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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밀낭양봉원 정화식·김상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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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밀낭양봉원 정화식·김상림 부부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0.03.30 15:09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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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키우고 아내는 판매 “꿀맛 좋아요~”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나이가 먹으면 시골의 한적한 곳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의 아내와 함께. 부부의 인생 후반기 삶의 터전이 된 곳은 청양, 장평면 은곡리다. 남편은 벌을 키우고, 아내는 꿀을 판매한다. 밀낭양봉원 정화식·김상림 부부를 만나 달달한 꿀 이야기를 들었다.

청양 터잡고 벌 키우다
정화식(63)·김상림(59) 부부가 청양 장평면 은곡리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논산이 고향인 정 씨는 서울에서 살았으며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막상 50대가 되니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여기고 귀촌을 계획한다. 처음에는 고향으로 내려갈 요량이었지만 고향과 인접한 청양에 대한 친근감이 있었다.
“칠갑산세도 좋고, 너무 깨끗하다는 것이 청양의 첫인상이었죠. 귀농 계획을 세우면서 귀농 카페에서 정보를 찾던 중 마침 이곳에 빈 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밀낭양봉원 정화식·김상림 부부
밀낭양봉원 정화식·김상림 부부

부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청양이 너무 좋다’며 청양살이 이야기를 털어놨다.
현재 사는 집은 새로 지어 지난해 이사했고, 처음 내려와 산 집은 건너편 양봉 통을 놓은 산 아래였다. 내려와서 보니 오랫동안 집을 비워놔 손 볼 곳이 많았다. 정 씨가 먼저 내려와 집을 고치고 아내 김 씨는 남편의 시골 생활을 응원하며 생활비를 지원했다. 그 기간이 3년 정도. 
“처음에는 동네와 떨어져 있는 산 근처에서 양봉 10군으로 시작했어요. 꿀 양이 너무 적어 아는 분들과 나눠 먹는 정도 밖에 안됐어요.”

시골에서 소를 키워볼 생각도 했지만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많아서 접었고, 양봉을 하게 된 것. 3~4년이 지나니 벌통도 늘고 양봉한다는 말할 정도의 규모를 갖추게 됐다. 아내 김 씨도 내려왔다. 남편이 양봉을 하고, 판매는 아내가 맡아 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제는 한 해 생산량이 청양에서도 중상위권에 속하는 양봉원으로 자리하게 됐다. 

꿀맛 좋은 제품, 재구매 고객 많아
“처음에는 양봉을 잘 몰랐으니 힘들었죠. 병충해 관리 못하면 벌이 줄고, 벌이 다 날아갑니다. 대학교의 양봉과학반도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선진 양봉 농가도 많이 다녔어요. 양봉 오래 한 분은 벌이 죽은 것만 보고도, 그 원인이 병 때문이지, 굶어죽었는지 다 압니다. 이제 저도 어느 정도는 알게 됐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도시에서 사업을 하던 정 씨에게는 양봉은 새로운 분야였다. 양봉하는 것이 좋아 어려움도 모르며 매진했다. 그 노력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정 씨네 양봉원에서 생산되는 꿀의 품질은 이름나 있다. 좋은 품질의 판단 기준인 탄소동위원소비가 기준치 이하의 100% 순수한 꽃 꿀만을 생산한다. 
현재 양봉원에서 생산되는 꿀은 ‘꿀도래’라는 상표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로컬푸드 매장,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한번 제품을 맛 본 이들의 재구매율이 높다. 좋은 ‘꿀맛’ 때문이다. 

“양질의 꿀을 생산하려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벌의 되새김질 과정을 통해 화밀의 수분 함량이 줄어듦으로써 농익은 짙은 맛을 내는 꿀이 된다는 설명. 이런 과정을 거치면 수분이 줄어 생산량이 75% 수준이다. 하지만 부부는 일정의 생산량보다는 품질을 우선시했고 언제나 고른 품질의 꿀 생산에 주력했다. 꿀도래의 꿀을 한번 맛본 이들은 다시 제품을 구매했고, 꿀도래의 고객은 대부분 고정 구매자들이다. 고객과의 신뢰가 쌓이니 전량 소매 판매가 가능해졌고, 판로가 안정화 됐다. 

2019년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청양 대표로 참가했다.
2019년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청양 대표로 참가했다.

간편성과 기능성 갖춘 스틱형 개발
부부는 두 사람의 인력으로만 가능한 만큼만 벌을 키운다. 벌통을 늘리기보다는 현재의 생산량으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 
꿀도래의 제품은 밤, 잡화, 아카시아 꿀 등이다. 그동안 여느 농가처럼 2kg이 넘는 대용량 제품만 판매했다. 김 씨는 직거래 장터에 나가 소비자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 

“소비자들이 일 년에 한번 정도 꿀을 구입하는데 용량이 많은 꿀을 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판매 용량을 적게 한 제품을 판매하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1kg 용량, 젊은 층을 겨냥해 500g 용량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니 반응이 좋았다. 부부는 꿀이 몸에 좋지만 꿀 소비량이 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찾아 판매 전략을 세웠다. 

“꿀을 약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다 한번 먹는 것으로 여깁니다. 음식을 할 때 물엿 대신 꿀을 활용할 수도 있고, 상시 복용을 할 수 있는데요. 또 먹기가 불편하다는 것도 소비가 늘지 않는 요인입니다.”    
김 씨는 소비자들이 자주 먹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스틱형을 개발했다. 스틱형은 벌꿀을 10g 단위로 소포장한 제품이다. 휴대가 가능하고, 먹기에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제품은 2018년 개발했으며 2019년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청양 대표로 참가했다. 당시 산업대전에서 스틱형 꿀은 건강기능성과 간편성을 인정받으며 참관객과 해외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부부는 양봉 산물을 이용한 가공품 생산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을 계획이다. 프로폴리스나 로열 젤리 등을 활용한 제품이다. 지금처럼 그랬듯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청양에서 벌 키우며 사는 것이 좋다는 부부의 귀농 9년차 성적은 ‘만족’이다. 꽃 따라 벌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봄이 다시 오는 것이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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