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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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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⑥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4.06 14:03
  • 호수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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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의 도시 – 엘찰텐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 국제버스를 이용 아르헨티나의 ‘엘찰텐’으로 장장 8시간을 왔지만, 초원사막과 끝없는 지평선과 설산과 파란하늘과 보라색 꽃들이 있어 지루한 줄을 모릅니다. 드문드문 길가에는 사고로 죽은 사람의 추모소가 소박하거나 화려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허허벌판의 달랑 한 곳 국경 근처의 휴게소는, 굵은 미루나무에서 불어내는 모진 바람에 펄럭이는 눈부신 잎사귀가 정말 근사했습니다. 

오지여행자들이 많은 ‘엘찰텐’은, 길가에 나무조각품이 많습니다. 전시가 아니라 사용하는 가구였습니다. 원주민이나 ‘반지의 제왕’ 주인공 호빗 프로도가 금방 튀어나올 듯한 아기자기한 산골마을입니다. 
전망대에서 보는 ‘엘찰텐’마을은 고요하고 평화롭고 눈부십니다. 구름 많은 하늘과 안데스산맥의 설산과 초원, 빛나는 태양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낮에는 거리가 조용하더니, 밤이 되니 온통 반짝이는 도시로 바뀌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은 예약이 끝나, 헤매다 들어간 곳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종업원들이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채끝살과 안심을 화덕에서 구운 저녁은 환상이었습니다. 달콤한 육즙과 살살 녹는 살, 살짝 불에 탄 숯내까지 입안이 호화로워집니다. 아르헨티나 쇠고기, 정말 맛있습니다. 

연기를 내 뿜는 산 - 피츠로이  
창문의 커튼을 올리자 무지개가 있습니다. 쨍쨍한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보느라 늑장을 피우니, 오늘 무지개밭에 갈 것이니 얼른 서두르라고 ‘하라’가 말합니다. ‘피츠로이전망대’까지는 왕복25킬로미터를 걸어야 합니다. 삶은 달걀과 샌드위치, 사과 한 개를 점심으로 챙기며 먼지떨이 모양의 붉고 노란 꽃이 핀 숙소를 나섭니다. 

낯선 길은 언제나 기대를 하게 합니다. 이빨로 하늘을 물어뜯는 사나운 모습, 안데스산맥의 주요봉 ‘피츠로이’를 향해 연둣빛 싱그러운 언덕을 가뿐하게 오르니, 촉촉하고 평평한 그림 같은 산속 길이 이어집니다. 호수와 폭포와 작은 냇물을 지나고,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눈 덮인 산봉우리와 빗방울과 호수를 만납니다. 
 

모레노빙하
모레노빙하

역시 설산과 구름에 가려진‘피츠로이’와 ‘쎄레또레“는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모자가 날아가고 몸이 휘청거리는 거친 바람도, 구름과 눈을 날려 보내지 못합니다. 시린 호수도 빙하 위에 우뚝 솟은 날카로운 바위봉우리를 기다리는 듯하지만…. 
9시간의 산행이 겨우 끝나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엘찰텐’거리를 바람과 함께 걷습니다. 눈 시리게 청명한 거리에 다니는 사람은 없는데, 카페나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아, 크리스마스이븝니다. 와인이라도 한 잔 마실까? 
  
비 내리는 ‘카프리호수’는 무지개, 출발부터 도착까지 무지개를 잡으러 갔다 온 것 같습니다. 1년 내내 걸을 거리를, 맞을 비를, 요 몇 일간에 다 해치웠습니다. 
파타고니아 바람의 식물인 노란꽃과 파란열매를 맺는 ‘칼라파테’에서 이름 붙여진 마을 ‘엘칼라파테’로 가는 길은 잠, 꿀잠의 시간이었습니다. 

파르라니 얼음대륙  
비싸고 맛있고 아기자기한 ‘엘칼라파테’에서의 첫날은 아이스크림을 사고 카페에 들리고, ‘로스글라시아레스국립공원’의 ‘모레노빙하’를 보았습니다. 
하늘빛이 그대로 담긴 빙하는 뭐라 할 수 없이 입을 짝 벌리게 합니다. 크다는 표현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습니다. 높이 50미터, 길이 5킬로미터, ‘전주시’ 만한 빙하가 탁 버티고 있는 모습은 마치 맹수가 포효하는 느낌입니다. 빙하 밑에 사람이 서 있다면 얼음벽에 점 하나 찍은 것 같겠습니다. 퉁퉁 떨어지는 얼음덩어리로 그 무엇도 근방에 갈 수가 없습니다. ‘토레스델파이네’의 ‘그레이빙하’를 보고서 탄성을 질렀건만, 그건 빙하조각도 못 되는 ‘새발의 피’였습니다. 

매일 2미터씩 움직인다는 빙하는, 여기저기서 웅장한 소리가 납니다. 얼음 조각이 떨어지고 ‘아르헨티노호수’에 아름다운 파문이 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세계의 빙하 면적은 점점 줄지만, ‘페리토 모레노빙하’는 소멸하는 만큼 생성돼 면적과 크기가 유지됩니다. 떨어지고 밀려나오는 빙하의 모습은 그래서 하루하루 다르답니다. 

크램폰(등산화 위에 덧붙여 심는 빙벽 도구로 여러 개의 날카로운 발톱이 있음, 아이젠보다 좀 큰)을 신고 쩔그럭쩔그럭 빙산에 오릅니다. 드문드문 빙하의 갈라진 틈을 들여다봅니다. 온몸에 흠뻑 푸른물이 들 것 같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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