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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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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3.02 14:45
  • 호수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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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 사막 도시 ‘리마’의 사진사들

여행의 시작은 늘 두근거림이었지만,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은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 점이 많은지를 시시때때로 깨닫게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되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아무런 대책 없이 다른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겨울이 끝나가려는 즈음, 겨울 속의 여름을 떠올립니다. 이구아수폭포 기념품 가게에서 산 바비인형의 까만 얼굴을 보며, 기억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한 남미의 고즈넉한 집과 길과 호수를 생각합니다. 

「2019년 이상문학작품집」, 피부·비뇨기과 전문의 ‘옐 아들러’의 「은밀한 몸」, 감흥으로 가득한 삶을 길에서 배운다는 노동효 여행작가의 「남미히피로드」, 3권의 책을 챙기면서 남미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만년설로 덮인 안데스, 고대문명, 사막, 소금, 소매치기, 공중 도시, 밀림과 아마존, 물개와 펭귄과 빙하, 폭포, 길거리 벽면에 가득한 낙서와 그림, 바람, 원주민…, 그리고 탱고. 남아메리카대륙이 갖고 있는 것을 생각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남부의 달라스공항을 경유, 남미의 심장부 페루의 리마공항까지는 하루하고도 2시간이 걸렸습니다. 리마공항에는 입국여행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여행객의 사진을 찍어 판매하는 사업가들입니다. 호텔로 가져온 사진을 보니, 누렇게 들뜬 초췌한 모습들뿐입니다. 기왕 찍을 것이면 폼이나 잡으라고 할 것이지. 
공주가 고향인 인솔자 ‘하라’는 큰 키에 검은 빵모자를 쓰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마 - ‘물은 생명이다’ 
해안 사막 도시, 페루의 수도, 음식이 발달된 ‘리마’입니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건물들은 짓다 만 듯합니다. 지붕이 없거나 2층은 기둥만 올렸는가 하면 뾰족하게 철근이 솟아 있지만, 미완성이 아니라 완성된 건축물이라고 ‘하라’는 설명합니다. 지진을 대비하여 2층은 올리지 않으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지붕이 없이도 담만 쌓으면 집이 되기 때문이랍니다.   

아르마스광장에는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습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영 적응이 안 됩니다. 
비둘기가 갑자기 날아올라 주춤 물러선 산프란시스코수도원이 아르마스 광장 끝에 있었습니다. 현재는 박물관과 도서관으로 사용하는 수도원의 긴 회랑 벽은, 세비야에서 가져온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되었습니다. 
지하묘지(카타콤)에는 7만여 명의 유골이 부위별로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성당 아래 묻히면 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음과 부활을 믿는 교인들의 뼈만 추려 안치한 것이랍니다. 칸칸이 진열된 모습은 워낙 많아 장난감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머리 위나 벽 한구석에 올려놓은 서너 개의 유골이 보이면 움찔 소름이 돋기도 하였습니다. 화장실 벽면에 걸려있는 검은 십자가가 인상적이었지만, 수도원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었습니다. 

신시가지 미라플로레스는 100여 미터 높이의 절벽 위에 있습니다. 아모르공원에서 해무가 낀 넓은 바다를 봅니다. 
공원 끝쪽의 잔디밭에는 가지가지 색의 패러글라이더가 날다 앉기를 반복합니다. 몇몇이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기에 줄을 서긴 했지만, 겁도 나고 불안하기가 반반입니다. 어? 앞에 섰던 몇 분이 빠져나갑니다. 70세 이상과 몸무게 70킬로그램 이상이면 기준미달이랍니다.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패러글라이딩이었지만, 만약 그때 안 탔으면 여행 내내 후회할 뻔했습니다. 끝없는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들과 출렁이는 태평양과 키 큰 야자수를 보며, 바다 위를 나는 한 마리 갈매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노을이 해무 사이로 스며들자 변해가는 바다 물빛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비행하는 동안 촬영했다는 메모리카드를 받아 나오며, 넓은 바다와 절벽과 푸른 잔디 위를 날아다닌 모습이 얼마나 근사할까 기대를 잔뜩 하였습니다. 이게 뭐야? 배경은 없고 얼굴만 좌로 우로 아래로 흔들리는 동영상이었습니다.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인 리마, ‘리마’라는 이름은 이 도시를 지나는 ‘리막강’에서 유래됐답니다. 강의 자갈 구르는 소리에서 이름 붙여진 ‘리막강’, 사막의 어디쯤에서 ‘리막강’의 자갈 소리를 들을지, 기대합니다.
<김현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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