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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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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②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3.09 15:20
  • 호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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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 - 쿠스코
큰 돌로 만든 삭사이와망 - 요새 및 신전으로 추정
큰 돌로 만든 삭사이와망 - 요새 및 신전으로 추정

하늘은 독수리, 땅은 퓨마,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는 잉카인들의 세계관에 따라 도시 전체가 퓨마 모양인 곳, 돌의 도시, 태양신이 지정한 잉카제국의 마지막 수도 ‘쿠스코’입니다. 
페루 안데스산맥의 중심에 있어, 남미 원주민의 토착어인 ‘케추아’어로 ‘세상의 배꼽’이라는 의미랍니다. 해발 3400미터에 자리하며 일교차가 아주 심한 ‘쿠스코’는,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유럽풍의 건물과 종교건축물이 많이 지어졌습니다. 

돌로 정교하게 지은 신전 및 궁전과 저택, 광장과 시장, 크고 작은 집, 골목 등 붉은색 그림 같은 ‘쿠스코’입니다. 골목골목마다 담벼락마다 타완틴수요(잉카제국) 시대의 정교한 석축기술이 몇 백 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놓은 듯합니다. 골목은 골목을 부르고, 풍경은 또 다른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12각 돌’과 ‘퓨마형상’으로 돌덩어리를 마술 같이 짜 맞춘 뛰어난 기술에 감탄만 나옵니다. 
  
옛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가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산토도밍고 교회’에서 잉카인들의 깊은 신앙심을 봅니다. 2층 발코니에서 내려 본 반짝이는 붉은 도시 ‘쿠스코’는 어찌 그리 눈부시고 근사한지요.
독특한 전통문양을 수놓은 옷과 약간 작은 듯한 모자를 쓴 원주민의 모습이 그림 같은 골목과 건물 속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모자의 모양은 부족에 따라 다르답니다.

옛 태양의 신전 자리에 세워진 산토도밍고 교회
옛 태양의 신전 자리에 세워진 산토도밍고 교회

식당의 한 벽을 차지한 그림 액자는 안데스 산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잔잔하게 그려놓았습니다. 맞은편 벽은 미끈한 돌과 원주민추장 조각상으로 장식됐습니다. 
옥수수로 만든 이곳의 전통주 ‘치차’를 한 모금 마셔봅니다. 시큼털털한 맛은 영 별로였으나, 진보랏빛 고운 색이 금방 취하게 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 ‘꾸이’고기가 빨간 모자를 쓰고 나왔습니다. 쥐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말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안 그런척하며 한 점 들었다 얼른 놓았습니다. 고산병을 예방한다는 혀끝이 아린 코카잎차와 함께 ‘쿠스코’의 전통음식입니다. 음악이 담긴 광디스크를 팔기 위함이라지만, 그들의 전통음악을 계승하기 위한 원주민밴드의 추억노래, 쿠스코의 그림에 점 하나 찍었습니다.

옥수수로 만든 전통주 '치차
옥수수로 만든 전통주 '치차

황토색 집들이 다닥다닥한 ‘쿠스코’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잉카시대의 요새, 83년이 걸렸다는 ‘삭사이와망’ 유적지는 엄청 큰 돌들로 세워졌습니다. 무슨 사유로 이러한 요새를 지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확실한 것은 거석들을 근처의 석회암광산에서 밧줄을 이용하여 가져왔다는 것뿐이랍니다.
 
잉카의 잃어버린 도시, 고독한 도시  
마추픽추를 건설한 나라 ‘타완틴수요’는 남미에서 가장 강력하고 넓은 영토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인들은 안데스 산지를 중심으로 한 ‘타완틴수요’를 침략하면서 ‘잉카제국’으로 불렀습니다. 지금도 ‘타완틴수요’를 상징하는 일곱 가지 무지개 깃발을 걸어 놓은 집은 원주민의 후손이 살고 있겠지요.

쿠스코 골목
쿠스코 골목

손짓과 눈짓으로 주문한 화덕피자가 정말 맛있었던 ‘오얀타이탐포’에서 탄 새벽 기차는 힘차고 붉은 ‘우루밤바강’과 함께 갑니다. 우루밤바강 건너로 잉카트레킹을 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입니다. ‘타완틴수요’인들이 마추픽추를 오고 갔던 산길입니다. 
기차의 유리천장을 통해 안데스산맥에서 휘날리는 눈바람을 올려보며 마추픽추와 가장 가까운 곳, ‘아구아스칼리앤데스’에 도착하였습니다. 잉카제국의 9번째 통치자 ‘파차쿠텍’동상이 기차역광장에 서서, 그들만의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태양의 도시, 공중도시, 신비한 도시, 잉카문명의 영원한 수수께끼의 도시 마추픽추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산과 절벽, 강과 밀림에 가려져 산 아래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잉카인들의 마지막 휴식처, 꼭꼭 숨겨진 도시로 가는 ‘하이럼 빙엄 로드’를 마을버스로 오릅니다. 

꾸이고기
꾸이고기

1911년 ‘하이럼 빙엄’이 이곳을 발견했을 때 170여 개의 유골이 있었다는 조망 포인트에서 본 풍경은, 안개, 안개였습니다. 강과 골짜기를 아래에 놓고 하늘로 오르듯이 다섯 여섯 일곱 굽이를 돌 때 만해도 쨍쨍하던 햇살이 온통 안개 속으로 흡수된 듯합니다. 슬슬 가랑비까지 내려 허둥지둥 비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가장 높은 병풍, ‘와이나픽추’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혹시 안개가 걷힐 수도 있다는 ‘하라’의 말에 기대를 잔뜩 걸었습니다. 
꼿꼿한 ‘와이나픽추’의 일직선에 가까운 돌계단을 밟으며 오르는 길은 정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었지만, 혹시, 온 힘을 다해 오른 정상 역시도 안개밭입니다. 내려가면, 그때쯤이면, 마추픽추의 안개가 걷히겠지요.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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