짓는 삶의 만족도에 대해 묻자 “농촌에서는 토마토만 잘 키우면 돼요”라는 답을 한다. 직장생활과는 다르게 지금은 오롯이 농사짓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말로 들렸다. 종부 씨네 하우스의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것처럼 그의 꿈도 잘 영글어 가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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