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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 현장 체험기-‘청둥오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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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 현장 체험기-‘청둥오리와 함께’
  • 청양신문
  • 승인 1998.09.04 00:00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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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팔(화성면 기덕리 323)
▲ 헤엄쳐 다니면서 논에 있는 잡초, 벌레, 진흙 등을 정신없이 먹어대 벼도 쑥쑥 자란다.
“꽉, 꽉, 꽉, 꽉” 청둥오리 소리가 여름철 들녁의 적막을 깬다.
지난 5월 20일께 무농약 쌀 재배단지내 4.5㏊ 논에 모를 심은 후 입식한 천둥오리 1천3백마리가 벼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고 있다.
하나 뿐인 지구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자연이 온통 훼손되고 증산한다며 농지는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심하게 오염되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곡식·채소·과일·육류 등은 미량이나마 농약이 잔유하고 있는 오염된 땅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대부분으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며 인류의 장래마져 암담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착안해 ‘환경보존형 벼농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환경보존형 벼농사란 관행농법을 탈피, 거름은 퇴비 위주로 시비하면서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등 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벼를 심은 논에다 체구가 왜소하고 야생에 가까운 청둥오리를 방사함으로써 환경친화적인 벼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청둥오리 벼농사의 특징은 △농사 짓기가 재미있고 △자연과 공간을 순환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종전의 유기농업기술에 비해 꽤 넓은 면적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 농사의 효과로는 △잡초제거 △해충방제 △양분공급(오리똥) 효과 △흙탕물 서래질에 의한 산소공급 △벼에 자극을 주어 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것들이다.

모를 낸 논에 새끼청둥오리를 풀어놓으면 청둥오리는 넓은 논을 운동장 삼아 사방으로 헤엄쳐 다니면서 논에 있는 잡초, 벌레, 진흙 등을 정신없이 먹어대며 무럭무럭 자고 이와함께 벼도 쑥쑥 자란다.
청둥오리는 벼가 패면 이삭을 훑어 먹지만 그 이전에는 잡초는 먹어도 벼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정말 신기한 자연의 조화속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청둥오리를 논에 풀어놓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골치 아프던 잡초나 해충은 오리의 먹이 즉 자원으로 바뀌고 오리의 똥은 벼의 양분으로 바뀐다.
청둥오리에게는 먹이를 조금 주고 있는데 그것은 사람과 오리간의 의사소통을 돕고 정을 나누기 위함이다.
청둥오리 벼농사는 보리와 양파같이 그루갈이가 아니라 동시에 함께 자라면서 자연의 순리에 가장 합치되는 관계인 셈이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쌀은 무농약쌀로 환경오염을 염려하고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찾을 것이고 천둥오리는 보양제, 해독제(지구상에서 양잿물을 먹고 살아남는 동물은 오리 뿐으로 제독과 해독 능력이 탁월함)로서 국민건강에 기여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염원하고 값싼 수입농산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질적으로 우수한 환경보존형 벼농사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농업을 생명산업이라고도 한다.
농업이 단순히 먹거리만 제공하던 시대가 지나고 생명을 지키고 보장하는 환경농업, 생명농업의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오존층 파괴, 이상난동, 엘리뇨현상, 지구촌 곳곳의 대홍수, 기상이변 등 예사롭지 않은 조짐 등은 우리를 우울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약하느냐, 아니면 종말을 자초하느냐의 선택은 우리들 각자 마음속에 있음을 명심, 의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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