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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대치면 시전리 이인용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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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대치면 시전리 이인용 씨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0.02.17 11:22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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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구기자 가로등 좋아 귀농
친환경 구기자를 재배하는 이인용 씨가 가지치기를 하며 올해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 구기자를 재배하는 이인용 씨가 가지치기를 하며 올해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구기자연구회 총무, 청양친환경구기자영농조합법인 홍보이사, 청양군귀농귀촌인협의회 대치지회장, 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 친환경분과장, 청양귀농귀촌학교 사무국장, 다문화 남자 자조모임 등등. 그가 속한 모임을 살펴보니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청양으로 귀농해 구기자 농사를 짓는 사람. 그리고 그는 네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참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는 그는 대치면 시전리 이인용(46) 씨다. 

2012년 청양서 새로운 삶 시작
“하는 일이 참 많으시네요.” 
“벌려 놓은 일이 많지요. 하하.”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서울에서 태어난 이인용 씨가 어떻게 청양에 터를 잡고 살게 됐는지로 이어졌다. 
인용 씨는 1996년에 중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고 이후 무역 관련 일을 하며 15년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한국에 돌아오면 서울보다는 다른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여행도 할겸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청양을 지나게 됐는데 거리의 구기자 가로등이 특이하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천문대로 향하는 길에 쌓인 눈도 참 예뻤습니다.”

그의 여행에 함께했던 아내 천샤오란(32·한국이름 진효람)씨는 중국의 남쪽 지역에서 살아 처음으로 본 하얀 눈에 반했다고 한다. 청양에 살자고 결정한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풍광이 호감을 주었다면 청양의 귀농정책은 인용 씨의 마음을 굳히게 했다. 귀농귀촌협의회 구성도 잘 돼 있고, 귀농학교 프로그램도 꼼꼼히 살펴봤다. 부부는 2012년 청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인용 씨는 “국내 기업의 현지 무역법인 근무, 무역회사 운영 등 무역관련 일만 했어요. 농사 경험이요? 전혀 없어요. 동물 기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우유회사와 사료회사 일을 하면서 젖소를 길러보기도 하고, 양 목장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농촌과의 연결고리를 굳이 찾는다면 이 정도라며 그래서인지 여기서 사는 삶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지역 일 함께 하며 튼튼한 정착 
인용 씨는 지역 사람들과 일을 도모하기 시작하면서 청양에서 더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귀농 초기인 2013년은 대치면 권역사업을 마무리하던 시기로 그는 사무국장 권유를 받았다. 청양에 처음에 내려와서는 읍내에서 월세로 살다가 이화리 농가 주택에서 살고 있었던 때였다.
“젊은 사람이 시골 내려와서 살고 있으니 일을 같이 도모해보자 권유를 많이 하셨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만나서 소통하다보니 보이는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생겼습니다. 또 지역 일을 하면서 주민들과 만나고 친해지니까 집 지을 정보를 주셨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터도 동네 어르신이 알려주신 곳입니다. 청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지요.”

이인용·천샤오란 부부와 아이들. 지난해 12월 넷째 아들을 얻어 3남 1녀를 두었다.
이인용·천샤오란 부부와 아이들. 지난해 12월 넷째 아들을 얻어 3남 1녀를 두었다.

이렇게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집 옆으로 난 밭에서 농사를 짓게 됐다. 처음에는 농사라고 할 것도 없었다. 감자, 콩 등을 심었는데 심을 때와 수확할 때만 밭에 가니 잡초가 더 많았다. 손도 대지 않고 그냥 자라는 대로 두었다. 
“농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우리 식구 먹고, 남은 거는 아는 이웃들과 나눠 먹자는 마음이었어요. 저절로 친환경 농사를 지은 것이지요.”
인용 씨 부부는 청양에 와서 첫째 아들(8), 둘째 딸(6), 셋째 아들(5), 넷째 아들(1)을 낳았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싶었고,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 비슷한 연배의 젊은 귀농인들과 함께 만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사명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관련 모임에 참여하고, 하나둘씩 직책을 맡게 됐다.

친환경 농가 조직화 앞장
인용 씨는 2014년 비가림 시설을 지원받아 하우스 3동 규모로 구기자 농사를 시작했다. 첫해 수확은 30여 근. 그 때를 떠올리면 스스로도 형편없는 성과였다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해가 갈수록 수확량이 조금씩 나아졌고 지난해는 10배 가까운 양을 수확했다. 유기농 재배 인증도 받았다. 구기자 농사 몇 년 지으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는 인용 씨는 지난해 성과로 자신감을 얻고 올해는 수확량을 더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청양에 귀농한 비슷한 또래의 이웃들과 함께 친환경 농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대처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농사를 짓는 친환경구기자연구회원들과 미생물연구회원들 중심으로 영농조합법인을 만든 것도 그 때문.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의 어려움 중의 하나는 약재값 부담이다. 농가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조직적으로 해결하고 농가들이 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히 인용 씨는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농산물이 전량 친환경 농산물로 채워지려면 먼저 지역의 친환경 농가가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 농가의 조직화가 우선시돼야 함을 강조한다. 곧 지역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전 농가가 함께 모이는 협회가 출범하게 되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출범에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 농가를 위해서 농사를 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푸드플랜이 완성되려면 지역 내 농가들의 조직화와 연계가 잘 돼야하겠지요.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열심히 해야지요.”
아직은 한 겨울, 청양에서도 보기 드문 눈이 하우스에 소복이 쌓인 날. 구기자를 전정하는 인용 씨의 손길은 곧 다가올 봄을 준비하느라 벌써부터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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