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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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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소리를 찾아서 – 티벳 ②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19.12.09 15:42
  • 호수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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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중국 문화혁명기를 거치며 티벳의 영적 지도자들은 추방되고, 6천여 개에 달하는 사원들은 대부분 파괴되었습니다. 불교 경전은 불에 태워지거나 화장실의 휴지로 사용되었습니다. 티벳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조캉사원도 일부는 훼손되고, 또 일부는 홍위병들이 돼지우리로 사용하였습니다. 티벳인들의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주었지만, 여전히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조캉사원은 신비한 향내로 순례자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정신적 심장부 –조캉사원 
순례자가 가장 많은 순례길, 라싸의 구시가지, 좁은 골목과 차량이 즐비한 시장을 지납니다, 야크고기와 치즈 등을 파는 상점들이 많습니다. 티벳불교 순례자들이 일생에서 꼭 한 번은 와 보고 싶어 하는 최종 목적지, 조캉사원이 보입니다.
 
7세기, 티벳을 통일한 송첸캄포왕이 당나라의 문성공주를 왕비로 맞이하기 위해 세웠다는 사원으로, 본당에는 문성공주가 가지고 온 석가모니상이 있습니다. 건물 중앙에서 흔들리고 있는 붉은 중국기가 불편하지만, 파란 하늘에 금으로 만든 사원의 탑은 환하게 눈부십니다. 

사원 앞 바코르광장에는 2개의 큰 솟대가 서 있고, 뒤편의 쥬니퍼향로에는 순례자들이 피우는 향이 일 년 내내 타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광장에 많습니다. 
한 젊은이가 오체투지를 합니다. 세 명의 가족도 오체투지를 합니다. 젊은 어머니의 양말 벗은 발바닥이 까맣습니다. 어린 소녀의 이마 위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렸습니다. 땅바닥을 짚은 손과 종아리를 흔드는 두 발과 엎드린 몸을 보자 가슴이 먹먹합니다. 

 

수 세기에 걸쳐 여러 번 변화를 겪은 조캉사원에 들어섭니다. 바닥의 돌들이 닳아 빤질거립니다. 법당 앞에서 순례자들은 절을 하거나 램프에 불을 켜며 기도를 합니다. 
다음 생에는 깨달음을 얻게 해달라는 염원, 아니면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마음이 고요하고 평안하게 해달라는 절실한 기도, 부처처럼 순수의 상태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진언 ‘옴 마니 팟메 훔’을 읊조립니다. 

사천왕상을 지나고 법당에 들어서자,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납니다. 법당 내부나, 혹은 기도를 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불을 켠 야크기름 냄새입니다.
작은 마당 같은 네모진 홀을 중심으로 18개의 법당이 빙 둘러있습니다. 어두운 법당 내부를 야크램프의 깜빡이는 불빛이 밝혀줍니다. 그 속에서 순례자들은 시계방향으로 돌며 기도를 합니다. 법당을 떠도는 묵직한 진언 소리에 덩달아 불심이 생기는 듯합니다. 홀의 뒤쪽, 문성공주가 가져온 열두 살 모습의 석가모니상이 모셔져 있는 법당에는 순례자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조캉사원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이랍니다.
 
1층과 같은 구조의 2층 역시 20여 개의 법당이 있습니다. 티벳 불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금으로 만든 황금지붕이 아름답습니다. 사원 내부 구석구석이 경건하고 소박하지만, 울렁거림(야크기름 냄새로) 탓인지 여행자들은 주로 눈부신 2층과 3층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3층 옥상에 오르자 멀리 ‘포탈라궁’이 보입니다.

조캉사원을 둘러싼 ‘팔각가’를 오른쪽 방향으로 걸으며 돕니다. 순례자들이 사원 안의 석가모니상에 대한 예배로 도는 방식입니다. 염주와 마니차와 만다라와 불상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각종 탈도 걸려 있고, 손으로 짠 옷감도 즐비합니다. 건물의 3층 이상을 금하는 팔각가는 6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라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거리입니다.

고산증세가 심하면 영양주사를 맞으라고 인솔자는 말합니다. 어제 점심에 나비부인이 쓰러지고 나서 모든 일행이 조심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주의 사항을 말합니다.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로 세수도, 머리 감기도, 샤워도 하면 안 됩니다. 술 드시지 말고 일찍 주무십시오. 그리고 내일도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천천히 걸으며 물을 많이 드셔야 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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