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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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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 청양신문
  • 승인 1998.08.28 00:00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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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군청 문화공보실 공보계장)
오이먼저 던져 놓고
옷벗을새도 없이 뛰어 들면
소금챙이 피래미가 정강이 툭툭치던 그 냇가엔
지금은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가운데 악취가 코를 찌르고
허연 비닐조각과 페트병
그리고 스치로폴이 볼썽 사납게 떠 다니고 있습니다.

독우치던날
물길따라 논두렁 아래 세워둔 대나무 소쿠리엔
미꾸라지 송사리가 그득했건만
지금은 물방개 한 마리도 없이
이화명충 유충만이 발길에 차여 떨어집니다.

길 닦던 날
빨간 꼬추 배 갈라서 새우젖 한젖가락 집어놓고
막걸리 한사발에 우적우적 씹어먹던 꼬추밭엔
엔제 세워졌는지
공장이 검은 연기 뿜어내고 있는데
굵은 철대문이 가로막고 섰는 울안에는
검은 승용차가 숨을 헐떡이고 서 있고
등넓은 트럭위에는 네모난 상자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동네 아저씨 꾸벅꾸벅 조는데도
누런 황소가 달구지 끌고 가던 신작로는
어느새 아스콘으로 곱게 단장하고 차들이 바쁘게 오가는데
길가다가 땀 식히던 가로수는 모두 다 베혀지고
교통사고난 개구리 다람쥐 시체 치우는
까마귀만 신이 났는데
어제는 아랫집 아주머니가 차에 치여 숨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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